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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토크': 책소개, 저자 소개, 추천사들, 역자 후기

아작 책방/16 크로스토크

by arzak 2017. 11. 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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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부르면 그 사람이 언제나 오나요?” 그녀가 속삭이듯이 물었다.
“그럼요, 언제나 오지요.”
- 코니 윌리스, 『크로스토크』, 1권 168쪽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수다스러운 SF의 여왕과 만났을 때"
유쾌하고 따뜻하며 말하기를 그치지 않는, 더없이 귀여운 SF 로맨틱 코미디





영미권에서 오랜 기간 많은 사랑받아온 미국 작가 코니 윌리스는, 한국에도 이미 수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고, SF 팬들 사이에서도 너무 유명해서 따로 다시 소개한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작가다.

코니 윌리스에 대한 평단의 인정과 팬들의 애정은 그의 수상 경력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지금까지 각종 문학상을 55번 수상했는데, 그중에는 SF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휴고상을 11번, 네뷸러상 7번을 받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2011년에는 SF계의 달인에게 선사하는 ‘그랜드 마스터 상’을 받았다.

코니 윌리스는 영화, 소설, 뮤지컬, 음악 등 대중문화에 대한 폭넓은 상식과 과학적 지식을 바탕에 깔고, 등장인물들이 사방에서 바쁘게 쏟아놓는 대사들 사이로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는 스크루볼 코미디 형식의 소설을 즐겨 쓰는 편이다. 하지만 코니 윌리스의 수상작들을 모아놓은 중단편집 『여왕마저도』와 『화재감시원』을 보면, 그의 작품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양자역학이나(「리알토에서」), 생리(「여왕마저도」), 심령술(「내부 소행」), 카오스와 네트워크 이론(『양목에 방울달기』)을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는 농담을 할 수 있는 작가는 다시 만나기 힘들 것이다.

이번에 미국과 동시에 발간되는 『크로스토크』는 코니 윌리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SF 로맨틱 스크루볼 코미디’이다. 애플의 새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휴대폰 회사 ‘컴스팬’의 직원들은 애플의 신제품을 납작하게 누를 스마트폰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컴스팬에서 일하는 주인공 브리디는 모든 걸 다 갖춘 젊은 중역 트렌트와 열애 중인데, 지난밤 트렌트는 그녀에게 연인 간의 정서적 소통을 강화해주는 EED 수술을 제안했다. 

이제 브리디 앞에는 달콤한 사랑의 서약과 행복한 결혼만 남아 있는 듯했지만, 우선 그녀는 스마트폰과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회사의 소문 공장과 과잉보호하는 가족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게다가 EED 수술 후 겪게 된 텔레파시의 세계는 브리디를 ‘목소리들의 홍수’ 속으로 집어 던진다.

가족과 동료들의 방해와 쓸데없는 관심을 뚫고 마침내 EED 수술에 성공한 브리디와 트렌트. 이제 그들은 그들만의 감정적 소통을 강화하여 완벽한 사랑을 이루나 싶었는데, 맙소사!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브리디의 귀에 들려오는 음성은 연인 트렌트의 것이 아니라 바로 수술을 말리던 C.B.의 목소리. “내가 얘기했잖아.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연인과는 연결되지 않고, 귀를 막고 눈을 감아 봐도 사라지지 않은 채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앉아 끝도 없이 주절대는 C.B.의 끔찍한 목소리.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시작될 비극에 비하면 붕붕거리는 꿀벌의 날갯짓 소리에 불과했다. 브리디와 C.B.의 앞날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작가 노파 에프런의 위트와 P. G. 우드하우스의 코미디를 완벽하게 엮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코니 윌리스의 신작 『크로스토크』는 이처럼 ‘텔레파시’라는 극단적 소재를 통해, 소통 과잉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소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끝없는 농담과 수다의 홍수 속에서 넌지시 묻는다.

“지금은 너무 많이 연결된 상태야. 
특히 막 연애가 시작될 즈음에는 더 적게 소통을 해야 해. 
더 많이 소통하는 게 아니라.”
- 코니 윌리스, 『크로스토크』, 1권, 41쪽


『화재감시원』, 『여왕마저도』, 『양목에 방울달기』에 이어 아작에서 소개하는 코니 윌리스의 네 번째 책 『크로스토크』는 미국과 동시 출간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간 1년 전에 원고를 받아 번역을 시작하고, 최종 원고를 출간 전에 다시 받아 완성도를 높인 이번 책은, 위대한 고전 작품과 함께 동시대 거장들의 걸작을 현재진행형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집념이 빛을 발했다.

『크로스토크』는 출간 전 이미 전미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며 거장의 신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영국 작가라고 오해를 받을 만큼 영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답게 영국에서는 미국과 한국에서의 동시 출간 2주 전에 서둘러 앞당겨 출간할 만큼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자, 이제 코니 윌리스가 선사하는 ‘아일랜드식 키스’ 같은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자. 900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이야기의 홍수에서 빠져 나와 책장을 덮은 다음, 아마도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이게 뭐였어?”

브리디는 수영하던 사람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 듯 키스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비틀대며 작업대에 등을 기대고 손으로 움켜잡으며 중심을 잡았다. 
“이게 뭐였어?” 
- 코니 윌리스, 『크로스토크』, 2권, 421쪽






추천의 글

코니 윌리스의 『크로스토크』, 절묘한 역작이다.
- 뉴욕 타임스

코니 윌리스는 『크로스토크』에서 21세기에 대한 가벼운 SF 로맨틱 코미디 풍자 문학을 정교하게 빚어내며, 최신 전자제품과 SNS에 대한 우리의 의존 상태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코니 윌리스는 뛰어난 관찰력이 엿보이는 대사와 부드러운 유머를 빠른 속도의 이야기에 풀어놓는다.
- 가디언

『크로스토크』는 코니 윌리스가 묵직한 주제를 아래에 깔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노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때때로 재치 있고 즐거우며,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유쾌하다. 
- SciFiNow

『크로스토크』는 디지털 세대를 위한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이다. 
- Libraryreads

『크로스토크』는 과학 기술에 관한 재미있는 동화다. 또한 우리에게 사랑의 본질과 기술의 윤리에 대해 묻는 우화이기도 하다. 『크로스토크』는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완벽하게 연결되는 게 가능한지 물을 뿐 아니라, 그런 시도를 하는 게 과연 유익한 일인지 우리에게 재차 숙고하도록 한다. 
- BookPage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여러 차례 받은 코니 윌리스의 비길 데 없는 재치와 쉽게 잊히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이번에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크로스토크』에서 정점을 찍었다. 
- Subterranean Press

『크로스토크』는 코니 윌리스의 트레이드 마크가 가득하다. 풍부한 이야기와 흥미로운 역사적 잡학 지식, 재치 있는 빠른 대화, 생각할 거리가 있는 그럴듯한 기술, 거기에 재미까지. 
- Booklist Online

코니 윌리스만큼 즐겁게 해주는 작가는 아무도 없다. 나는 『크로스토크』가 5천 페이지를 넘는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프다. 
- Karina, 'goodreads' 독자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고 톡 쏘는 대사의 SF 로맨틱 코미디. 가볍지만 날카로운 풍자, 『크로스토크』는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 Jaylia, Amazon 독자



작가 소개

코니 윌리스(Connie Willis)

영미권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미국의 SF 작가 코니 윌리스는, 국내에 소개됐던 그의 대표적인 장편 《둠즈데이 북》과 《개는 말할 것도 없고》가 출간된 지 오래고, 이미 절판된 상태라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도 있겠지만, SF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머러스한 ‘SF계의 수다쟁이’로 유명한 작가다. 코니 윌리스는 늘 독자들을 시끌벅적한 소동 한 가운데에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로 끊임없이 오해하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만 떠들어대며 얽히고설키는 사이 문제는 점점 꼬여간다. 처음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감조차 잡기 힘들 때도 있지만, 떠들썩한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다 그의 이야기에 중독될 즈음, 도저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그 모든 ‘사태’와 ‘소동’이 알렉산더가 골디온의 매듭을 잘라내듯 깔끔하게 정리되며 마무리된다. 그러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가 수다 속에 감춰졌던 깊은 이야기를 다시 음미하곤 한다.

코니 윌리스는 수상 경력만 봐도 그의 명성과 작품성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코니 윌리스는 지금까지 휴고상을 11번 수상했으며, 네뷸러상을 7번, 로커스상을 13번이나 받는 등 각종 SF/판타지 관련 수상목록에 이름을 빼놓지 않으며,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으로 이어지는 근래 SF 분야에서 문학적으로나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SF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에는 그 모든 업적과 공로를 아우를 만한 ‘그랜드 마스터상’을 받으며 SF계에서 ‘명인’의 반열에 올랐으며,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45년 12월 31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콘스탄스 일레인 트리머 윌리스다.





역자 후기

『크로스토크』는 코니 윌리스의 작품 중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미국과 동시에 발간되는 책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흔히 짐작하듯 허겁지겁 원고를 받아 날림으로 옮겨야 하는 작업은 다행히 아니었다. 이 책을 출간하기 1년 전 2015년 가을에 ‘final draft’ 파일로 원고를 받아 검토한 뒤 논의를 거쳐 출간을 결정하고, 2016년의 뜨거운 폭염과 열대야를 이 소설과 씨름하며 보냈다. 원고를 절반쯤 옮겼을 때 ‘final’ 원고가 도착했는데, 앞서 받은 파일과 소소한 부분들에서 차이가 있어서 이미 옮긴 부분을 한 줄 한 줄 대조하며 다시 수정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곱으로 욱여넣어야 했지만, 역자로서는 흔치 않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책을 번역하는 일은 대개 더 이상 움직임이 없는 굳어진 책을 가지고 하게 되는데, 아직 발간되지 않은 소설을 옮기며 작가의 마지막 퇴고를 지켜보는 건 나름 즐거웠다.

폭염 경보와 주의보를 들으며 번역을 시작해서, 번역을 마칠 무렵 하룻밤 사이에 가을이 찾아오더니, 후반 교정 작업을 하는 동안 삼성과 애플의 새 휴대폰이 출시되어 휴대폰 폭발과 리콜 사태가 실시간으로 벌어지며 온갖 소문이 돌고, 『크로스토크』의 출간을 알리는 소식이 트위터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소통 과잉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방어벽’과 ‘안전실’과 ‘지성소’, 그리고 ‘안식처’ 휴대폰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