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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끝이 아니야: 책소개, 작가 소개, 출판사 리뷰

아작 책방/65 아직은 끝이 아니야

by arzak 2019. 2. 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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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소설계의 스카우팅 리포트”

한국에서 가장 퀄리티 높은 작품과 작가들을 배출해온 
환상문학웹진 ‘거울’ 대표중단편선집 15년 만의 정식 출간




2003년 창간 후 매해 동인지를 발표하며 한국 장르소설계의 스카우팅 리포트이자, 한국 장르소설의 대표작가들을 배출해온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 중단편선이, 창간 15년 만에 처음으로 아작을 통해 정식으로 출간되어 나왔다. 출판인과 언론인이라면 모두 믿고 있는 ‘오타 자연 발생설’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스타일의 재난 스릴러 『아직은 끝이 아니야』를 표제작으로, 휴대폰 OS에 이식된 고양이들 이야기, 저승사자가 사람을 데리러 갔다가 고스톱을 치게 된 이야기 등 장르 불문, 무한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목차


안드로이드 고양이 소동 / 전삼혜 _7
내겐 너무 완벽한 로봇 / 엄길윤 _21
은방장군 / 곽재식 _31
인간의 이름으로! / 김주영(赤魚) _51
아이템 획득 / 김두흠(아이) _75
구제신청서 / 이서영(앤윈) _99
고양이 덫 / 손지상(DOSKARAAS) _133
궁천극지(窮天極地) / 김인정(미로냥) _171
피그말리온넷은 왜 다운됐는가 / 유이립 _215
아직은 끝이 아니야 / 고호관(karidasa) _253
뺑덕 어멈 수난기 / 전혜진(해망재) _293
뚜공! 우리의 지구 / 엄정진(pilza2) _329
냄새 / 이나경 _375
편집자 후기_435




저자 소개 (가나다 순)


    고호관

거울 필명 karidasa. 어린 시절부터 SF를 좋아해서 읽다가 자연스럽게 창작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과학잡지 기자로 활동하며 최신 과학 이슈를 찾아 콘텐츠로 만드는 일을 했다. 2015년 제2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다.

 

 곽재식

SF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색다른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글을 써왔다. 어떤 소재의 작품을 쓰더라도 날카로운 풍자와 위트를 잃지 않고,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가장 잘 아는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2006년 단편 소설, <토끼의 아리아>MBC <베스트극장>을 통해 영상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토끼의 아리아,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등 다수의 장/단편 소설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KBS <생생라디오 매거진><과학 매거진> 시간에 출연하면서 과학과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였다.

 

 김두흠

거울 필명 아이.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거울 8호에 <진화하는 장난감>을 실으며 필진에 합류했다. 2018년 중국 미래사무관리국이 운영하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에 SF단편 <사이보그가 되세요(欢迎成为生化人)>를 번역 게재했다. 작품집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2에 단편 <1억 원>(시작, 2009), 아빠의 우주여행에 단편 <애니멀 201>(황금가지, 2010)이 수록되었다.

 

 김인정

거울 필명 미로냥. 문학을 전공하고 게임 시나리오를 쓴다. 호노라 명의로 몇 권의 전자책을 발간했다.

 

 김주영

거울 필명 赤魚. 1997년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옴니버스 장편소설 나호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같은 동호회 시삽(동호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열 번째 세계로 제2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장편소설 부분을 수상했다. 단편과 장편, SF와 판타지와 라이트노벨 등 작품 길이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펼치며 꾸준히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 작가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 인생의 무게에 대한 진솔하고 따뜻한 접근, 무한한 스케일과 매력적인 이야기가 공존하는 작품세계로 독자를 매료시켜왔다. 최근에는 장편 SF 스릴러 시간 망명자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아시아필름마켓 북투필름 선정작에 포함된 바 있으며, 이 작품으로 제4SF어워드 장편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독자우수단편 2기 심사단(200973~2012111)을 역임했으며, 2015143호부터 다시 독자우수단편 심사단에 합류하였다. 현재 거울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20173월부터 한중 SF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담당한 바 있다.

 

 손지상

거울 필명 DOSKARAAS. 세미프로를 자처하는 소설가, 번역가, 자유기고가. 전공은 심리학. 소설은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 2009년도 올해의 단편 <당신의 를 삽니다>를 수상했고, 네이버 오늘의 문학 <괴수가 나타났다>, <패어웰, 마이셀프>를 했다. 여러 장르의 작법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우주아이돌 배달작전, 데스매치로 속죄하라, 일만 킬로미터 너머 그대, 스쿨 하프보일드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와 그녀의 왼손, 이별의 순간 개가 전해준 따뜻한 것,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등이 있다.

 

 엄길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를 좋아합니다. 정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에 반응하는 세상을 지켜보는 걸 즐깁니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뒤집혀야 합니다. 인물이 고난에 빠져 허우적대야 합니다. 그래야 진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정진

pilza2, 정희자, 엄정진 등의 필명을 사용. 거울 24호부터 필진으로 활동, 99호부터 편집진으로 활동중. U, ROBOT(공저), 아빠의 우주여행(공저), 코뉴코피아, 고치 짓는 여인등을 출간.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를 만들어 페가나의 신들, 달의 첫 방문자, 야만인 코난 시리즈 등을 번역 출간.

 

 유이립

2014 한국공포단편선집 돼지가면놀이 돼지가면놀이

2014 신기한 과학도구 스키마 리셋기

2017 한중SF교류프로젝트 치킨헤드

2018 자음과모음 계간지 여름호 그날로부터의 긴수로

 

 이나경

단편 <다수파>2016년 독자우수단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며 거울 필진에 합류했다. 탐정소설과 스릴러소설()이 출간됐고 환상소설과 SF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며 본작은 공포소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알쏭달쏭하거나 희한하거나 무서운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즐겨 쓴다.

 

 이서영

거울 필명 앤윈. SF와 판타지를 쓴다. 빈곤한 이들이 사랑하는 이야기, 노동하는 이들이 데모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혼자 쓴 책으로 악어의 맛, 앤솔로지로 이웃집 슈퍼히어로, 다행히 졸업, 여성 작가 SF 단편집이 있다.

 

 전삼혜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서울 출생. ‘문단의 아이로 태어났으나 청소년 SF의 길을 가열차게 달리고 있다. 목표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한국 SF를 더 많이 접하게 하는 것.’ 지은 책으로 날짜변경선소년소녀진화론이 있다.

 

 전혜진

거울 필명 해망재. 낮에는 회사에 가고 밤에는 육아를 하고 새벽에는 성실한 입금에 확실한 원고를 좌우명 삼아 만화를 만들고 소설을 쓴다. 웹툰 펌잇(PermIT!!!)과 앤솔로지 다행히 졸업, 소설 족쇄-두 남매 이야기자살 클럽등을 작업하였다.





출판사 리뷰


2019 장르소설계의 스카우팅 리포트

 

매년 시즌 시작을 앞두면 프로야구팬들을 위한 책이 발간됩니다. 바로 해당 해의 스카우팅 리포트죠. 각 선수의 특징과 능력치를 일별하고, 그 조합을 통해 팀의 완성도도 가늠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나 경쟁하는 팀에 어떤 선수들이 있고, 그들이 어떻게 활약할지를 살펴보기 위한 자료집이죠. 이미 스타가 된 선수를 비롯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선수들도 만나볼 수 있지만, 아직 이름이 낯선 선수 중에서 장차 더 큰 활약을 할 거로 보이는 선수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 말이죠. 한편, 본래 스카우팅 리포트는 말 그대로 선수의 능력을 판별하는 스카우터들이 만드는 일종의 보고서를 뜻합니다. 프로팀들은 이러한 문서를 바탕으로 어떤 선수를 영입하고 내보낼지 계산하죠. 이 친구가 앞으로 대성하겠는데? 끄덕끄덕.

 

SF를 기반으로 한 한국 장르소설계에도 이러한 스카우팅 리포트처럼 쓰이는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꾸준히 출간되어 온(그러나 아는 사람만 알았던) 웹진 거울의 문집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가 함께 모여 자유롭게 작품을 올리고 비평하는 거울은 한국에서 가장 퀄리티 높은 작품 혹은 작가들을 배출해 왔습니다(‘조아라등의 다른 플랫폼도 훌륭히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이 경우 추구하는 세부 장르가 약간 다르다고 해 두겠습니다). 특히 거울은 일정 기간의 작품이 쌓이면 그것들을 선별한 문집을 자체적으로 발간했죠. 이 문집은 일종의 동인지이고 비상업지였기 때문에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지는 않았습니다. ‘거울을 애정하는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이 문집들을 읽었죠. 그렇습니다. 거울의 문집은 스카우팅 리포트였던 것입니다. 초창기부터 소문난 거울작가들은 단행본 출판사들이 빠르게 계약을 맺었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거울에서 활동하는(혹은 거쳐 간) 작가들의 이름을 살피다 보면 큰 성공을 거둔 작가들도 꽤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수 년 동안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꾸준히 창작해오며 천천히 이름을 알리는 작가도 있고, 이제 막 등장해서 자신만의 감수성을 뽐내는 작가도 있습니다. 스타와 중견 베테랑과 신인들이 모두 모여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역시 이 작가는 좋아. 아니, 이 작가도 좋은데? 근데 처음 보는데 언제 데뷔한 거지? 뒤적뒤적.

 

아직은 끝이 아니야거울의 새로운 소설집입니다. 장르소설계의 2019년 스카우팅 리포트입니다. 업계의 오늘이 여기에 있습니다. 꽤 두꺼운 분량에 수많은 작가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일관된 스타일을 만나볼 수는 없습니다. 그 때문에 단행본으로서 특정한 방향성을 기대하셔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야구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나오는 선수들의 개성이 제각각이어도 그들 모두가 야구라는 세계 안에 있는 존재이듯, 거울 웹진에서 선별된 작가들은 모두 지금 우리가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커다란 주제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다양한 접근 방식을 읽는 것은 일관된 의식을 지닌 단편집과는 다른 재미를 안겨주죠. 특히 지나간 어떤 걸작선들도 보여주지 못하는 면을 만나보는 기쁨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 관한 것이죠. 동서고금의 작법 교육이 그렇듯, 작가들도 자신이 몸담고 겪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잘 쓸 수 있게 마련입니다. 외국의, 다른 시대에 살았던 대가들의 작품이 인류의 보편성에 기반해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아직은 끝이 아니야같은 작품집에서는 피부에 더욱 와 닿는 친숙함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인류 전반을 아우르는 보편적 공감대와 특수한 시대 상황 내에서 함께하는 이들이 갖춘 공감대를 비교하면 보통 전자가 훨씬 좋다고들 합니다. 확실히 그건 부정하기 어렵죠. 그러나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즐거움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마치 유행어나 은어의 덧없는 아름다움 같은 거죠.

 

왜 더 세련되고 보편적인 얘기만 선별해서 추려내지 않느냐고요? 왜냐면 그게 다는 아니니까요. 개성은 천차만별이고, 즐거움의 종류는 무한합니다. 한번 훑어볼까요. 진산마님이 돌아오셨나 싶은, 오래된 말투를 구사하는 이들이 펼치는 애절한 판타지가 있습니다. 휴대전화 OS에 이식된 고양이들 얘기가 있고요. 또 다른 고양이 얘기도 있는데 이건 장르소설혹은 거울의 스테레오타입에서 거의 벗어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승사자가 사람 데리러 갔다가 고스톱을 치게 된 얘기도 나옵니다(아니 근데 정말 맞고에서 3점으로 나는 동네가 어딘가요?). 출판인이라면 모두가 믿고 있는 오타 자연 발생설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스타일의 재난 스릴러(?)도 있습니다. 클래식한 설화를 현대풍으로 바꾼 작품? 물론 있습니다. 러브 스토리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호러물은요? 본격 호러는 아니지만 미묘하게 조여주는 작품은 있어요(클라이브 바커가 전체관람가용 순문학을 시도한 것 같은 오묘한 개성이 있습니다). 그럼 모든 게 다 있나요? 아쉽게도 430여 페이지에 모든 걸 담을 수 있었던 책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에 이 책은 매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재미있는 모든 것을 추구하는 방향성만큼은 확실히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코니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가 안겨준 교훈을 되새겨보시기 바랍니다. 신은 어디에 있나요? 스스로 사도가 되기를 자처한 이들의 마음과 몸과 행위 안에 있는 것입니다. 추구하는 행동 속에요.

 

그래서, 수많은 스타일로 왁자지껄하는 아직은 끝이 아니야의 몇몇 작품을 읽으면서 이건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창작자만큼이나 독자들의 취향도 천차만별이니까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재미있습니다. 랜덤한 선물이 담긴 상자를 열어보는 마음이지요. 내가 원래 좋아하는 것들, 역시 좀 내 스타일이 아닌 것들, 이것도 좀 별로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에 드네? 뭐지?

 

그렇게 한 걸음씩 함께 나아가는 즐거움이 이 책 안에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시고, 팬이 될 만한 새로운 작가를 만나시고, 새로운 스타일과 문장을 만나시면서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거닐어 보시기 바랍니다. 더 넓은 세상에는 더 많은 동료와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 어찌 후회할 경험이 될 수 있겠습니까? 어서 오세요. 이야기를 사랑하는 수많은 동료가 당신을 그 언젠가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