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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향유괴: 책소개, 저자 소개, 추천사, 출판사 리뷰

아작 책방/67 역향유괴

by arzak 2019. 3. 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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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 미스터 펫에 이어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한,

홍콩 미스터리의 새로운 물결 원샨의 대표작






글로벌 투자은행 A&B의 별 볼 일 없는 컴퓨터 엔지니어 즈덩런은 자신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는 날이 올 줄은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시작은 지극히 단순해 보였다. 동료가 회사 인트라넷에 올린 파일이 사라졌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그런데 얼마 뒤 누군가 A&B에 협박 메일을 보내 10만 달러를 요구하는 게 아닌가. 상대는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퀸타스의 융자 계획에 관한 중요 자료를 세상에 공개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신용도 박살 내겠다고 경고했다. 가장 난감한 일은 이 메일이 바로 즈덩런의 휴대전화에서 발송됐다는 사실! 퀸타스의 융자 계획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 네 명과 즈덩런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모두 호화 아파트에 격리되는데….

회사의 기밀도 ‘납치’될 수 있다?
실재와 가상 사이에서 요동치는 납치 사건, 
그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유일한 열쇠다!






저자 소개


원샨 (文善)


홍콩 출신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성실한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소설을 쓰고 있다.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작품공모전 결선에 오르며 입문했고, 현재 타이완 추리소설협회 해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업무에 필요한 연구 외에도 미식과 디저트, 여행은 물론 비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연구까지 관심사가 다양하다. 작품을 쓸 때, 매 페이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목표다.

미스터리와 SF를 결합한 이 책 『역향유괴』로 2013년 제3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받았 으며, 첫 장편 「점대점」으로 홍콩 금상장 영화제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홍콩의 떠오르는 신예 황하오란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 2018년 11월 개봉했다. 영화는 제38회 홍콩 금상장 영화제 편집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었다. 지은 작품으로는 국내에 이미 출간된 『사장을 죽이고 싶나』 외에 『점장님, 저 연애 고민이 있어요』 등이 있다.






추천사


이 작품은 새로운 시대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신종 납치 범죄에 관한 소설이다. 컴퓨터와 관련된 미스터리가 대세가 되고 있는 오늘날 이 작품은 탁월한 작품 구성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누가 봐도 21세기에 있을 법한 전위적인 소재에 착안한 작가의 재능은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 시마다 소지 (작가)

보통 납치를 소재로 하는 소설을 보면 몸값을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지를 묘사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역향유괴』는 이 부분에 있어 매우 뜻밖의 설정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 설정은 책에서 말하는 금융 이론이나 개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작품의 통일성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인물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작가는 주요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세대의 특징을 제대로 묘사했다. 또한 작가는 발군의 표현력으로 이 작품을 풍성하고 속도감 있게 설계했다. 
- 징샹 (영화평론가·번역가)





출판사 리뷰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미스터리를 부른
납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인질이 사람이 아니라 문서입니다.


제목부터가 인상적이었던 미스터리 소설 『사장을 죽이고 싶나: 우리는 해냈다!』로 국내에 소개된 작가, 원샨의 신작 미스터리입니다. 2013년에 출간됐고, 그해 시마다 소지상을 수상했습니다. 시마다 소지상은 중국어권 미스터리 중에서 기발하고 신선한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죠. 추리소설의 미래를 가늠하고자 하는 야심을 지닌 상이랄까요.

실제로 이 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은 설정이 무척 현대적입니다. 약간은 미래적이기도 하지요. 가상현실을 비롯해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수 있을법한 기술들을 미스터리 트릭의 근간으로 삼습니다. 추리소설의 미래는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지요. CCTV의 발달을 비롯해 각종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범죄 트릭이 대부분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고, 따라서 정통파 미스터리 소설이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새 배경을 찾는 겁니다. 발전한 과학이 새롭게 만들어낸 세계는 아직 ‘경찰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그만큼 트릭을 쓸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는 거죠. 시대가 바뀌었으니 미스터리도 그에 맞추어 새 세상으로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시마다 소지상은 조금 특별해 보입니다. 특별히 천재적인 작가의 데뷔를 기다리기보다는 미스터리 소설이 활동할 만한 판 자체를 바꾸어보려는 시도니까요.

시마다 소지상을 수상한 『역향유괴』도 이 상이 내건 기치에 걸맞은 작품입니다. 트릭이 발생하는 주요 배경은 SNS와 그 SNS를 개발하는 사업체의 운영 방식입니다. 독자들의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전문직종의 세계니만큼 신기한 면들이 많습니다. 특히 어떤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이 얼마나 다양한지, 거기에 어떤 특성과 옵션이 걸려 있는지, 그렇다면 그 옵션을 조정함으로써 회사와 투자자는 어떤 것을 얻고 또 잃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역향유괴』의 플롯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금융이나 기업 투자자들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해냅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돈을 버는 풋옵션 같은 경우도 설명을 듣고 나면 이해할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죠. 기업 투자라는 세계는 이상한 나라 같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종사하는 이들도 독특한 캐릭터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사장을 죽이고 싶나』에서도 금융과 기업 구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선보였던 작가 원샨은 『역향유괴』에서도 그 특징을 여지없이 발휘합니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투자 옵션에 대한 설명을 듣는 건 독자 입장에서는 뜻밖의 공부(!)처럼 느껴지지만, 이 떡밥들은 모두 안정적으로 회수가 되니 걱정 않고 시간을 투자하셔도 됩니다. 돈으로 돌아가는 그 바닥은 무척 냉혹하고도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죠. 소위 금융이나 경제 스릴러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등장인물들, 특히 악역에게 열렬한 캐릭터를 손쉽게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경제 스릴러는 결국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드라마로 향하게 마련입니다.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이야기’ 말이죠.

하지만 (시마다 소지상을 수상한) 『역향유괴』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원샨은 경제 스릴러가 가진 장점에 본격 미스터리의 플롯을 접목시킵니다. 이 소설은 일종의 유괴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유괴된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기업 비밀 정보를 담은 파일입니다. 이메일로만 소통하는 범인은 몸값을 내지 않으면 이 정보를 공개해서 주가에 타격을 입히겠다고 하죠. 그런데 범인이 요구하는 몸값이 너무 쌉니다.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주식 변동을 체크하는 와중에 범인이 주식 차익을 노릴 수도 없고 말이죠. 동기가 너무 수상합니다. 게다가 인질극의 대상이 된 회사가 이 사건을 담당할 태스크포스를 꾸리는데, 여기도 뭔가 이상합니다. 직원들은 경찰과 함께 집 하나를 빌려 합숙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만, 어쩐지 다들 하나씩 수상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들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죠. 정황상 태스크포스 내의 누군가가 이 사건의 범인과 내통한다고 의심되지만, 그게 누군지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역향유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숙소 겸 사무실이라는 밀실 안에서 누가 전화를 했네 안했네를 따지기만 해서는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없겠죠. 범인이 지정한 약속시간이 다가오면서 소설의 긴장감이 올라가고, 동시에 사건의 배경도 확장됩니다. 범인이 경찰의 미행을 상대하는 방식이 무척 신선하고, 이런 특별한 방식이 범인의 전체적인 큰 그림 안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그러니까 원샨이라는 작가의 뿌리는 역시 본격 미스터리인 것이죠. 『사장을 죽이고 싶나』가 신문물을 이용한 밀실 미스터리였다면, 『역향유괴』 역시 신문물을 이용한 고도의 납치극입니다. 앞서 범인이 요구한 몸값이 너무 낮았고, 그래서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말했었죠. 진정한 동기는 무엇인가… 꽁꽁 감추어졌던 트릭과 함께 진정한 동기가 밝혀지는 순간 제목의 의미도 밝혀집니다. 깔끔합니다. 떡밥은 모두 회수되고 사건의 진상은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순수한 미스터리 소설의 플롯에 따라 진행되는 납치극의 반전은 전통적인 미스터리 소설 팬들을 충분히 흡족하게 할 만합니다. 이런 게 잘 쓰인, 즐거운 미스터리 소설이죠.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미스터리를 부릅니다. 중국어권의 미스터리 창작계는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강국인 일본과는 다른 개성적인 노선을 확고히 한 거죠. 전통의 강국들 이외에, 새로 피어난 미스터리의 미래가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남서쪽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원샨과 『역향유괴』는 그곳에서도 눈여겨보아야 할 별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작가에게 베팅하신다면, 아마 그 주식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