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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의원, 필리버스터에서 <리틀 브라더>를 말하다

아작 책방/01 리틀 브라더

by arzak 2016. 2. 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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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26일) 오전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11번째 주자로 올라온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토론 도중 아작출판사의 첫 번째 소설 <리틀 브라더>를 언급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다음은 해당 발언의 속기록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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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금 더 쉬운 책을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소설인데요. 역시 사회과학 서적이라든가 이런 책은 어렵지만 소설은 읽기 편하지요.


제목이 ‘리틀 브라더’예요. 코리 닥터로우라는 사람이 쓴 장편소설입니다. 이 책은 아주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2015년도, 작년 10월 20일 날 발행이 된 책인데요. 제가 아는 지인께서 추천을 해 주셨는데 제가 오늘 무제한 토론 준비하느라고 다 읽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에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만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책의 주인공은 17살의 소년입니다. 아까 방청석에 학생들이 많이 있었는데 많이 있을 때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좀 아쉽네요.


17살 소년, 다들 게임 좋아하지요. 그런데 이 소년은 게임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가지고 학교 전산망을 해킹할 정도로 아주 재주가 뛰어난, 그래서 해킹이 주특기입니다. 그리고 수업을 팽개치는 게 취미입니다. 그런 삐딱한 17살 소년이 우연히 게임을 하던 중에 친구들과 함께 테러용의자로 지목됩니다. 그리고 국가정보기관으로부터 갖은 고초를 당하고 감시까지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세상에서는 이렇게 되면 17살짜리 소년이 굉장히 위축되겠지요. 겁나겠지요. 두렵겠지요.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소년은 여기에 맞서서 한판 유쾌한 싸움을 벌입니다. 헌법을 유린하고 SNS를 조작해 가지고 선거에까지 개입하려고 하는 국토안보부,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내용들이고요.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를 연상시키는 국가기관에 맞서는 17살 소년의 한판 승부입니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요? 궁금하시면 한번 구입해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제목을 ‘리틀 브라더’로 한 것 같습니다, 빅브라더를 연상시킨다고 해가지고. 이 책은 아주 흡입력 있는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한번 손에 쥐면 놓을 수 없다고 하네요. 게임을 좋아하는 우리 학생들, 청년들은 아마 좋아할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이런 것 같습니다. ‘학교 전산망을 해킹하다니 불량소년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이 되겠지요. 우리 어른들이 볼 때는, 그리고 학교의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학교장․선생님들이 볼 때는 위험인물이 될 수 있어요. 수업을 빼먹다니 이것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부모님 입장에서, 선생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17살 소년의 입장에서는 ‘나는 공부하는 게 재미가 없어요.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자꾸 딴생각만 나는데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그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멍하게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밖에 나가서 노는 게 더 낫지 않아요?’라고 이 소년은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해킹이라는 것도 어떤 해킹을 해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이 17살 소년이 해킹을 하지는 않겠지요. 자기 자신의 IT능력을 실험하고 그 능력을 키우다 보니까, 또 친구들과 경쟁하다 보니까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해킹전문가가 돼 버렸어요. 아마 그 과정에서 학교전산망 해킹도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관점에서 감시를 해서라도 뭔가 통제를 해야 되는 선생님들이나 교장선생님, 부모님 입장에서 볼 때는 이 17살 소년은 아주 위험한 인물, 나아가서는 테러도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테러분자가 될 수 있지요. ‘나중에 커서 너 뭐가 될래? 너 그렇게 수업 땡땡이치고 놀다가 사회에 나가서 뭐가 될래?’라고 생각하는 그 관점에서 보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눠서,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보는 관점에서 보면 나쁜 학생입니다. 그러니까 이 학생은 감시대상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논리가 성립하겠지요.

하지만 이 학생 입장에서 봅시다.


‘나는 재미로 해킹을 해봤다. 그러다 보니까 전문가가 됐다’, 그다음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금전적 이득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귀여운 범죄만 좀 저질렀지요. 그다음에 ‘수업, 뭐 나는 공부가 취미가 안 맞는데 어떡하냐’, 그런 학생 입장에서 볼 때는 있을 수 있는 행동이지요. 이 17살 소년의 입장에서 볼 때는 헌법 제10조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충실하게 누리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학생은 나쁜 학생이 아니고 그냥 사람이지요. 똑같은 사람, 우리랑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학생이 그런 감시사회를 만들어 놓은 미국사회의 감시체제에 대해서 맞서서 활약을 벌이는데요. 구체적인 내용들은 한번 보시기 바라고요.


한 가지 이것만 말씀드릴게요. 이 저자가 서문에서 이렇게 썼어요.


‘안녕하세요? 한국 독자 여러분, 서구에 사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한국은 100메가 광케이블, PC방, 프로게이머가 넘치는 약속의 땅입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한국은 인터넷으로 연결된 미래를 서구보다 미국보다 앞서 나갔지만 그와 동시에 디스토피아적인 감시 역시 선두에 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은 컴퓨터가 우리를 어떻게 감시할 수 있는지 경고하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묻는 책입니다’, 이 한국어판 서문이 소설치고는 참 진지합니다.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뭐 선진국의 인권활동가가 보내는 무슨 연대메시지 같아요.


이러한 저자의 자못 진중한 자세는 소설의 다층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흥미진진한 스릴러라고 단언하면서도 ‘인터넷시대의 시민권에 대해서 논쟁적인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실용 매뉴얼이다’라고 소개를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공익적인 테러 예방을 위해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나쁜 놈 감시하고……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 필요한 것 아니냐라고 해 오던 생각을 해 오셨다고 하면 이 두 가지 책을 통해서 다른 관점도 있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기본권을 망각한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기본권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상대방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별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테러방지법을 발의하신 새누리당 의원님들, 국가정보원,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두 가지 책을 반드시 읽으시기를 권유합니다. 책이라는 것은 읽으라고 강요할 수가 없지요. 안 읽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책은 자기가 읽고 싶을 때 읽어야 되는 거니까요. 다만 제가 읽어 보니까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고 좋은 책입니다. 이렇게 하니까 제가 책 장사 같은데 여기 저자들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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