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레키 장편소설 《사소한 기원》 리뷰: 광활한 우주의 변방과 좁디좁은 우주의 꼭대기, 문목하
정교하게 조직되고 감정적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픽션은 다 읽고 난 뒤에 반쯤은 픽션이 아니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면 독자는 머리로는 그것이 픽션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그것이 가짜 이야기란 걸 믿지 못한다. 앤 레키의 지난 라드츠 시리즈 3부작은 그 배경이 드넓은 우주이기 때문에 이 증세를 한층 더 심하게 만들었다. 이 세밀하고 치열한 이야기를 어느 먼 미래 어느 먼 우주에서 실제로 있을 이야기로 여기지 않기란 어려웠다. 그 우주와 관문들과 행성들은 단지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장구한 역사의 증언 같았다. 라드츠 우주가 너무나 생생하게 실재하는 공간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사소한 기원》의 행성들 역시 우리가 모르는 저 먼 어딘가에 정말로 숨어있을 것만 같다. 라드츠 우주여행에 ..
아작 책방
2020. 7. 2.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