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작출판사가 번역 출간할 첫 번째 책의 원제는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입니다. 저자 코리 닥터로우는 왜 이런 제목을 선택했을까요?
먼저 조지 오웰의 유명한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Big Brother)와 큰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빅브라더’를 검색해보면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두산백과)라고 되어 있네요. 또 ‘빅브라더’는 “긍정적 의미로는 선의 목적으로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 부정적 의미로는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들의 사회통제의 수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두산백과 사전은 “과거 빅 브라더의 실체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소설 속의 그것과 흡사한 감시체제가 현대에 이르러 실제 사회에서도 실현되기 시작하였다”라고 논평합니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의 규모와 맞먹는 국토안보부가 설치되고, 이들의 감시행동을 법적으로 보호해 줄 애국법이 통과된 상태”라고 지적하는데요. 소설 <리틀 브라더>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맞서 싸우는 대상이 바로 국토안보부이죠.
‘리틀 브라더’라는 말은 작중에서 국토안보부 인사들이 주인공의 활동을 비꼬는 말입니다. 정부가 아닌 개인이 정부의 대테러 안보정책을 방해하고 왜곡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일 텐데요. 그러나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입장에선 ‘빅브라더’에 대항하는 자신들의 리더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작가도 염두에 뒀겠지만, 요즘엔 ‘빅브라더’의 대비되는 개념으로 ‘리틀 시스터(Little sister)’란 말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중학교 정보수업 시간에도 나오는 개념이라고 하네요! 얼마 전 국제신문에 게재한 칼럼으로 ‘리틀 시스터’란 개념을 소개한 고영삼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님에 따르면, ‘리틀 시스터’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칼럼 말미를 한 번 같이 읽어보시죠.
“(...) 나는 빅 브라더와 대비된 개념으로 '리틀 시스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으로 번역되어 사용되는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속에서 '텔레스크린'을 통해 곳곳을 감시하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 반면 리틀 시스터는 '작은 자매들'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디지털 감시의 필요성을 인정할지라도 개인의 자율성 신장·공동체의 연대성 보장 등 우리가 중요하게 간주해야 할 가치 유형을 공론화하고, 이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권을 두고 다투지 않는 사람들이다. 디지털 기술을 자본의 가치 증식이나 국가 유지에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시민의 창의력 증진의 과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바로가기)
결국 코리 닥터로우가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도 고영삼 연구원님이 말한 ‘리틀 시스터’의 가치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개념어를 그대로 쓸 순 없고 주인공이 남성이니 ‘리틀 브라더’라고 간 것이겠죠. 이것은 스포일러가 아닙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소설책을 한 페이지만 읽어도 나오는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맥락 설명을 다 붙일 수는 없기 때문에 아작출판사에선 한국어판 제목을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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