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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닥터로우의 <양 목에 방울 달기> 리뷰.

아작 리뷰/10 양 목에 방울 달기

by arzak 2016. 6. 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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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보잉 코리 닥터로우 <양 목에 방울 달기> 리뷰. 

유행의 과학에 대한 코니 윌리스의 고전적이면서도 배꼽 빠지는 소설

http://boingboing.net/2016/04/26/bellwether-connie-williss-c.html

2016.04.26. 코리 닥터로우. 


 

<양 목에 방울 달기>가 출간된지도 어언 20여년이 흘렀다. <양 목에 방울 달기>는 관료제적 유행이라는 혼돈 속에 빠져버린 주인공을 다루는 코니 윌리스의 코믹 소설이다. 이 책은 내게 아주 좋은 인상을 남겼지만, 십년이 넘도록 다시 읽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오디오북을 한번 들어보기로 했는데, 다시금 사랑에 빠져버렸다. 


샌드라 포스터는 사회과학자로서 하이텍이라는 사설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서 그녀는 유행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다. 유행을 관찰하기에는 여기 만큼 좋은 곳도 없었는데, 회사 내부는 바람처럼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개념의 유행들로 휘몰아쳤고, 새로운 관리기법의 유행에 끊임없이 휘둘렸으며, 새로운 약어, 필참 해야하는 종일 감성 훈련, 자기계발 메세지가 적힌 셔츠 같은 것들이 넘쳐 났다. 


하지만 유행 연구자라도 하이텍은 일하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회사는 피터의 법칙(계층 사회 구성원은 각자의 능력 이상까지 출세하는데 이로써 상층부가 무능력자 집단이 된다는 법칙)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 플립은 보조원/패셔니스타로 무슨 일이든 해달라고 하기만 하면 한숨을 내쉬고 눈을 굴리는 습관 같은 극단적인 개성은 오로지 그녀의 무능력에나 비할 바였다. 플립은 실험실마다 잘못된 우편물을 배달해주고, 모든 일이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해, 모든 연구를 좌지우지 할 중요한 연구비 제안서를 내야하는 바로 그 날에 신청서를 잃어버리게 된다. 


플립의 무능함은 샌드라와 베넷의 운명을 테이프로 한데 꽁꽁 묶어 버렸다. 베넷은 동물 행동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혼돈 이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동경하고 있었다. 베넷의 신청서가 사라진 뒤, 샌드라는 베넷을 불쌍히 여겨 옛 남자친구에서 양떼 하나를 구해준다. 옛 남자친구는 유행을 쫓는 목장주로, 뜨거운 유행인 시베리아 식당에서 어떤 디저트를 시켜야 할지 항상 알고 있으며, 타조 농장으로 바꿀까를 고심하는 사람이었다. 


샌드라와 베넷은 양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지만, 대안은 베넷이 하이텍을 그만두고 카오스 이론 연구에 필요한 연구비를 구하는 것이었다. 샌드라는 그 시나리오를 별로 탐탁치 않아 해다. 그래서 둘은 양에서 유행의 전파를 연구하기로 하는데, 그건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그리고 보기보다 웃기다.) 


물론 순순히 되지는 않았다. 양에게 버튼을 눌러 먹이를 얻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동안, 하이테크 관리 부서는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바로 니브니츠 연구기금 수수께끼 같은 백만달러 짜리 연구기금으로, 이들은 그 선정 방식을 역설계하여 수여 받기로 했었다. 이 때문에 샌드라와 베넷은 관리부의 표적이 된다. 그리고 나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플립은 관리부를 설득해 비서를 받게 되는데, 비서가 오자마자 새롭고 더 나이들었으며, 능력있는 비서가 흡연자라 유행에 따라오지 못한다며 곧장 해고하려 한다. 흡연은 유행에 역행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코니 윌리스는 희극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양 목에 방울 달기>는 그 중 백미다. 247페이지가 놀랍도록 술술 읽히는 이 책은, 초기 인터넷이 개통되던 때, 그리고 유행의 속도가 점점 가속도를 얻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가던, 그 때 당시의 모습을 충실히 보존하고 있는 타임 캡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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