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작 리뷰/06 체체파리의 비법

(4)
"쓰이지 않은 정자는 어떻게 되지?", 팁트리 중편 '덧없는 존재감' 리뷰 팁트리 걸작선 에 여러 좋은 작품이 실려 있지만, 나는 그중 '덧없는 존재감'이라는 중편이 손꼽힐 만큼 인상적이었는데, 도입부 주인공의 꿈에 "몇 파섹 길이의 남근은 견딜 수 없는 내부 압박에 진동하며 맹목적으로 주위를 찔러댄다"는 구절에 이어 “슬픔에 잠긴 남근”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 애런은 “위대한 판이 죽었도다”고 흐느끼며 한탄을 한다. 역자는 판(Pan)에 관한 이 구절에 “플루타르코스가 처음 적은 이후 많은 시와 노래에 쓰인 구절. 예수가 태어나자 세상의 비탄 속에서 이전 시대의 신인 판이 죽었다는 뜻이며, 이 판은 목동의 신이 아니라 고대 신 전체를 대표하며, 그 죽음은 한 시대의 끝을 선포한다”고 주석을 붙였다. 간략히 잘 정리한 주석이고, 주석이 너무 길어질 수는..
오드 엔진(Odd Engine) 체체파리의 비법 리뷰 오드 엔진(Odd Engine) 체체파리의 비법 리뷰 https://oddengine.wordpress.com/2013/09/20/tiptree-in-context-the-screwfly-solution-part-5-of-5/ 피터, 2013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들을 최고로 꼽는다. 네뷸러상을 수상한 단편 은 정말 훌륭한 소설이다. 단지 기발한 이야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작품을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써내려 갔다는 점에 눈여겨 볼만 하다. 그녀는 이 소설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어린 시절 친구로 꾸며낸 라쿠나 셸던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다. 당시 ‘남자’로서 팁트리가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들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라쿠나라는 가짜 신분을 또 만들어야 했다. 은..
체체파리의 비법 : 더 버지(The Verge) 리뷰 체체파리의 비법 : 더 버지(The Verge) 리뷰 http://www.theverge.com/2012/9/29/3427770/the-classics-the-screwfly-solution 애디 로버트슨, 2012년 10대 시절, 나는 SF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에서 네뷸러상을 받은 모든 작품을 모아 작가의 이름을 적어가며 읽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정말 좋아했지만 대체로 저자 이름을 잊어버려서, 주요 줄거리와 스타일만 뒤죽박죽이 된 기억으로 남곤 했다. 심지어 내 기억에 남아 있던 단 하나의 이름은 진짜도 아니었다. 바로 라쿠나 셸던이었다. 라쿠나 셸던은 SF 작가인 엘리스 셸던의 필명으로, 1978년 “체체파리의 비법”으로 네뷸러상을 수상한 제임스 팁트..
'체체파리의 비법' : 출판사 서평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의 시대에 팁트리를 읽다 2016년의 대한민국에서 젠더문제는 매우 첨예한 이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의 남녀갈등 구도는 극심하다. 이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온라인에서 공기처럼 여겨지던 여성혐오 담론에 대한 일군의 젊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대처에서부터 나타났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 훨씬 더 큰 설득력의 울림을 지닌 단어가 되었으며 스스로가 페미니스트라고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과 젠더문제의 관계는? 젠더문제가 첨예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보아 두 개의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하나의 가설은 여전히 남성중심 사회가 공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남성중심 사회가 점점 더 해체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대부분 여성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