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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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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SF 완전사회. 16] 천재 신화는 우생학을 사랑한다 by 강현 천재 신화는 우생학을 사랑한다 인류가 욕망하는 것을 자제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우리의 ‘더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은 어마무시한 추진력으로 문명을 일구었다. 우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것이다. 잠을 유전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고 거기에 보편적으로 걱정되는 리스크가 아무것도 없다면? 부작용도 좋은 부작용만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런 가정을 갖고 시작한 소설이 있다. 낸시 크레스의 『허공에서 춤추다』(정소연 옮김, 폴라북스, 2015)에 수록된 「스페인의 거지들」이다. 「스페인의 거지들」의 주인공 리샤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불면인이다. 불면인은 잠들 필요가 없으며, 뇌 발달도 표준보다 우수하고, 노화하지 않는 신체를 가졌다. 리샤와 그의 아버지는 작중에 등장하는 ..
[칼럼 SF 완전사회. 15] 본성이 우리를 배반한다 by 심너울 본성이 우리를 배반한다 듀나의 단편집 『두번째 유모』에 수록된 「사춘기여 안녕」을 좀 훑어 보자.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정상이 아닌 이유는 ‘시술’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기를 정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자격 지심에 가득 차 있는 나는 별것 아닌 일로 폭력적인 소동을 벌인다. 그리고 그 폭력적인 소동을 벌이는 것 자체가 내가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요즘 세상의 아이들이 모두 받는 시술은 척추에 나노봇을 주입하여 진행된다. 그 나노봇들은 뇌로 직접 들어가 모종의 작용을 한다. 자세하게 묘사가 되지는 않지만, 이 시술에는 사람의 사고와 의지를 명료하고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개인의 머릿속에 휘..
[칼럼 SF 완전사회. 14] 과학상상화를 그리는 다양한 방법 by 이산화 과학상상화를 그리는 다양한 방법 개봉 전부터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우주 SF 블록버스터”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영화 를 넷플릭스에서 감상하는 동안, 초등학생 시절에 과학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매번 열렸던 과학상상화 그리기 대회가 문득 떠올랐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미래의 풍경을 상상해 그려 보자”는 취지를 가진 행사이니만큼 당시에 또래들이 그려낸 과학상상화의 단골 주제는 휘황찬란한 미래 도시나 사람을 돕는 로봇, 아니면 태극기를 달고 별 사이를 누비는 우주선 등이 대부분이었다. 한번은 조금 다른 걸 시도하고 싶어서 집에 있던 낡은 과학책 『프뢰벨 사이언스 스쿨』 시리즈에 소개되었던 궤도 엘리베이터를 흉내 내 그린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구조물이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겠느냐는 담임 선생님의 회..
[칼럼 SF 완전사회. 13] 우리는 어떤 자취를 남기게 될까 by 박해울 우리는 어떤 자취를 남기게 될까 타탸나 루바쇼바 글, 인드르지흐 야니체크 그림, 『ROBOT』 2021년이 밝자마자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작년 겨울엔 그리 춥지 않았는데, 올해 추위는 작년 몫이 합산된 건가?’라고 가볍게 여겼다가 기후변화에 대해 찾아보게 되면서 예삿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바람에 한반도에 한파가 몰아닥쳤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작년 여름엔 50일이 넘는 장마가 있었고, 겨울은 너무 따뜻했다. 재작년 여름은 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것뿐인가. 전 지구적 전염병 사태는 아직도 안 끝났다. 나는 이번 겨울이 생애 첫 겨울인 아이들은 이 날씨를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들은 외출할 ..
[칼럼 SF 완전사회. 12] 우리가 선택해야 할 속도 by 강현 우리가 선택해야 할 속도 태초에 기술이 세상을 더 행복하게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기차가 생겼으니 먼 곳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갈 수 있고, 약이 발명되었으니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그러나 세상에는 여전히 떨어진 가족과 죽어가는 환자들이 있다. 아직 그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없어서 그런 것뿐일까. 아니면 우리는 욕심이 많아 물리법칙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불가능한 소망을 원하는 것일까. 김초엽의 소설 은 우주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시간이 지나 우주를 여행하는 항법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수익을 따져보던 우주연방은 이전의 항법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전의 항법을 통해야만 갈 수 있던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들이 끊겼다. 우주를 사이에 두고 헤어진 가족들이 만날 수..
[칼럼 SF 완전사회. 11] 원래 명쾌하지 않은 우리 세상 by 심너울 원래 명쾌하지 않은 우리 세상 물리학자인 ‘나’는 어떤 수상한 비밀 연구소에 취직하게 된다. 이 연구소는 영혼과 사후세계를 연구하는 곳인데, 죽은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기부에 의해 유지된다. 그런데 내가 연구해야 할 것은 유령의 존재가 아니다. 유령의 존재는 이미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비밀 연구소에서 죽음 이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에 조우하게 된다. 이산화의 『증명된 사실』에 수록된 표제작 「증명된 사실」의 일부다. 작가 이산화는 음모론적인 설정을 즐겨 사용하는 작가다. 그의 소설 속 세상에서는 비밀스러운 배후 조직이나 외계인 따위가 자주 등장하고, 그들의 음모에 따라 세상의 비밀은 은폐된다. 구름 외계인, 죽음 연구소, 포악한 살인 펭귄..
[칼럼 SF 완전사회. 10] 허구가 현실의 옷을 걸치면 by 이산화 허구가 현실의 옷을 걸치면 어릴 적에 과학책을 적잖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현대과학사에서 출간된 전 4권짜리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동물이야기』 시리즈도 한 번쯤은 펼쳐 보았을지 모른다. 90년대에 어린이용으로 출간된 과학책 중에서도 상당히 기묘한 책에 속하니만큼 혹시라도 읽은 적이 있다면 기억해내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스라는 이름의 소년이 동물학자 아마이젠하우펜 박사와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각종 동물을 만난다는 개략적인 내용까지는 어린이를 위한 과학 서적의 보편적인 줄거리와 일치하지만, 그런 책에서 소개하는 동물이 거북 등딱지를 단 새나 날아다니는 원숭이처럼 기묘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인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이것이 1권과 2권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3권부터는 또 책의 분위기가 갑..
[칼럼 SF 완전사회. 9] 떠난 자와, 남아 있는 자 by 박해울 떠난 자와, 남아 있는 자 SF 장르에서 낯설지 않은 서사 중, ‘지구를 떠나는 인류’가 있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류가 지구를 떠나, 낯선 행성이나 우주 공간으로 향하여 모험을 떠난다. 이들은 신세계의 하늘 아래에서 외계생물과 싸우기도 하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 독특한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버려진 지구에 남겨진 인류’의 서사 또한 위의 서사 만큼이나 무궁무진하게 많다.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분투한다. 파벌로 나뉘어 싸우며 첨예한 갈등을 빚기도 하고, 연대하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계를 만든다. SF는 다가올 미래를 보여주며, 현존하는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해 화려하고 새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SF가 보여주는 본질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