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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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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위대한 작가더라도 데뷔작은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다" 《저기 인간의 적이 있다》,《도망치지 않고 뭣하느냐》, 《저는 가지 않을 거예요》 리뷰 by 홍지운 아무리 위대한 작가더라도 데뷔작은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다 요 근래 한국SF출판시장은 장마철 같다. 자고 일어나면 죽순 새싹처럼 유망한 신인이 불쑥불쑥 곳곳에 튀어나와있으니 말이다. 이 신인들이 돋아나는 토양 또한 다양하다. 오랜 이력을 자랑하는 공학박사나 신참내기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SF소설을 써서 화려하게 데뷔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SF문화가 폭우처럼 쏟아지니, 다양한 영역에 감춰져 있던 인재들이 새로운 경험을 양분삼아 세상 바깥에 그 재주를 당당히 내보이는 요즘이다. 그리고 이러한 풍토에 일조를 하였던 아작과 카카오페이지가 함께 하는 SF소설 신인작가 멘토링이 올해로 2회차가 되었다. 프로토타입으로 진행되었던 아작과 안전가옥의 멘토링까지 포함하면 벌써 세 번째다. 신인 작가들의 지속..
정보라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 작가의 말: "생존하고 기억하고 애도하며" by 정보라 생존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들 2020년은 혼란스러운 해였다. 누구에게나 그랬을 것이다. 나는 2020년에 오체투지를 열심히 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두 번 오체투지를 했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온종일 오체투지를 했다.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않았고 사람이 죽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엉망이 되었고 또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는 걸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오체투지를 할 때는 그런대로 즐거웠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차별금지법 제정 오체투지는 국회 주변을 오체투지로 한 바퀴 돌았다. 나는 차별금지법 제정될 때까지 근성으로 계속 돌아야 되는 줄 알고 긴장하고 갔는데, 그건 아니고 한 바퀴만 돈다고 하셔서 약간 실망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될 때까지 오체투지를 해야 했다면 나..
정보라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 리뷰: “비록 우리의 싸움이 매번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 by 홍지운 비록 우리의 싸움이 매번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 정보라 작가의 인사말은 “투쟁”이다. 행사장에서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채팅창에서 작별인사를 할 때도 투쟁으로 시작해 투쟁으로 끝맺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싸움은 집회 현장과 지면 그리고 삶 속에서 항상 현재진행형이었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러하다. 그런 그의 새로운 단편집이 나왔다. 제목은 《그녀를 만나다》이다. 이번 책에서도 그 특유의, 투쟁의 에너지는 여전히 넘쳐흐른다. 다만 그 싸움의 방식이 예전보다 더 정제되고 노련해졌을 뿐. 눈앞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식이 아니라, 투쟁에 앞서 동지를 찾고 결의를 맺으며 전선을 구축한 뒤 집요하게 승리를 추구하는 식이라고나 할까? 비록 그 싸움이 매번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지라도, ..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 수상작가 최의택 인터뷰: "글을 쓴다는 건 우리 존재를 세상에 한 번 더 외치고 알리는 일" “얼떨떨하고 당황했어요. 이사하고 짐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수상 소식을 들어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처음엔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이젠 제 삶, 제 인생이 됐죠.”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의택 작가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상 선정을 듣던 순간을 떠올렸고, 10여 년 전 처음 글쓰기 시작한 시절을 회상했다. 국어 시간을 싫어하던 자신이 글을 쓰고 있다며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1991년생으로 선천성 근육위축증을 앓는 최 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휠체어에 앉아 세상을 바라봤고,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둬야 했다. 어느 날 바깥에 돌아다니는 장애인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상 수상작 ‘지금, 여기, 우리, 에코’..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 수상작 <슈뢰딩거의 아이들> 작가의 말: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by 최의택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어딘가 독특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실제로 소외된 아이들이 모여 세상에 대고 외치는 이야기를 옮긴 소설이다. 이번 문윤성 SF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그들의 외침을 전달하는 나 또한 그간 비슷한 외침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십여 년 전, 장애로 인한 체력적인 문제로 학교를 그만둔 이후, 나는 사실상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채 살아왔다. 어느 정도는 스스로의 선택이었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마냥 모른 척할 수만은 없는 무언가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고 지금 여기에 나를 있게 한 것일지 모른다. 본격적으로 SF..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 수상작 <슈뢰딩거의 아이들> 작품 해설: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소설만의 방식" by 김초엽 한국 최초의 장편 SF 《완전사회》를 쓴 문윤성 작가를 기리는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전, 그 첫 회에 무려 100편이 넘는 장편 소설이 투고되었다. 특정한 경향성을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다채로운 작품이 접수되었고, 특히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각각의 개성과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심사위원들이 본심에 올린 작품들을 살피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았던 것은 이 작품들이 동시대의 독자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있고 서사가 잘 짜였는가, 그리고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나눌 만한 의미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것이었다. 현대 SF가 다루는 이야기는 소재와 서사, 주제 등 그 범위가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어가는 추세다. 따라서 작품을 폭넓은 의미에서 SF로 ..
곽재식 연작소설 <ㅁㅇㅇㅅ: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 작가의 말: "절대로, 절필 선언 하지 마라" by 곽재식 인생을 살다 보면, 오늘은 왜 이렇게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거지, 싶은 날이 있지 않은가? 참고로 나는 거의 매일이 그렇다. 일상생활의 작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고, 동시에 한번 걱정도 한 적 없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일이 어긋나서 골칫거리가 된다. 그러면서 마음속 한편에 갖고 있던 큰 근심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꾸준히 노력하면 잘 될지도 모른다고 품고 있던 꿈에 다가가고 있는 느낌도 아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아침에 면도를 하다가 베여서 턱에 상처가 났는데, 그러고 나서 출근길 버스를 타려고 카드를 대었더니 카드가 잘 인식이 되지 않아 갑자기 천 원짜리 현금을 구하려고 부산을 떨게 된다. 뛰어다니다 보니 문득 어깻..
곽재식 연작소설 <ㅁㅇㅇㅅ: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 리뷰: "곽재식은 한국 SF계의 스타다" by 홍지운 곽재식은 한국 SF계의 스타다. 항상 과학적이거나 역사적인 소재들을 본격적으로 작품 안에 녹여내면서 쾌활함과 날카로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다. 그것도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수많은 작품을 쓰는 내내 말이다. 집필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에 있어 곽재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기에 한국 SF계에서는 곽재식 작가에 대한 경의를 담아 한 사람이 작품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곽재식과 비교하는 ‘곽재식 속도’라는 단위계를 농담처럼 사용하기도 한다(1 곽재식 속도는 6개월에 단편 4개를 작업하는 집필 속도를 가리킨다. 단, 곽재식은 본인이 2 곽재식 속도로 집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곽재식은 만물박사이기도 하다. 《한국 괴물 백과》에서 한반도에 전해지는 괴담과 요괴를 수집해서 정리하기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