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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책 소개, 저자 소개, 추천사들

아작 책방/12 별의 계승자

by arzak 2017. 11. 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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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 아이작 아시모프




제임스 P. 호건은 이미 이웃 일본에서는 일본판 휴고상이라 할 수 있는 성운상(星雲賞)을 세 번 수상할 만큼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1981년에 본서 《별의 계승자》를 시작하여 1982년에 《The Genesis Machine》 그리고 1994년에 《Entoverse》로 해외장편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이 중 《별의 계승자》와 《Entoverse》는 모두 ‘Giants’ 시리즈에 속한 작품으로 이 시리즈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호건은 1986년 제25회 SF 대회(DAICON5)가 개최되었을 때는 해외 게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는 다른 매체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적으로 SF 애호가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마지막 제목이나 2005년 개봉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건담]의 부제목은 모두 이 책의 일본어판 제목인 ‘별을 계승하는 자(星を繼ぐ者)를 사용하고 있다. 


호시노 유키노부가 4부작으로 만화화하기도 했으며, 만화판도 2013년 성운상 코믹부문을 수상했다.



간만에 표지로도 호평을 얻어 대표를 두 배로 기쁘게 한 효자 상품




SF의 주인공, 과학의 귀환

과학소설의 흐름은 스페이스 오페라 등으로 활기가 넘쳤던 1950년대를 지나 뉴웨이브가 등장한 1960년대로 이어졌다. 이는 외우주가 아닌 인간 내부의 세계인 내우주를 다루면서 통속화된 과학소설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이를 통해 과학소설은 더욱 넓은 문학적 영토로 퍼져나간 반면 판타지나 순문학과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 과정에서 과학과 기술은 과학소설의 중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자 역시 과학소설의 주인공은 과학이어야 한다는 독자들의 갈망이 생겼고, 이에 호응하는 작품과 작가들이 다시금 나오기 시작했다.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도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달에서 약 5만 년 전의 것으로 밝혀진 인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상호 모순되는 사실들과 의문점이 발견되자 과학자 집단들이 모여 그 해답을 풀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여러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별의 계승자》는 그 전개 방식이 각별하다. 다른 작품들의 경우 그런 발견을 계기로 인류가 외행성으로 진출하게 된다거나 새로운 진화단계로 넘어가는 등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소설은 오로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모순된 증거들에서 모순을 제거하고 미스터리를 풀어가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갈등관계와 그 해소라는 스토리텔링은 이 소설에서 조연에 불과하다. 


《별의 계승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5만 년 전에 달에서 죽은 인간 시체'에 대해 증거와 논쟁점을 여러 개 나열한 뒤 그걸 짜 맞추어 결론(또는 가설)을 도출하고 그 가설을 두고 다시 논쟁을 벌이느라 바쁘다. 이는 과학이 성장하는 방식 그 자체이다. 과학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이 소설의 주요 테마인 셈이다. 마치 과학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과학이라고 선언하는 듯 말이다. 그렇다보니 이 소설이 인류의 기원이나 전쟁, 외계인 등 스케일이 큰 소재들을 전개시키는 무대는 그 비밀을 풀려는 과학자들의 논쟁이 벌어지는 작은 연구소다. 잠시 가니메데와 가니메데행 우주선으로 무대가 옮겨지기도 하지만 주 무대는 변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자칫 명확한 클라이맥스가 없고 제시된 증거들도 도출되는 결론이 쉽게 예상되는 등 지루한 소설이 되기 쉽지만, 이 책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을 때조차 반전을 숨기고 있어서 ‘과학이 주는 경이감'이라는 SF 특유의 카타르시스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한 편의 훌륭한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사실 가설을 제시하고 그에 맞추어 증거들을 조합하는 과학적 행위는 추리소설과 무척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독자는 여러 정보를 제시하고 퍼즐을 맞추며 비밀을 밝혀 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추리소설 풍의 지적인 유희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태양계 전체에 걸친 트릭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추리소설을 편애하는 독자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놀라운 점은 이 소설이 출간된 지 40년이 되었음에도 그다지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이라면 DNA 검사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찰리의 인종 문제와 같이 현재의 과학기술에 비해 뒤처진 부분도 있고, 좁은 실내에서 종일 담배를 피우는 구시대적인 정서도 갖고 있지만(이 소설이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흡연 혐오'에 대한 SF적 분석이 궁금하다면 코니 윌리스의 《양 목에 방울 달기》를 읽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빛바랜 느낌이 거의 없다. 이는 앞서 말했듯 소설이 과학자들의 논쟁을 주로 따르고 있고, 이러한 과학적 논쟁 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그간 축적된 이론의 양이 다를 뿐, 먼 미래에도 과학자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논쟁을 할 게 틀림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학회 SF’라는, 소설업계에선 존재해선 안 되는 장르를 제대로 개척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물론 칭찬이다). 이렇게 대단히 위험한(?) 소재를 활용하여 오히려 오래도록 통용될 소설을 쓴 저자는 역시 뛰어나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이 소설이 건조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열성적이지만 낭만이나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지만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기는 어려운 강사의 기초과학 강의처럼 말이다. 하지만 주인공 헌트가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 갔을 때의 묘사 등을 보면 나름 시적이고 정서적인 감흥까지도 주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SF-판타지 세계에는 타고난 시인들이 많다보니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필수영양소의 결핍을 막을 정도는 된다. 사실 제임스 P. 호건이 문장력으로 승부하는 작가는 아니다보니 이런 점에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인물이 정형화되어 있고 스토리의 나열에 그치는 느낌을 주는 서술방식 등 《별의 계승자》는 '소설'로서의 결점과 한계가 뚜렷한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그런 결점들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만드는 진眞 주인공인 '과학적 사고'의 매력이 수십 년째 빛나고 있다.


호건은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과학이 주는 경이감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과학소설의 재생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편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작으로 《별의 계승자 2: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과 《Giants’ Star》를 통해 본서에 잠시 언급된 미네르바인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월인의 전쟁은 어떻게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그렸다. 또 이렇게 3부작으로 이야기를 완결 지은 이후에도 《Entoverse》(1991), 《Mission to Minerva》(2005)를 발표하였다.




작가 소개


제임스 P. 호건 (James P. Hogan)194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호건은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등 순탄하지 않은 성장기를 거쳤다. 그러다가 왕립항공연구소에서 5년간 장학생으로 공부하면서 전기, 전자, 기계공학의 이론과 실제를 두루 섭렵해 훗날 과학소설 작가로서 성공하는 토양을 다진다. 60년대에 설계 엔지니어나 세일즈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70년대 들어서는 컴퓨터 회사에서 세일즈훈련 프로그램을 담당하기도 했다. 1977년에 첫 장편 『별의 계승자』를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둔 뒤, 1979년부터 전업 작가로 나서서 이제까지 장편소설, 중단편 작품집, 논픽션, 에세이 등 40권 이상의 책을 냈다. 1977년 이후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별의 계승자』 외에 『미래의 두 얼굴 The Two Faces of Tomorrow』(1979), 『과거로부터의 여행 Voyage from Yesteryear』(1982)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성운상(星雲賞)의 해외 장편 부문에서 세 차례나 수상하고 만화로도 리메이크되는 등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각종 추천사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 아이작 아시모프

SF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어떤 아이디어에 드라마적 상상력을 부여하여 이끌어 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배움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나는 전설과 마법 따위 믿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델레이 출판사가 ‘별의 계승자’를 출간하기로 결심한 바로 날, 그곳에 뭔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던게 틀림 없다. 
- [SF 북리뷰]

철저한 하드 SF지만 구성이 뛰어나서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고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 [아날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