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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 책소개, 저자 소개, 출판사 리뷰

아작 책방/71 아자젤

by arzak 2019. 8.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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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만 3천만 부가 넘게 팔린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가 돌아왔다!

 


지적인 역사 추리 소설을 읽는 즐거움 
혹은 ‘움직이는’ 보통 탐정 판도린과의 첫 만남


1876년 모스크바. 한 청년이 화창한 봄날의 공원에서 자살한다. 막 스무 살이 된 러시아의 하급 관리 에라스트 판도린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살자가 매력적인 젊은 여인에게 빠져 친구와 목숨을 건 내기를 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의 배후가 풀리는 것 같은 순간,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그를 공격해오고, 자객은 짧게 한마디를 중얼거린다. “아자젤.” 과연 판도린은 ‘아자젤’의 비밀을 밝히고, 그들의 음모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목차

 

1 어떤 파렴치한 탈선행위가 묘사되다_7
2 대화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_30
3 ‘등이 굽은 대학생’이 출현하다_40
4 미의 파괴적인 힘에 대해 말하다_55
5 심각하고 불쾌한 일들이 잠복해서 주인공을 기다리다_77
6 미래의 인간이 등장하다_94
7 교육학이 가장 중요한 학문임을 확신하게 되다_112
8 부적당한 때에 스페이드의 잭이 나오다_130
9 판도린에게 출세의 가망성이 나타나다_143
10 푸른 서류가방이 등장하다_162
11 아주 긴 밤이 묘사되다_183
12 주인공이 자신의 머리 주변에 후광이 있음을 알게 되다_216
13 6월 25일에 일어난 사건이 묘사되다_238
14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다_265
15 올바른 숨쉬기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증명하다_288
16 위대한 미래가 전기에 있음을 예언하다_307
17 주인공이 청년 시절과 작별하다_328

작품해설_343

 

 

 

 

저자 소개

보리스 아쿠닌

러시아의 수필가이자 번역가, 평론가로, 인기 추리 소설 작가이다. 본명은 그리고리 샬보비치 치하르티시빌리로 아쿠닌이란 필명은 일본어로 ‘악인’을 의미한다.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에서 일본학을 전공하고, 《외국 문학》의 부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러시아 어로 번역했다. 1998년부터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0권에 달하는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아자젤의 음모』, 『리바이어던 살인』, 『터키 갬빗』, 『아킬레스의 죽음』, 『특수 임무』, 『5등 문관』, 『대관식』, 『죽음의 정부(情夫)』, 『죽음의 정부(情婦)』, 『다이아몬드 마차』)를 비롯하여 역사 추리 소설인 ‘수녀 펠라기야 시리즈’ 등 20권 이상의 추리 소설, 리메이크 소설, 희곡을 써냈다. 대표작인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는 러시아에서만 15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아쿠닌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번역: 이항재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투르게네프의 후기 중단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 연구교수와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을 지내고 현재 단국대학교 러시아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의 정치학 : 투르게네프 소설 연구』『사냥꾼의 눈, 시인의 마음』『러시아 문학의 이해』(공저) 등이 있고 러시아 문학에 관한 많은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미르스키의 『러시아 문학사』, 투르게네프의 『귀족의 보금자리』와 『첫사랑』, 부닌의 『아르세니예프의 생애』『숄로호프 단편집』『추콥스키 동화집』『내가 처음 만난 톨스토이』『학교에 간 필리포크』『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지적인 역사 추리 소설을 읽는 즐거움 
혹은 ‘움직이는’ 보통 탐정 판도린과의 첫 만남


1980년대 중반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 1991년 소연방 해체의 과정에서 형성된 포스트 소비에트문학 지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으로 대변되던 본격(고전)문학의 쇠퇴와 대중문학의 급부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본격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의 경계 약화, 출판의 상업화, 검열과 금기의 해제, 대중적 취향의 변화 같은 다양한 문학사회학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연애소설, 판타지, 추리 소설 같은 대중문학에 대한 러시아 독자들의 관심은 전례 없이 높아졌고, 특히 추리 소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한마디로 추리 소설이 러시아 출판시장과 서점을 점령해 버렸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보리스 아쿠닌은 마리니나, 돈초바, 디쉬코바 같은 여성 추리 소설 작가들과 함께 러시아 추리 소설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전국의 아쿠닌화’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쿠닌 열풍은 러시아를 뜨겁게 달구었고, 아쿠닌의 소설은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유럽, 미국, 아시아에서도 아쿠닌 열풍이 불고 있다. 아쿠닌의 손끝에서 태어난 에라스트 판도린 형사는 ‘러시아의 셜록 홈즈’로 불리며 아쿠닌 열풍을 선도하고 있고, 2019년 현재 열여섯 권이 나온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는 러시아에서만 3천만 권 이상 팔려나갔고, 전 세계 30여 개국 이상에서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아자젤』은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의 첫 번째 추리 소설이다. 현대 러시아 추리 소설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아쿠닌은 누구이고, 『아자젤』의 무엇이 독자들을 이토록 열광케 한 것일까?

보리스 아쿠닌의 본명은 그리고리 샬보비치 치하르티시빌리로 1956년에 조지아(그루지야)에서 태어났다. 아쿠닌이란 필명은 러시아 최초의 아나키스트인 바쿠닌을 연상케 하고, 일본어로는 ‘악인’을 의미한다. 치하르티시빌리는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 대학 역사-철학부에서 일본학을 전공하고 [외국 문학]의 부편집장으로 일하면서 미시마 유키오, 마루야미 겐지 같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했고, 20권짜리 ‘일본 문학 선집’ 출판의 편집 책임을 맡기도 했다. 또한 『작가와 자살』을 쓴 문학평론가이도 하다. 1998년부터 그는 ‘보리스 아쿠닌’이란 필명으로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리바이어던』, 『터키 갬빗』, 『아킬레스의 죽음』, 『특수 임무』, 『5등 문관』, 『대관식』, 『죽음의 정부(情夫)』, 『다이아몬드 마차』 등등)로 불리는 역사 추리 소설, ‘수녀 펠라기야 시리즈’ 등 60권 이상의 추리 소설, 리메이크 소설, 희곡을 써냈다.

전통적으로, 상업성, 오락성, 도식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중문학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아예 무시해 왔던 러시아의 평론계는 아주 예외적으로 아쿠닌의 ‘새로운’ 추리 소설들을 고전문학의 품격을 지닌 대중문학,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현대인의 취향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지적인 추리 소설’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쿠닌 스스로 ‘음모 추리 소설’이라고 부른 『아자젤』에는 추리 소설의 전형적인 모티프와 요소들(자살, 살인, 격투, 구금과 탈출, 음모, 돈, 미모의 여인, 사랑, 카드, 러시아룰렛)이 얽히고설켜서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판도린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고아처럼 성장하여 경찰서 수사국의 최하위직 서기가 된 젊은 판도린은 타고난 성실함과 희생정신으로 온몸을 던져서 문명 세계에서 권력을 장악하려는 ‘아자젤’ 조직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판도린은 냉철한 추리력과 분석력으로 무장한 기존의 ‘안락의자’형 탐정들(뒤팽, 홈즈, 푸아로와 미스 마플)과는 달리 어이없는 실수도 하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좌충우돌하지만 결국은 ‘아자젤들’을 소탕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러시아의 독자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새로운 유형의 평범한 경찰, 이른바 ‘움직이는 탐정’과 하나가 되어 판도린의 실수에 안타까워하고 판도린의 성공에 환호하면서. 끝내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하고 승리하는 판도린의 대활약에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이다. 소비에트의 이념 대신에 돈과 부정과 마피아가 판치는 현실 공간에서 불안하게 살아가는 러시아인들에게 판도린은 악을 응징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러시아인 ‘람보’였던 셈이다.

이런 주인공의 매력 외에도 『아자젤』에는 역사 소설, 유토피아 소설, 공상과학 소설, 신화소설(‘아자젤’이란 명칭 자체가 성서적이고 신화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궁금하신 분은 소설을 읽어 보라. 소설 속에 답이 있다.)의 요소가 뒤섞여 있다. 아쿠닌은 섬세한 문체로 19세기 후반의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와 영국(템스강 유역)의 현실과 풍경(거리, 의상, 장식물)을 재현하고 있다. ‘아자젤’ 조직의 수장과 블랑크 박사의 인간 개조 및 사회적 우생학에 대한 관심은 토머스 모어와 쥘 베른의 SF를 생각나게 한다. 인간의 수단화와 비인간화, 과학을 통한 개조와 획일주의에 기초한 아자젤 집단의 유토피아 사상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은 러시아 문학의 휴머니즘적 전통과 맞닿아 있고, 이러한 진지한 문제 제기가 『아자젤』을 단순히 재미있고 극적인 추리 소설이 아닌 지적인 새로운 추리 소설로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아자젤』은 범죄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영국 추리 소설보다는 범죄 묘사 그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는 프랑스 추리 소설에 가깝고, 이런 의미에서 이른바 ‘경찰 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적인 추리 소설보다 사건의 현장감이 생생하고 진행이 더 역동적이며 긴장과 스릴이 넘친다. 또한 고전적인 추리 소설과는 달리 사건과 서사의 중심에 주인공 판도린 형사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자젤 조직에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니콜라이, 주로프, 브릴링, 아말리야, 에스터, 커닝엄, 블랑크)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고, 이들 모두가 자기 나름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사건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도스토옙스키의 다성악적 소설을 생각나게 한다. 또한 19세기 러시아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패러디한 인물들(리자, 아말리야, 주로프), 고전의 인용과 부분적인 리메이크는 고전에 대한 아쿠닌의 해박한 지식과 고전을 경배가 아닌 유희의 대상으로 삼고 역사와 고전의 내용을 대중적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려는 포스트 모던한 작가 정신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