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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흔:바스라그 연대기 2 / 책소개, 추천사, 작가 소개,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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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 기괴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SF와 판타지, 호러를 뒤섞은 압도적인 기묘함,
로커스상, 영국판타지문학상, 독일 쿠르트 라츠비츠상 수상작!
휴고상, 세계판타지문학상, 아서 C. 클라크상 후보작!

 

 

압도적으로 기묘한 세계로의 초대. 두 개의 위성을 가진 달이 뜨는 몽환적인 바스라그의 세계, 대양을 떠도는 해양 도시 아마다에서 벌어지는 해적과 기이한 종족들이 펼치는 숨가쁜 모험. “톨킨은 판타지 문학의 엉덩이에 돋은 종기”라며, 동화 같은 판타지 문학의 전복을 선언했던 뉴위어드(기괴문학)의 기수 차이나 미에빌. 인종주의와 성차별이 만연한 기존 판타지 월드를 비판하며 과학소설보다 더 과학적이며, 공포소설보다 더 괴기스러운 바스라그의 세계를 창조했다.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을 시작으로 『상흔』, 『강철의회』로 이어지는 [바스라그 연대기] 3부작 모든 도서가 독일의 휴고상인 ‘쿠르트 라스비츠 상’을 받았고, 아서 C. 클라크 상과 영국판타지문학상, 로커스상 등을 휩쓸며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것이 차이나 미에빌이다!”

 

 

 

 

추천사

 

이 거대하고 복잡하고 매우 탄탄한 소설에서 차이나 미에빌은 다가올 미래의 픽션을 새로이 정의하고 창조했다. 
- 닐 게이먼, 소설가

이 작품은 정치적 우화나 알레고리가 아니라 모험 이야기지만, 미에빌의 전복적인 사회주의가 작품 전체에 스며 있다.
- 존 몰리뉴, 아일랜드 사회주의노동자당 활동가

처음부터 끝까지 매혹적인 작품. 미에빌은 이 작품에서 대단히 독창적인 세계를 이루었다.
- 덴버포스트

꿈과 악몽, 본능적인 속삭임과 시각적인 이미지, 무의식적 감각들이 넘쳐나는 이야기.
독창적인 구성, 환상적인 캐릭터, 사고를 자극하는 언어.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미학적, 과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소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차이나 미에빌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의 힘과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 라이브러리 저널

 

 

 

 

저자 소개

 

차이나 미에빌

 

영국의 환상소설 작가다. 런던에서 태어나 1994년 케임브리지대학 클레어 칼리지 사회인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1년간 공부했으며, 2001년 런던정경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첫 장편 『쥐의 왕』을 발표하며 주목받은 이래, '어번(urban) 판타지 3부작'으로 불리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상처』『강철의회』 등을 통해 판타지 문학의 혁신자로 떠올랐다. 또한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으로, 2001년 사회주의 연맹 후보로 하원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동화"라며 J. R. R. 톨킨류의 판타지로부터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는 그는 뉴위어드(New Weird) 작가 집단의 일원이다. 그는 현실에 지친 독자들을 위로하는 판타지 대신, 현실보다 현실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발표될 때마다 유수의 문학상 후보작으로 거론되었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휴고 상·네뷸러 상·세계환상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아서 C. 클라크 상과 영국환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독자들에게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 2001년 아마존닷컴 편집자들이 선정한 그해 최고의 판타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옮긴이: 이동현

SF/판타지/호러 번역가. 대학에서 행정학과 영문학을 공부했고, 웹진 [거울]의 번역 필자로 활동하면서 루 시어스 셰퍼드, 댄 시몬즈, 클라이브 바커 등의 중단편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팀 파워스의 『아누비스의 문』이 있고, SF/판타지 총서 [웅진팬덤스토리] 1기를 기획하기도 했다.

 

 

 

 

 

출판사 리뷰

 

순도 95% 다크 판타지의 진한 맛

차이나 미에빌은 현대 SF-판타지 작가군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스타일이 확고하고 그 안에 메시지를 심는 능력도 뛰어나죠. ‘바스라그 연대기’는 이러한 차이나 미에빌의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 대표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포문을 연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은 그만큼 충격적이었죠. 스팀펑크와 러브크래프트풍의 다크 판타지(혹은 호러)가 섞여 있는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은 SF와 판타지의 경계 구역을 거니는 멋진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작품이 충격적이었던 건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줄곧 시도되던 ‘다크 판타지와 SF의 접목’을 ‘드디어’ 장편 분량으로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이었죠.

특히 영미권에서는 다크 판타지와 호러 혹은 SF를 연결하는 작업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었습니다. 이 작업들은 장편보다는 중편이나 단편에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는 고딕 소설이 장편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비논리적인 세계가 등장인물들을 압도하는 이 다크 판타지 세계에서는 장편 모험 소설에 필수적인 ‘영웅의 귀환’이라는 스토리 공식을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나 클라이브 바커,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토머스 리고티 등의 작가들은 이러한 약점을 일부러 선택했습니다. 귀환할 영웅 혹은 그에 준하는 반영웅조차 아예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평범한 혹은 나약한 주인공의 파멸이야말로 세계의 비이성적인 강력함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이기 때문이죠. 스토리의 정점에서 현실은 초현실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꿈이 주도권을 쥔 세계에서는 영웅 신화가 ‘논리적’으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차이나 미에빌은 이 ‘위어드(weird)’ 혹은 ‘뉴 위어드’의 세계에 또 다른 스타일을 융합시킵니다. 그것은 바로 위어드 문학계의 철천지 원수인 톨킨파 정통 판타지입니다. 악몽의 세계를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두려는 위어드 소설과 달리, 정통 판타지는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환상의 세계관을 탄탄하게 설정하고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영웅 신화를 꾸려가죠. 이렇게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은 ‘위어드 문학’이 자랑하는 소재인 환상과 불확실성에 현실이라는 옷을 입혔습니다. 그냥 봐서는 식물이고 곤충 같은 종족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며 사회를 구축하죠. 등장인물들은 각 종족별로, 또 각 종족 내에서도 계급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특이한 능력과 기이한 기술들이 끝없이 등장하는 바스라그 세계는 사실 이 인간 세계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19∼20세기를 떠올리게 하는 과학 기술을 가진 이 세계는 그 사회적 발달 과정 역시 서구 유럽의 비슷한 시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확실히 환상적인 요소들이 모두 지구 인간 사회의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죠.

여기서 차이나 미에빌의 문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경 묘사와 심리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인물들의 대화나 액션은 상대적으로 짧게 치고 나가는 전개 방식은 현대 작가들보다는 19세기의 거장들과 더 닮아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나 찰스 디킨스처럼, 차이나 미에빌은 전지적 시점의 화자에게 주도권이 갔을 때는 시적 흥취를 풀어내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바스라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상흔』의 프롤로그만 봐도 알 수 있죠. ‘뉴 위어드’의 기수인 차이나 미에빌은 작품의 세계관에서 몽환적인 특징을 거의 덜어낸 대신, 현대 대중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기나긴 호흡을 이용해서 현실적인 장면들을 몽환적으로 연출해 냅니다. 세계관에서 덜어낸 환상성을 스타일을 통해 재부여한 것이죠.

이러한 스타일상의 특징은 전작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에 비해 『상흔』에서 더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주요 배경인 ‘아마다’가 바다 위에 세워진 해상 도시이고, 수많은 사건들이 바다의 위아래에서 벌어지기 때문이겠죠. 아무리 그 위에 탄탄한 세계관을 세우더라도, 바다라는 배경 자체가 근본적으로는 미지의 세계일 수밖에 없습니다(그래서 러브크래프트의 세계에서 심해는 우주와 동급으로 다루어집니다). 특히 『상흔』의 프롤로그는 사실상 크툴루풍 괴기 단편 소설로 독립시켜도 무방할 정도로 기이한 불길함을 뿜어내는데, 본편이 시작되고 나면 그런 분위기가 싹 사라지고 마치 해양 모험 소설 『혼블로워』 같은 분위기로 싹 갈음됩니다. 그래서 프롤로그는 '장전된 권총'처럼 독자의 뇌리에 남게 되는데….

이게 대단히 멋진 타이밍에 터집니다. 그러면서 『상흔』은 스팀펑크의 ‘튼튼한’ 세계관 밖으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던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를 넘어서 환상의 영역으로 일정 부분 움직입니다. 스토리가 폭발할 때 환상성도 확 터져 나오는 거죠. 그때부터 바다, 특히 심해라는 ‘위어드’한 영역과 기존 바스라그 시리즈의 탄탄한 판타지-펑크 세계관은 서로 뒤섞여 공존합니다.

여기서 주인공인 벨리스 콜드와인의 성격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냉철하면서도 자의식이 대단히 강해서 좀처럼 약해지지 않습니다. 때로 감상에 젖기는 하지만, 그건 아무도 없을 때만 이뤄지는 비밀스러운 취미일 뿐입니다. 따라서 『상흔』의 스토리는 벨리스를 압박하고 굴복시키려는 형태보다는 그녀에게 도전 과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를 통해 『페르디도 거리의 기차역』에서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해 비교적 ‘멀쩡한 옷’을 입어야만 했던 기이한 요소들은 『상흔』에서 좀 더 마음 편히 본색(?)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이한 존재들이 등장하더라도 벨리스를 움츠러들게 만들지는 못하니까요. 이미 바다에서 온갖 괴상한 것들을 봐온 해적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애초에 아마다라는 도시 자체가 무슨 바닷사람들의 전설 같은 곳입니다. 수백 년 동안 나포한 배들을 엮어 만든 해상 도시라니요. 거기 사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뭘 보고 놀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상흔』은 외적으로는 좀 더 ‘위어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등장인물들이 거기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며, 결국 이 역경들을 극복하며 성장한다는 주류 장편 소설의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내적 외적 요소들을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조합하고 그 균형을 맞춰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기예를 바라보는 것 같은 즐거움이 생겨납니다. 미에빌은 정말 영민한 작가입니다. 그리고 『상흔』은 쥘 베른과 찰스 디킨스와 러브크래프트를 21세기 고딕 문화라는 최신 필터로 증류시켜 뽑아낸 그 무엇입니다. 아주 검고 약간 푸른 이 알코올에서는 피와 바닷물의 냄새가 납니다. 한 잔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스마트하고 우아한 장편 장르 소설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불길한 세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어두운 열기로 가득한 『상흔』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안겨드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