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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해마: 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의 말, 추천사, 출판사 리뷰

아작 책방/81 유령해마

by arzak 2019. 11. 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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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사랑보다 끈질기다
인공지능을 넘어선 인공지능, 사람들은 그것을 해마라고 불렀다
압도적인 데뷔작 『돌이킬 수 있는』 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

특이점을 넘어선 범용 인공지능 ‘해마’ 이야기. ‘해마’는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가진 여러 개의 인공지능을 한데 담을 수 있는 그릇이자,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대로 자극과 정보를 기억하고 추론하는 범용 인공지능이다. 또한 인간의 손이 닿기 힘든 모든 일을 몸체를 바꿔가며 처리하고, 사람들의 모든 질문에 답한다.

하지만 실수로 우주에서 조난을 당한 해마 ‘비파’는 수십 년 전 자신이 구조했던 한 여성, 이미정의 삶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기자로 일하는 이미정은 젊은이들의 돌연사와 관련해 거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법정 투쟁을 진행 중이고, 해마는 뜻밖에 자신이 중앙에서 받은 해결할 수 없는 임무의 해답이 이미정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저자 소개

문목하

 

웹진 [크로스로드]에 소설을 게재하며 습작하던 중 SF 전문 출판사 [아작]을 발견하게 된다. 투고한 원고가 계약돼 2018년 첫 소설을 출간한다. 2018년 겨울에 발표한 데뷔작 『돌이킬 수 있는』으로 한국 SF와 장르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SF와 판타지, 미스테리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돌이킬 수 있는』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2019 문학나눔’ 사업에서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으며, 국내외에서 영상화를 앞두고 있다. 『유령해마』는 작가가 두 번째로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김보영 작가의 추천사

천재는 이처럼 예고도 전조도 없이 나타난다.

『돌이킬 수 있는』의 문목하 작가가 돌아왔다. 전작에서 SF의 온갖 장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세기의 로맨스를 선보인 작가가, 전작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벌써 돌아왔다. 이미 ‘이처럼 큰 사랑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를 해 준 작가가 놀랍게도 한 번 더 ‘아니, 다시 볼 수 있었네’ 하고 감탄해 마지않을 이야기를 한다. 전작처럼 SF의 장치를 날아다니듯이 활보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인간사에 관여하는 ‘해마’. 표면상으로는 데이터의 현신이며 인간의 도구이지만, 그 행태는 인류를 지켜보고 관여하며 돕는 작은 토속신들이나 다름없다. 작가는 놀랍게도 AI의 시선에서 세상을 서술하는 것만으로, 미래의 유비쿼터스 세상을 작은 신들이 인간과 함께 어울려 사는 듯한 신화적인 풍경으로 탈바꿈한다.

해마 중 하나인 나, ‘비파’는 재난현장에서 자신을 쫓아 나와 스스로 살아난 한 여자아이를 잊지 못한다. 그녀가 ‘사람’으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지 못한 사람, 구하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더 되는가?’

비파에게 미정은 잊히고 버려진 아이들의 상징이며, 또한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 다시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이름이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정’은 늘 자신이 혼자인 줄 알았을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져 혼자 삶을 버텨내는 줄 알았을 것이다. 언제나 자신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한 해마가 늘 함께하는 줄을 알지 못하고.

둘은 자신의 소망을 위해 가장 필요한 상대가 서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 둘이 마침내 조우하고 펼쳐지는 모든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부디 직접 감상하시라.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의 향연을 보리라.

이 소설은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문목하 작가는 SF적인 상상력은 끝 간 곳 없이 펼쳐놓으면서도, 문장마다 세심하게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야기는 놀랍게도, 펼쳐지면서도 또 응축된다. 해마 편의 서사는 행성 전역을 오가며 무한의 네트워크 우주를 떠도는 이야기지만, 미정 편의 서사는 현실적인 법정 싸움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해마 세계의 묘사 또한 환상적이다. 작가는 AI를 인간과 다를 바 없이 그려내는 오류도, 사물화하거나 대상화하는 오류도 범하지 않는다. 해마는 인간과 다른 사고체계와 능력을 갖고 있는, 자신들만의 문화와 지향점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종(種)이다. 소문과 정보에 탐닉하고 임무에 집착하며 ‘이런 피가 흐를 놈’이라든가 ‘이런 바늘로 찌르면 피가 날’이라는 말을 욕설로 쓰는 기계생명체들. 이들은 모두 사랑스러우며, 이들의 눈으로 관조하는 인류 또한 사랑스럽다. 작가는 아직 우리 세상에 오지 않은, 그리고 머잖아 올 새로운 종의 모습을, 또한 그 종과 어우러져 살아갈 우리의 모습을 인류학자가 묘사하듯 탁월하게 펼쳐 보인다. 또한 그 세상이 사랑스러우리라는 기대마저도 갖게 한다.

어디서 이런 작가가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다. 질주하는 전개는 무협과도 같고 펼쳐지는 사랑은 세상을 다 들었다 놨다 할 법한 세기의 로맨스며, 미스터리 구조는 엇나감 없이 촘촘하게 짜여 있고 SF 장치의 활용은 이 장르에 닳고 닳은 독자들까지 정신을 쏙 빼놓는다. 심지어 전작에 이어 더할 나위 없는 여성의 서사를, 강인함과 너그러움을 동시에 갖춘 탁월한 여성의 서사를 보여준다. 전개는 거침없으면서도 단단하고, 메시지는 강렬하면서도 따듯하다.

SF는 읽기 어렵다고 불평한 독자가 있다면 첫 장을 펼치자마자 콸콸 흘러가는 스토리텔링의 물살에 휩쓸려가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며, SF에 더 이상 새로움은 없다고 믿었던 독자가 있다면 무한을 향해 펼쳐지는 지적인 상상력의 향연을 볼 것이다.

문목하 작가는 우리가 그간 무엇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 채 기다려왔던 것들을 고루 다 갖춘 작가다. 천재는 이처럼 예고도 전조도 없이 나타난다.

나는 뭐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싶게 허둥허둥 살아왔으나, 이런 작가에게 추천사를 바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대충 괜찮게 살아왔나 싶을 만큼 기쁘다. 문목하 작가, 당신은 멀리 갈 것이다. 어디든지 거칠 것 없이 나아가시라.

 

 

 

문목하 작가의 말

소설과 일기를 쓰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 없지만, 다른 글들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소설 본문 외의 저자 사진도 서문도 작가의 말도 원치 않는 다소 괴팍한 취향의 독자인지라 나 자신도 작가의 말을 쓰길 피하지만, 써야 할 이유가 있을 때는 예외다. 이 거친 글을 쓰는 이유는 김보영 작가께서 이 책의 서점 리뷰를 쓰실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사랑하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에게 리뷰를 받는 게 과연 행복하기만 한 일일까? 나는 편집장님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안 되겠냐고 말하고 싶은 걸 참느라 무진 애를 썼다. 이 책의 리뷰 때문에, 김보영이 소설을 쓸지도 모를 시간을 낭비한다고? 어림도 없지!

그러나 거절하는 것이야말로 내겐 더 어림없는 일이니, 차라리 다음과 같은 사실을 미리 밝혀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김보영 작가님, 당신은 내게 깊은 영향을 주다 못해 거의 번민에 시달리게 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당신의 소설 때문에 얼마나 행복에 겨워 감동하고 좌절하고 질투하고 즐거워하며 혼자서 야단법석을 떨었는지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리뷰를 쓸 상황이라면, 당신의 그 흘러넘치는 재능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한때 출판계약서에 서명하길 망설인 적이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당신의 중단편 작품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SF소설에 눈길을 주는 일이 늦어졌으리라는 것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 이야기를 이보다 길게 쓸 필요는 없으니 책 이야기를 하자. 비록 김보영의 작품 중 가장 사랑하는 건 초기 단편집 두 권이지만, 이 책을 준비하며 자주 들춰본 건 비교적 최근작인 『얼마나 닮았는가』이다. 앤 레키의 말도 안 되게 감동적인 라드츠 시리즈(『사소한 정의』, 『사소한 칼』, 『사소한 자비』)에서도 영향받았음을 밝힌다. 영향을 받았다고 믿고 있으며, 영향을 받았길 원한다.

물론 우리는 각자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앤 레키는 압도적 규모의 제국주의에 맞서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썼고, 김보영은 특정 유전자를 지닌 인류가 다른 특정 유전자를 지닌 인류를 사물로 취급하는 현상을 은유적으로 빗대어 썼다. 내가 이 책에서 쓴 것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사소한 정의』를 읽지 않았다면 나는 다양한 구조의 자아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얼마나 닮았는가』와 AI 개발 현장의 과학자들이 남긴 여러 글이 없었다면 기계의 인지능력에 생기는 맹점에 대해 오래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캐런 메싱의 『보이지 않는 고통』과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도 일부 설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쳤음을 밝힌다. 하나의 책은 예외 없이 그 책의 저자가 읽은 수백 수천 권의 책들에 빚지고 있다. 서점 리뷰를 핑계 삼아 이를 고백할 기회를 얻어서 다행스럽게 여긴다.

이 글이 어디서 어떻게 사용될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김보영 작가께는 전달되리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이 글을 평온한 마음으로 끝맺을 수 있을까?

어림도 없지!

 

 

 

 

출판사 리뷰

 

마음은 방랑이 만드는 것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과 (아마도 나노 기술로 만들어진 듯한) ‘해마체’라고 불리는 독특한 육체-로봇을 '애드온'으로 사용하는,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는 통합 제어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해마라고 불리는 이들은 주로 각종 공공 업무에 투입됩니다. 인간과 같은 역할을 맡은 해마들은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초인간적인 애드온의 힘을 빌려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해마들은 전국의 모든 인간(단,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칩을 삽입한 경우에 한 해)의 삶을 파악하고 추적할 수 있으며, 데이터 형태로 전송될 수 있는 그들의 ‘인격’은 우주까지 가서 인공위성을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제하는 인공지능, 가치판단에 특화한 프로그램. 해마들은 인간이 자신의 결점을 보완해서 창조한 도구이면서 가장 인간과 닮은 존재입니다.

그렇습니다. AI에 관한 이야기는 대체로 AI에게서 인간성이 발현되는 모습을 그립니다.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과 비슷한 설정을 가진 AI를 이미 만나본 바 있을 겁니다.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당연히 인격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우주 전함용 인공지능의 일대기를 다룬 앤 레키의 라드츠 제국 시리즈죠. 인격을 갖고 있고, 자신의 승조원 모두의 감각과 연결돼 있어서 그들의 삶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인공지능 말입니다. 문목하 작가의 『유령해마』에 등장하는 주인공 해마 '비파'도 이와 비슷합니다. 단지 해마들의 경우에는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뿐이죠. 이 소설의 도입부는 이 소설이 풀어야 할 숙제, 즉 감정의 부재를 보여줍니다. 독자는 직관적으로 이 작품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지 알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모범적인 스타트죠. 하지만 독자가 전개 방식까지 예측할 수 있다면, 그 소설은 재미있는 소설이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문목하 작가는 『유령해마』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하나는 낭만적인 스타일입니다. 주인공 비파는 자신의 이야기 대신에 또 다른 주인공인 인간을 ‘너’로 부르며 그녀의 이야기를 한참 들려줍니다. 2인칭 전개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하나는 ‘너’에 관한 정보 전달을 주관적인 존재에게 맡김으로써 전달되는 정보에 누락을 발생시켜 일종의 서술 트릭을 구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를 보는 나’가 다른 어떤 시점보다도 낭만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를 바라봄으로써 저장된 데이터를 서술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너를 애호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비록 화자가 아직 그런 감정을 갖지 못했거나 자각하지 못했을 때조차 말이죠. 그래서 소설 초반부의 2인칭 시점은 이미 이 소설에 낭만성, 즉 감정을 부여합니다. 소설 초반의 비파는 아직 뭔가를 애호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저 몇몇 존재에 대한 호기심만 갖고 있을 뿐인 유사 인격 프로그램이지만, 작가는 이 해마가 서술하는 포지션을 설정함으로써 그에게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드라마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아마 이러한 낭만성은 작가의 두뇌보다는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공지능들끼리 주고받는 ‘암호’에 관련한 설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충분히 고난도의 암호를, 그러니까 비선형적인 로직을 가진 ‘열쇠’를 만들 수 있음에도, 작가는 이들 사이의 암호를 그냥 패스워드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어떤 단어를 고르고 그 단어를 맞히는 거죠. 이 암호는 암호로서의 효율보다는 상대의 세계관 혹은 성격을 파악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소통의 연결고리죠. 이는 문목하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낭만적이고, 그 낭만이 어떤 측은지심에 기반하고 있죠.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령해마』에서도 서로에게 마음을 건네는 선한 세계가 형성됩니다. 이 세계는 아마도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진부함을 비껴가기 위한 이 소설의 두 번째 장치는 해마들이 데이터 형태로 살아가는 ‘중앙’이라는 서버 혹은 세계입니다. 해마들에게는 현실 세계라 할 수 있는 ‘중앙’은 그곳만의 규칙을 몇 가지 갖고 있습니다. 비파 역시 해마이므로 이 규칙을 따르는데, 그가 평범한 해마의 위치를 벗어나면서 이 규칙과 어긋나게 됩니다. 하지만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해마로서 살아갈 수가 없죠. 따라서 규칙을 부수거나 우회해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특별한 발상들이 필요하고요. 이 과정에서 SF의 보편적인 즐거움을 만날 수 있으며, 몇 가지의 제약이 스토리를 더 급박하고 타이트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앙’은 비파의 성격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장치로도 사용됩니다. 하나의 장치를 다각도로 써먹는 건 좋은 서사의 특징이죠. 비파는 몇몇 사정에 의해 ‘중앙’이라는 집에 정기적으로 돌아갈 시기를 놓치게 되며, 이 격리 과정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체감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떤 슬픔에 가깝습니다. 비파는 인간과 같은 고독과 불안에 노출됨으로써 비로소 마음을 체득하죠. 관찰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를, 그는 몇 차례의 고독을 통해 스스로 발견합니다. 결핍이 마음을 만듭니다. 모든 ‘생각하는 존재’는 패턴이 무너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순간을 마주함으로써 마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고통을 겪은 자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측은지심의 세계가 꽃을 피웁니다.

『유령해마』는 이야기의 스케일 자체가 거대하지는 않습니다. 해마와 ‘중앙’에 관한 설정은 섬세하지만, 그걸 스펙터클하게 이용하지는 않죠. 하지만 그 변화는 ‘충분’합니다. 딱 충분할 만큼만 스케일을 키운 『유령해마』의 스토리 감각은 그래서 깔끔하다는 인상을 안겨줍니다. 섬세하게 조절돼있다는 느낌이 들죠. 문목하 작가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제 두 번째 장편입니다. 첫 작품도 인상적이었고, 두 번째 작품도 인상적입니다. 판을 짜는 능력도 좋고 문장도 스타일이 있고요. 이제 다시, 혹은 드디어, 한국 SF가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을 본격적으로 배출하게 된 걸까요? 네, 물론 미래는 모르는 거죠. 그리고 할란 엘리슨이 말했듯 작가가 되기보다는 작가로 계속 살아가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작가는 후자에 속할 거라고 믿습니다. 어떤 종류의 내기가 들어오더라도 후자에 걸겠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여러분도 저희와 같은 쪽에 서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