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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서 읽을 만한 크리스마스 소설과 시 20편 by 코니 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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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zak 2021. 12. 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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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코니 윌리스 크리스마스 걸작선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와 <고양이발 살인사건>의 부록입니다.

 

잠자리에서 읽을 만한 크리스마스 소설과 시 20편

 

크리스마스에 읽기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좋은 영화를 찾기보다 좀 까다롭다. 지금 나와 있는 책들은 하나같이 너무 달콤하고 짜증 날 정도로 영적이거나, 아니면 약물중독이나 매춘이나 학대하는 부모를 극복하고자 하는 어떤 사람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 영적이지도,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자살하고 싶을 만큼 우울하지도 않은 스무 권의 책이 있다.

1. 최초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마가복음 1장 18절부터 25절까지, 2장 1절부터 18절까지. 누가복음 1장 5절부터 80절까지, 2장 1절부터 52절까지)  여기엔 우리가 소설에서 원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모험, 흥분, 사랑, 배신, 착한 사람, 악한 사람, 아슬아슬한 탈출, 신비에 싸운 이방인, 그리고 흥미진진한 추격 장면 등등. 그리고 훌륭한 후속작 예고까지.

 

2.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A Christmas Carol)》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시작하는 유일한 길은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말부터 해야겠다.”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말의 의심이 없도록 증명해주는 완벽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다. 스크루지와 작은 팀과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과 “내가 삶에 이 쇠사슬을 매달았어”라는 대사와 커튼 달린 침대와 칠면조와 ‘우리 모두를, 빠짐없이 축복하소서!’라는 구절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다시 읽지 못할 이유는 없다.

 

3. 크리스토퍼 몰리의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The Tree That Didn’t Get Trimmed)>  속이 느글해질 정도로 감상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전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분명한 이 단편은 아무도 사주지 않고 외면하는 바람에 선조들의 모든 죄를 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주제의 궁극이랄 수 있는 고통과 속죄에 관한 감동적인 우화를 얘기하며 끝을 맞이하는 나무의 이야기다.

 

4. 로버트 프로스트의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s)>  로버트 프로스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과묵함과 견실함이라는 뉴잉글랜드 정신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독창적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와 결부시키기 좋아하는 그의 다른 시 <눈 오는 저녁에 숲에 들르다>가 그렇고, 아니면 전나무가 가득한 동산을 소유한 어느 남자와 그 나무들을 사고 싶어 도시에서 온 다른 남자의 이야기인 이 시가 그렇다.

 

5. 바버라 로빈슨의 《세상에서 제일 멋진 크리스마스 연극(The Best Christmas Pageant Ever)》  어느 교회의 아기 예수 탄생 연극이 도둑질과 욕과 (여자아이까지도) 흡연을 일삼는 끔찍한 목동네 아이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이 온건한 동화는 새로운 고전의 탄생이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성취를 일궈내는 동시에 마리아와 요셉과 ‘누더기 옷에 싸인’ 아기의 이야기를 목동들처럼 새로운 시선으로 볼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해준다.

 

6.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산타랜드 다이어리(Santaland Diaries)>  공영라디오 채널에서 이 작품을 처음 들은 순간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히고 말았다. 이처럼 심술궂고 이처럼 냉소적이고 이처럼 있는 그대로 크리스마스를 다룬 작품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데이비드 세다리스가 크리스마스에 관해서 수많은 작품을 썼긴 하지만 메이시스 백화점의 장난감 코너에서 요정으로 일했던 시절에 관한 이 일기는 여전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7. 토머스 디쉬의 <산타클로스 절충안(The Santa Claus Compromise)>  여섯 살배기들이 마침내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고 산타클로스의 진짜 정체를 밝히기 위해 탐사 취재를 하려 한다는 내용의 이 미래 우화는 요즘 같은 집단 권리 운동 분위기에서 쓰일 수 있을 듯하다. 이 이야기가 아직 풍자가 가능했던 1974년에 쓰였다는 사실이 오싹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든다.

 

8. T. S. 엘리엇의 <동방박사들의 여정(Journey of the Magi)>  성경은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까지 가는 여정이 어떠했는지, 또는 그 여정을 완료하는 데 얼마만 한 감정이 소모됐을지, 아니면 그 뒤로,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됐을 때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9. 데이먼 러니언의 <춤추는 댄의 크리스마스(Dancing Dan’s Christmas)>  20세기에 먼지가 앉았을 때, 나는 데이먼 러니언이 마침내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영리한 줄거리와 언어에 대한 틀림없는 감각과 젊은 남녀와 갱단의 일원과 사설 마권업자와 코러스 걸과 주사위 도박꾼과 구세군 영혼구원자와 고급 창녀와 밑바닥 인생과 시골뜨기와 사랑스러운 실패자인 그의 인물들이 끝없는 찬사를 받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야비한 갱단원과 산타클로스 복장과 다이아몬드 화장품 케이스와 약간 너무 많다 싶은 톰과 제리가 포함된 <춤추는 댄의 크리스마스>를 뽑았지만, 힘든 결정이었다. <팜비치 산타클로스>와 <세 명의 현자들>이 아까운 차석을 차지했다.

 

10. 아서 C. 클라크의 <동방의 별(The Star)>  SF 장르의 마스터가 쓴 SF의 고전인 이 작품은 동방박사들을 베들레헴으로 안내한 그 별에 대한 곤혹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11.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  오 헨리는 또 한 명의 과소평가된 작가로서 이 소설의 줄거리를 베낀 수십 편의 소설과 희곡, 시트콤이 목격된다. 하지만 그것들 중 어느 것도 회중시계 줄과 대모 머리빗 세트에 얽힌 짤막한 소품인 원작의 매력이나 스타일을 베끼지는 못했다.

 

12. 제인 랭턴의 《기념관 살인사건(The Memorial Hall Murder)》  미스터리 팬 여러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에는 풍성한 크리스마스 소설과 셜록 홈즈(<푸른 카벙클>)에서부터 에르퀼 푸아로(《크리스마스 살인》)까지 수많은 탐정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아마 탐정인 호머 켈리를 만나보거나 대학 성가대가 <메시아>를 리허설하는 도중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이 미스테리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헨델과 성가대 이상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지는 않는다. 더 이상의 살인도 없다.

 

13. 존 모티머의 <럼폴과 크리스마스 정신(Rumpole and the Spirit of Christmas)>  PBS에서 방영하는 <미스터리>에 나오는 성마른 영국 중앙형사법원 직원, 호레이스 럼폴을 본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정신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고, 사실 그는 그렇다. 이 소설이 잘 먹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부디 존 모티머에게서 ‘크리스마스 정신’의 새로운 의미를 배워보시길.

 

14. 찰스 디킨스의 <종소리(The Chimes)>  <크리스마스 캐럴>은 디킨스가 쓴 스무 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나는 그것들을 다 읽어보겠다고 결심했고, <종소리>를 읽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아마 여러분들도 그럴 것이다. 여기서 세세하게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엄청나게 유명한 어느 크리스마스 영화의 줄거리가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라는 어느 남자에 관한 이 디킨스 소설과 수상쩍을 만큼 비슷하다는 점만 말해두겠다.

 

15. 《소원과 바람: 월리 램의 크리스마스 이야기(Wishin’ and Hopin’: A Christmas Story)》  린든 존슨 대통령과 드라그넷과 비틀즈의 시대를 배경으로 (가족들 누구도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는) 유명한 사촌이 있는 데다 가톨릭계 학교의 크리스마스 성극에 북 치는 소년으로 뽑혔지만 여자애들한테 더 관심이 많은 5학년 남자애에 관한 이 이야기에는 우리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이 나온다. 수녀와 묵주와 부정한 생각과 불 켜진 광배를 두른 천사와 콜라 칵테일과 피구와 영화와, 그리고 아네트 퍼니첼로 말이다.

 

16. 베아트릭스 포터의 《글로스터의 재봉사(The Tailor of Gloucester)》  ‘피터 래빗’으로 명성을 얻은 베아트릭스 포터는 영국 서부에 있는 친척들 집에 머물 때 시장이 의뢰한 외투 바느질을 끝내기 전에 병이 났는데 몸이 나아 작업장으로 돌아오니 기적처럼 재봉이 끝나 있었다는 재봉사 얘기를 들었고, 이를 성질 고약한 고양이와 사면초가에 몰린 쥐 몇 마리와 버찌 색깔 실의 꼬임에 관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짜냈다. 포터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삽화들이 들어 있고 줄거리도 매력적이다.

 

17. 랭스턴 휴즈의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이 가까운 뉴욕에서(Christmas Eve: Nearing Midnight in New York)>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랭스턴 휴즈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양치기의 노래>에서부터 통렬하고 씁쓸한 <메리 크리스마스>에 이르기까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여러 형식의 시를 썼는데, 모두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나는 도시의 이미지와 불확실한 ‘대부분’을 그리는 이 시를 제일 좋아한다.

 

18. P. G. 우드하우스의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캐럴(Another Christmas Carol)>  P. G. 우드하우스의 소설을 묘사할 방법이 없으니 난 시도조차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저 내가 아는 한 선페스트와 두부가 얘기되는 크리스마스 소설은 이것이 유일하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P. G. 우드하우스를 발견하는 것보다 더 나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없으리라는 점을 알려드릴 뿐이다.

 

19. 사키(H. H. 먼로)의 <다운 펜(Down Pens)>  나는 사키의 소설 전부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소설 《크로스토크》를 위한 소재를 조사하다가 인간이 다른 무엇보다도, 심지어 섹스보다도 감사편지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한다는 결론을 내린 이후로 특히 크리스마스 감사편지를 쓰는 일에 관한 이 작품을 더 좋아하고 있다.

 

20. W. H. 오든의 <당분간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For the Time Being: A Christmas Oratorio)>  반은 연극이고 반은 시인데, 둘 다 걸작이다. 이 긴 작품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떼서 내년을 어딘가에 보관한 다음 우리 모두 살아나가야 할 베들레헴 이후의 암담한 세계를 마주하는 1월에 읽어야 제맛이다.
 

*

 

이 글이 재미있으셨다면, 영화보다 재미있는 코니 윌리스의 크리스마스 걸작선도 경험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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