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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 추천의 글,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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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하인라인의 저작들 중, 이 책이 가장 좋았어요. 문학적으로도 훌륭한데다, 재미있기까지 하거든요. 

- 코니 윌리스, 인터뷰 중


하인라인의 글은 날카롭고, 효율적이며, 지적인데다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다! 

- 뉴욕타임스


로버트 하인라인이 왜 SF 작가 중 최고인지 분명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하인라인은 반짝이는 유머, 능숙한 완급조절, 그리고 긴장감을 완벽하게 조합했다. 

- 시카고 선데이 트리뷴 


미국 최고의 SF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SF 장르 작가다. 

- 스티븐 킹 


하인라인만큼 내게 읽는 즐거움을 자주, 그리고 확실히 가져다준 작가는 없었다. 

- 딘 쿤츠 


미국 문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 중 하나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하인라인은 마치 기술들을 손에 잡힐듯 그려내는 재주가 있다. 작가로서의 뛰어난 능력과 공학자-발명가적 능력을 한데 결합시켜 우리 시대보다 몇년을 앞서 나간다.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SF의 그랜드 마스터 중 하나 

- 월스트리트 저널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단순히 재미거리로서의 책을 넘어, 딱딱한 역사 교과서가 보여줄 수 없는 과거를 즐겁게 살펴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 릭 스푸어





해설 및 역자 후기 


음악계에 근대 음악의 탄생을 열었던 바흐와 헨델이 있고, 근대 철학 하면 데카르트, 칸트, 헤겔이 떠오르듯이 SF계에는 20세기 중반 SF의 황금기를 대표했던 ‘빅 쓰리(Big Three)’가 있다.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으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라마와의 랑데부》의 아서 C. 클라크, 그리고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A. 하인라인이 바로 그들이다. 종교학, 철학, 생물학, 역사 등 온갖 분야의 서적을 무려 5백여 권이나 쓴 아시모프가 SF를 통해 박학다식과 위트를 보여줬다면, 클라크는 SF에 과학적 엄밀성과 철학적 깊이를 더해 ‘경이감’을 선사했고, 하인라인은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SF의 ‘재미’가 뭔지 보여줬다.


하인라인(1907년∼1988년)은 젊은 시절 직업군인의 길을 가려고 입대했다가 폐결핵에 걸려 제대한 후, UCLA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수업을 잠깐 들었다. 그리고 2차 대전이 터지자 해군의 항공공학 관련 민간 연구원으로 참여해서 압력복 등을 개발하는 연구실에서 일했는데, 이때 그의 경험이 많은 SF 작품들에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색채를 더했다. 즉,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서 킵이 우주복 오스카를 만들 때 이러저러한 공학적인 설명은 작가로서의 상상력이 아니라 직접 우주복을 만들던 연구원의 사실적인 서술이다. 하인라인은 그 연구실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와 처음 만났는데, 같이 일하는 동안 갈등이 쌓여서 둘 다 SF계의 거물이 된 뒤에도 끝내 사이가 좋지 못했다. 2차 대전 이후 해군의 상해 기금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던 하인라인은 한 잡지의 콘테스트에 출품하려고 SF 작품을 썼다가, 당시 SF계를 꽉 잡고 있던 <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지에 그 원고를 보냈는데, 편집자로 있던 존 W. 캠벨 주니어의 눈에 띄어, 이후 수십 년간 SF계를 평정하며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는 50여 년의 활동 기간 동안 장편 32편, 단편 59편, 모음집 16권 냈으며, 영화 네 작품과 드라마 두 편에 참여했다. ‘빅 쓰리’의 수상기록을 쓰는 게 군더더기 같긴 하지만, 그는 휴고상을 네 차례 수상했으며, 휴고상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작품들에 수여하는 레트로 휴고상을 세 번 수상했다. 그리고 1974년 ‘그랜드 마스터 상’을 받으며 SF계에서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하인라인은 정치적인 논란이 많았던 작가다. 2차 대전 당시 해군의 연구실에서 만난 아시모프와 서먹서먹해진 것도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이었고, 1980년대에는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을 지지하다가 아서 C. 클라크와도 사이가 틀어졌다.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개인의 자유’라는 한 가지 신념을 바탕으로, 극좌에서 극우까지 서슴지 않고 넘나들며 자신의 상상력을 마구 펼쳤다. 《스타십 트루퍼스》는 군국주의 파시즘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낯선 땅 이방인》에서는 히피들의 급진적 리버럴리즘을 이상적으로 그렸고,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는 무정부 사회인 달의 무장 혁명 운동이 실감 나게 담겨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팬들 사이에 아시모프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곤 하는데, 아작에서 최근 발간한 조 월튼의 《타인들 속에서》에도 주인공과 친구가 하인라인의 정치적 성격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1996년 한뜻 출판사에서 《은하를 넘어서》(번역 안정희)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 출간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출간된 지 20년이나 지난 상황이라 그 책을 그대로 복간을 하기는 곤란해서, 다시 새롭게 번역을 하고 원제를 살려 발간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처음 아작에서 SF 시리즈를 논의할 때는 첫 번째 책으로 고려하기도 했었다. SF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고, SF의 역사에서도 빠트릴 수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보다는 동시대의 작품들에 집중하기로 출판 기획의 방향을 잡으면서 《리틀 브라더》에 첫 자리를 양보했다가, 이번에 고전 SF 작품의 복간과 《사소한 정의》, 《깨어난 괴물》, 《별의 계승자》, 《중력의 임무》 등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본격적인 출간을 앞두고 드디어 순서가 돌아왔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하인라인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서, SF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SF의 ‘과학성’과 ‘경이감’을 함께 선사해주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한 뒤 SF의 세계에 빠져들어 하인라인의 뒤를 잇는 거물 SF 작가가 된 코니 윌리스는 자신의 대표작인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 하인라인에게 헌사를 남겼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서 

처음으로 내게 제롬 K. 제롬의 

《보트 위의 세 남자(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소개해준 

하인라인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이 발간되던 1958년 미국은 나사(NASA)가 창립되면서 우주에 대한 꿈이 부풀어 오르던 시기였다. 이 책은 그 시대의 꿈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미국인이 최초로 발견했던 행성인 명왕성을 아주 자세히 소개하고 있으며(토성까지는 맨눈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고, 천왕성과 해왕성은 유럽인이 발견했다), 명왕성을 발견했던 클라이드 톰보 박사를 기리는 기지를 달에 설치하는 야망을 보여준다. 명왕성에 대한 그 거친 묘사에는 하인라인의 자긍심과 애정이 담겨있었다. 아마도 반세기가 지나기 전에 그 명왕성이 ‘왜소행성’의 지위로 강등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하인라인이 땅을 치며 울분을 토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된 상황에 차후라도 톰보 박사의 이름을 딴 기지가 달에 세워질지는 의문이지만, 톰보 박사의 유해를 싣고 날아간 뉴호라이즌스 호가 2015년에 명왕성을 지나면서 촬영한 하트 모양의 지역에 나사는 ‘톰보 영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책에서 유래한 위성은 있다. 비록 ‘인공’위성이긴 하지만, 전 세계의 아마추어 무선사들을 위한 인공위성에는 대대로 ‘오스카(OSCAR)’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는 숫자와 수식이 몇 차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옮기는 일이 뜻밖에 까다로웠다. 숫자는 번역도 필요 없으니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전 세계 과학계가 미터법을 표준으로 쓰는 시대에 독특한 계량 단위인 야드파운드법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인치, 피트, 마일, 파운드, 파인트 등을 미터, 리터, 그램으로 바꾸고, 이를 검산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했다. 이런 미국의 고집은 1999년 화성기후탐사선(MCO)을 폭발시키는 참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터법 단위로 계산한 값을 탐사선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에서 야드파운드법 단위로 입력해서 오차를 일으키는 바람에 궤도의 계산이 잘못되어 발생한 어이없는 사고였다. 이 사건으로 미화로 1억 2,500만 달러, 한화로 약 1,500억 원에 달하는 탐사선을 잃은 나사는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됐다. 그 후 나사는 모든 단위에서 미터법을 지키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발간된 SF들과 아직도 미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단위를 고집하는 많은 책이 여전히 야드파운드법에 따라 기술되어 있어서 당분간 번역자들의 이런 고생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 책은 1958년에 발간되었기 때문에 현재 알려진 과학적 사실과 재확인하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했다. 예를 들어 원서에는 태양에서 베가까지의 거리가 27광년으로 나오는데, 현재는 25광년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그 사실에 맞춰서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 다시 확인하긴 했지만, 그 계산 과정에 오류가 남아있을 경우 잘못은 역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SF가 그저 ‘황당한 공상’이 아니라 어떻게 재미있는 ‘과학적 상상력’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두 세대가 흐르는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에게 SF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이 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즐겁게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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