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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더 멀리. 조 월튼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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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더 멀리. 조 월튼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리뷰 

http://www.tor.com/2010/12/03/ever-outward-robert-a-heinleins-have-space-suit-will-travel/

조 월튼 (2010.12.0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58년 출간된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하인라인의 청소년 시리즈 중 마지막이다. 그리고 시리즈의 나머지 작품들, 그리고 하인라인의 다른 저작들과 사뭇 달라보인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근미래의 미국에서 시작해, 달에 가고 싶어하는 십대 소년이 등장한다. 그리고 배경은 멀리, 더 멀리 뻗어 나가 달에서 명왕성을, 베가로, 그리고 소마젤란성운까지 간다. 그런면에서 보면 줄거리도 비슷하게 뻗어 나간다. 우주복을 고치는 소년은 언젠가 달에 가고 싶어 한다. 그러다 갑자기 비행접시를 타고 나타난 외계인에게 납치 당해, 탈출을 계획하다, 또 다른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집에 돌아가기는 꿈꾸고, 그러다 한 무리 외계인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해야만 한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이 수 많은 이야기들을 두가지 요소를 통해 훌륭히 엮어 낸다. 첫재, 킵의 일인칭 시점이라는 점이다. 킵은 매우 현실적이고,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놀라운 일들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깜짝 놀란 킵은 항상 여러가지 대안들을 생각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둘째, 책은 하인라인이나 킵이 알법한 내용들에 대해서 만큼은 - 우주복 디자인, 산소통 등 - 집요할 정도의 세부 묘사를 하는 한편,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당히 클라크의 법칙(저명한 과학자가 “어떤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면 확실히 옳게 말했다. 그러나 그가 “어떤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 아마도 틀린 것이다”)로 적당히 넘겨버린다. 


여기서부터는 당신이 이미 이 책을 읽었거나,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들어 있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의 독특한 점 하나는, 주인공인 킵과 천재 소녀 피위가 줄거리 내내 대부분 얹혀가는 존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만약 책의 핵심 메세지가 있다면,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와는 상관 없이 때때로 실패하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 부분이 다른 하인라인의 청소년 시리즈와 다른 점이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시리즈 중 이 책을 가장 별로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던 메세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내 안에서 계속 자라났다. 킵은 매우 수동적인 주인공으로, 그가 노력한만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에 하인라인은 일부러 이런 주인공을 택했던것 같다. 물론 그의 새로운 자서전이 출판된다면 더 확실해 지겠지만. 하지만 당시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던 독자인 나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책의 도입부, 그러니까 킵이 음료수를 팔면서 독학하고, 우주복을 고쳐나가는 부분이다. 


하인라인의 청소년 시리즈가 대부분 그렇듯, 책의 시작은 근미래 지구에서 십대 영웅이 별난 가족과 살아가는데서 시작한다. 여기서 그리는 지구는, 다른 시리즈와 달리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1950년대 미국에 달기지가 더해진 모습이다. 여기서 유일하게 잘못된 점은 학교가 별로 재미가 없고, 별로 가르치는 것도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킵의 아버지는 킵을 설득해 중요한 것들을 배우도록, 즉 수학, 과학, 라틴어를 독학하도록 한다. 


킵은 달에 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달 여행을 상품으로건 대회에 참여한다. 대회는 비누 포장지에 표어를 적어 보내는 것이다. 내가 12살때 이 장면을 얼마나 SF적이라 생각했는지 여러분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당시에는 에일리언 만큼이나 가짜일거라 생각했다. 


킵은 약국에서 음료수를 판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약국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판다는 의미인데, 글쎄, 이 부분 역시도 놀라운 미래 SF의 모습이었다. 하인라인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대단한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카페나 레스토랑이 아니라 약국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그곳을 “분수”라고 부르다니. 이 보다 미래스러운 설정이 있을까? 그리고 하인라인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킵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킵이 만드는 음료는 동네 제일이다. 그리고 실제 약국에서, 주인은 킵이 음료를 만드는 동안 약을 조제한다! 하인라인은 줄거리 중의 장치로 사용하는데, 여기서 킵은 동네 불량배인 에이스와 만나게 되고, 비누를 판다. 하지만 하인라인은 킵이 이 부분을 너무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도 당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훗날 이런게 미국에 진짜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나는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킵은 수 많은 비누를 팔아 수 없이 많은 표어를 대회에 제출한다. 달 여행은 타지 못하지만, 중고 우주복을 받는다. 킵은 심심풀이 삼아 우주복을 수리해 작동 가능하게 만든다. 킵이 우주복을 수리하는 부분은 책의 백미다. 마치 하인라인이 초기 우주복 개발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경험을 쓰는 듯 하다.(실제 하인라인은 압력복 개발에 참여했었다) 


책의 주제는 이렇다. “때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라. 또 다른 것을 시도하면 되니까.” 그리고 하인라인이 자신도 모르는새 적었던 메세지가 또 하나 있다. “이 때는 1959년이었고, 십대가 작동하는 모든 것들의 케이스를 벗겨 해체했다 재조립하는 시대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나는 책에 등장하는 “트랜지스터”라는 단어가 거의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들렸다. 하인라인 청소년 시리즈의 시대에 살던 십대들은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었다. 사물을 만지고 분해해 재조립 해볼 수 있는 매크로한 세상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컴퓨터는 대단하고, 컴퓨터가 없는 세상이라면 나는 고독 속에 떨고 있었을 테지만. “정밀하게 만들어지고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넣은” 극초단파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창고에서 우주선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서막이었다. 


우주복은 수리했지만, 여름이 끝을 맞아 가는 가운데(그리고 대학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킵은 오스카라 이름 붙인 우주복을 입고 침울한 산책을 나간다. 그 순간 모험이 킵을 찾아온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기도 전에, 그는 외계인 두명, 그리고 소녀와 함께 달로 가는 비행접시 안에 탑승하게 된다. 피위는 독특한 캐릭터다. 피위는 11살에 헝겊인형을 가지고 다니지만, 천재이며, 말썽꾸리기다. 피위는 부모를 설득해 혼자 달에 오게 되고, 달에 도착해서는 물리학자인 아버지와 교환하기 위해 납치된다. 그녀는 여기서 도망쳐 우주선을 훔치고, 다시 킵과 함께 붙잡힌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12살 소녀였는데, 피위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킵과 공감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 다행히 피위와 공감해야 한다고 말해준 사람도 없었다. 


킵이 달에 도착한 기쁨과 낮은 중력을 만끽 하는 것도 잠시, 이들은 다시 탈출을 감행해 40마일을 걸어 산 너머에 있는 기지까지 가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피위의 산소가 계속 떨어지고, 킵의 산소통과는 연결 부위가 맞지 않았다. 거의 성공했다 싶을 때, 이들은 기지를 눈 앞에 둔채 다시 외계인에게 끌려간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 부분에서 무척 화가 났다. 내가 이런 책에서 기대하던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건 좌절 정도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반지의 제왕의 카라드라스 고개 장면과 비교했었지만, 카라드라스 고개 이후 원정대는 모리아로의 임무를 계속하지만, 킵과 피위는 기지에 도착하지도 못한채 점점 더 먼 곳으로 끌려가고, 자신들을 구해내지도 못한다. 


킵은 이 쯤에서 두 종류의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는 베가에서 온“엄마생물”이다. 주머니가 달린 여우원숭이를 약간 닮은 것처럼 묘사되는데, 킵의 우주복 안에 같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엄마생물은 애정이 넘쳤기 때문에 나는 한번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12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진짜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인라인은 다른 책에서 훌륭한 외계인들을 등장시킨 적이 있었지만, 외계인 캐릭터는 그의 강점이 아니었고, 대체로 위협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어김없이 “벌레머리”가 등장한다. 엄마생물은 자상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외계인으로 그려지는 하인라인의 첫번째 시도인데, 내게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반대로 벌레머리는 훌륭한 악당 외계인이다. 벌레머리에 세 개의 눈이 달려있고, 마치 인간이 말을 다루듯 인간을 다룬다. 훌륭한 설명인데, 이 때문에 킵은 이들에게 저항하지 못한다. 재판 장면으로 넘어가면 벌레머리들은 지구에는 짐승 밖에 없어 비어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리고 나는 분명 이들이 진심이었을거라 믿는다. 


다음 역은 명왕성이다. 여기서 앞잡이 인간 두명은 벌레머리에게 잡아 먹히고, 오랜 시간 동안 킵은 무력하게 붙잡혀 있게 된다. 구금 기간 동안 킵은 명왕성이 얼마나 먼지, 그리고 가장 가까운 별이 어디인지를 계산해낸다. 이 책의 훌륭한 점 중 하나는 거리감각인데, 갈수록 확장되어간다. 


엄마생물은 탈출 방법을 만들어내고, 벌레머리를 죽인 다음, 킵은 우주복을 입고 명왕성 밖으로 나가 신호기를 설치해야한다. 여기서 킵은 거의 죽을뻔 한다. 또 다시 험난한 여정을 거쳐 실패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킵은 신호기를 설치하기는 하지만, 돌아오지 못해 피위에게 구조 받는다. 그리고 결국 베가인들에게 구조되어 베가로 실려 간 다음, 자신의 방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서 오랜 시간 요양하게 된다. 피위는 클라크의 법칙에 따른 우주복을 받게 되지만, 킵은 오스카를 계속 쓰기로 한다. 요양 중 킵은 피위의 도움을 받아 베가가 태양에서 얼마나 먼지를 계산한다. 


킵의 몸이 괜찮아진 즉시, 그리고 우리가 베가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아이들은 소마젤란성운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우리 은하와 베가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데, 이 때 이들은 베가와 태양의 거리 쯤은 이 단위에서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벌레머리는 재판을 받고, 자신들의 태양을 빼앗긴채 다른 차원으로 행성을 옮기라는 판결을 받는다. 이 부분이 항상 궁금했다. 벌레머리는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데, 과연 행성 한개와 명왕성 기지, 그리고 지구 정복 의도 밖에 없었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그리고는 인간이 야만성과 공격성향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되는데, 외계인들은 지구를 돕기로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주인공들이 무언가 했기 때문에, 혹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외계인의 논리로 결정된다. 납치된 아이 두명, 로마인, 네안데르탈인을 두고 재판을 하겠다는 설명할 수 없는 외계인의 논리와 마찬가지로. 세 개 은하의 외계인 회합 앞에서 벌인 킵의 연설에 마음이 흔들렸으면 했지만, 모두 의미 없어 보였다. 외계인 엑스 마키나였으니까. 


그 다음으로 훌륭한 결말이 등장한다. 청소년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든 그런 결말이다. 아이들이 보물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면 - 이 경우 외계인의 지식 - 어른들이 아이들을 믿어주고 어른으로 대접해 주는 그런 모습 말이다. 또한 킵의 별난 아버지가 사실은, 하하, 대학 자금을 가지고 있었고, 자립심을 기르기 위해 말을 해주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피위의 아버지가 킵에게 MIT 장학금을 제안했을 때 모든 문제가 해결 되었다.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점은, 아이들이 모험에서 돌아온 뒤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수 많은 이야기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진짜, 이상한 책이다. 때때로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다시 펼쳐 보곤 하는데, 결코 그렇지가 않다. 하지만 하인라인이다. 당연히 모든 문장이 읽고 싶게 만들어지고, 필연적으로 한 문장은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내가 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뒤에는 책장을 덮을 때까지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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