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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스푸어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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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리뷰

http://grandcentralarena.com/on-my-shelves-have-spacesuit-will-travel/

릭 스푸어(Ryk E. Spoor), 2013.12.23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청소년” 소설 시리즈 중 하나로, 스크리브너 출판사에서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펴낸 책이다. 청소년 시리즈는 전부 하인라인의 전성기(내 생각에) 쓰여졌다. 시리즈의 책들은 심지어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을 때조차도 매혹적이고, 속도감 있으며, 빈틈 없이 채워져 있다. 그리고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시리즈 중 최고로 꼽는 책이 바로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이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의 줄거리는 킵(클리포드) 러셀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킵은 우주 여행을 꿈꾸는 청소년이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는 너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느낌이 들지만, 달과 그 너머까지의 항해, 지구 둘레를 바삐 돌아다니는 원자력 로켓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지금같은 핸드폰이나 컴퓨터이 등장하지는 않고, 주인공의 직장인 “음료수 판매원”(1950년대 음료수대 앞에서 음료를 팔던 종업원)이나, 줄거리의 중요한 기둥을 이루고 있는 “스카이웨이 비누” 표어 같은 모습을 보면 문화적 배경은 1955년 처럼 보인다. 


킵의 가족도 기묘하다. 아버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보내고, 로열티를 받아 돈을 번다. 하지만 하인라인의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그렇듯, 그 역시도 전문적인 과학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킵이 다니는 학교의 교풍이 50년대 후반-60년대 후반의 자유롭고 슬렁슬렁한 분위기라는것을 알아차리자마자, 킵이 여기서 좋은 성적을 받을지는 몰라도, 배우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되지 못하리라 이야기 한다. 킵의 어머니는 별로 등장하지 않지만(당시 시대 상황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어머니는 킵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회사 표어 대회에 참여하는 모습이야 지금도 상상할 수 있지만, 누군가 비누 포장지에 표어를 직접 적어 우편으로 보내는 상상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게 바로 스카이웨이 비누 표어 대회의 모습이었다. 킵은 대회에 굳은 의지로 온 힘을 다했는데, 1등 상품이 여행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달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킵은 비누를 팔고, 사고, 나누어도 주었는데, 모두 포장지를 얻어 더 많은 표어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수천개를 말이다. 


우승자가 발표되었을때, 킵은 자신이 보낸 표어가 하나하나 불려지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는 엉뚱한 사람이 단상에 등장해 1등상을 받아가는 모습을 보게된다. 여러 사람이 같은 표어를 보냈고, 우승자는 도착한 순서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소인 때문에 졌어. 소인 때문에!” 


하지만 참가상도 있었다. 그리고 킵은 진짜 우주복, 그러니까 달에서 사용되던 우주복을 받았다.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킵은 빠르게 털고 일어나, 우주복을 새 것처럼 복구하는데 다시 온 정성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물, 식량, 산소, 응급의약품 등등 전부 다. 몇 주 뒤, 그는 성공한다. 우주복은 완벽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상태로 복구되어, 새것이나 다름 없게 되었다. 


그리고는 우주복을 입고 나가, 쓰레기나 다름 없는 상태에서 완벽한 상태로 되살려낸 우주복을 즐기며 산책을 하고 있던 찰나… 그는 우주복에 장착된 라디오에서 구조 신호를 듣게 된다.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그의 옆에 불시착하고, 도움을 요청했던 이들은 강력한 적의 손아귀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적들이 이들과 킵을 사로 잡는다. 


여기서부터 킵의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모습의 달부터 저 너머의 우주까지. 사악한 침략자 외계인과의 싸움, 그리고 우주 저 너머에 있는 차갑고, 냉철한 재판정까지.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과학과 공학적 지식에 보내는 하인라인의 헌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모험 과정에서 자신의 지식을 충분히 활용하는데, 여기에는 우주복을 수리하는 것부터, 가속하는 우주선의 거리를 계선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추측하는 것까지. 킵은 단지 “피위”라 불리는 소녀를 동료로 맞이하는데, 그녀 역시 진짜 천재다. 하인라인의 작품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주인공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지능에 압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주인공이 단지 욕구 충족을 투영한 것이 아니라 보다 다면적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 생각된다. 


킵이 피위의 아버지인 레이스펠트 교수 - 굉장히 유명한 과학자 - 를 만났을때, 그는 킵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자신의 가장 뛰어난 제자와 결혼한 과학자라고. “난 그들의 자식이 내 아이보다 머리가 나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킵이 독학으로 매우 어려운 학문들을 섭렵하는 모습, 우주복을 수리하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공학적, 실무적 문제 해결들을 처리하는 모습(킵은 재미삼아 우주복에 “오스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데, 하인라인의 저작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은 킵의 재능을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책은 유머와 긴장, 흥분을 오고가며 큰 재미를 선사한다. 다른 하인라인적 영웅들에 비해, 킵의 노력들이 자신을 살리는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킵 본인은 커다란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피위와 “엄마 생물”이라 불리는 외계인이 침략자에 대항하는 주요한 동료들이다. 이는 킵이 그렇고 그런 만능 캐릭터가 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데, 영웅적인 행동이나 주인공 혼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팀워크나 동료들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지금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늘날의 독자들, 즉 청소년들에게는 먼 과거(나에게 1차대전이 그랬던 것처럼) 시대의 태도, 행동, 기술적 가정, 그리고 여러가지 배경들(좋던, 나쁘던)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따라서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단순히 재미거리의 책을 넘어, 딱딱한 역사 교과서가 보여줄 수 없는 과거를 즐겁게 살펴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그리고 다른 하인라인의 청소년 시리즈)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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