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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을 깨우다 : ‘깨어난 괴물’을 다시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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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을 깨우다 : ‘깨어난 괴물’을 다시 읽고 

http://www.tor.com/2015/12/07/rereading-the-expanse-leviathan-wakes-james-s-a-corey

에이단 모허. 2015.12.07 




제임스 코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시에 논쟁적인 작품, ‘깨어난 괴물’을 펴낸지 사년 반이 흘렀다. ‘깨어난 괴물’은 휴고상과 로커스상 후보에 올랐고, 이어진 익스팬스 시리즈들은 엄청난 팬덤을 이끌며 오비트 출판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리즈가 되었다. 출간 즉시 코리의 작품들은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익스팬스 시리즈는 분명 SF의 황금기에 많은 빚을 지고 있지만, 동시에 반론의 여지 없이 현대적이며, 풍부한 다양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다루는 동시에 적절한 정치적 문제들도 이야기 한다. 더불어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는 오늘 같은 ‘주의 산만의 시대’에 독자들을 한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를 강렬하게 끌어들인다. 


깨어난 괴물이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밀리터리 SF 혼종과 차별을 두고 있는 지점은 현재 우리 태양계에만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엡스타인 엔진이라는 장치를 통해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인류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벨트 이상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들과 달리, 문어발처럼 뻗어 나가는 세계관을 다루는 대신, 깨어난 괴물은 우주 정복이 막 잉태되는 시기 일어나는 인류의 분쟁에만 집중하고 있다. 


제임스 코리는 처음에 초대형 MMORPG의 세계관을 상상했다고 한다. 때문에 광대한 우주 탐험 보다는 개개인의 갈등과 반목, 정치적 분쟁에 더 집중 할 수 있었다. “달, 화성, 소행성 벨트에 주요 정착지들이 위치하고, 이를 지구, 화성, 외행성이라는 세 개의 주요 세력들이 경쟁하는 태양계를 상상했다. 여기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네번째 시력이 등장한다. 바로 태양계에 침입하려는 외계인이라는 영향력이다. 거대한 테라포밍을 위해 화성은 주변 태양계로부터 물 같은 원자재들을 빨아들이는 곳이 되었다. 때문에 소행성 벨트 지역 인구 및 외행성 사람들과의 반목이 일어나게 되었다.” 즉 우주라는 광대함과 인간의 야망이 기술에 의해 정체되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MMORPG 플랫폼으로의 적용이 여의치 않아지자, 제임스 코리는 이를 보드게임 세계관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은 내전의 목전에 다다른 태양계에 어떠한 사회적, 정치적 영향들이 일어나는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점이 좁혀지자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게임 캐릭터에 많은 영향을 받는 RPG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반짝이는 등장인물들이 깨어난 괴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실제로 많은 등장인물들이 제임스 코리가 친구들과 보드 게임을 즐기는 동안 만들어졌다. 매력적이지만 수수께끼의 배경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우주 서부극”은 ‘파이어플라이’나 ‘카우보이 비밥’처럼 SF에서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식민주의, 인종차별, 착취, 활극, 그리고 모험이 주된 장치로 등장하는 깨어난 괴물은 분명 우주 서부극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작품들처럼 깨어난 괴물이 성공한 이유는, 바로 독자들이 짐 홀든의 일당들을 좌충우돌 벌이는 모험와 실수담들을 즐거이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토록 뛰어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왜 낡고 초라한 캔터베리 같은 수송선에 타고 있는지 갸우뚱하다. 하지만 제임스 코리가 천천히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드러내 보여주고, 이들의 과거부터 켄터베리, 그리고 마침내 로시난테호까지 이끌어가며, 독자들은 차츰 함선의 일원인 것 처럼 느끼게 된다. 태양계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방랑자들. 놀라운 점은 홀든이 다른 승무원들과 맺고 있는 관계 뿐 아니라, 이들 사이에 어떠한 동지애가 존재하며, 쥴리 마오를 찾아가며 수수께끼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가는 모습이다. 여러차례 나오미와 아모스, 알렉스는 홀든을 따라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이는 단지 홀든이 가지고 있는 함장의 직책이나 권위 때문이 아니라,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에 대한 존중 때문이다. 함께라면 이들은 더욱 강하고, 더욱 다양하하며, 더욱 흥미로워진다. 깨어난 괴물은 별에 대한 인류의 꿈 뿐만 아니라, 짐 홀든의 로시난테호에 타고 있는 이들의 개인적인 여정을 그리고 있다. 


깨어난 괴물에 대한 내 첫번째 리뷰에서, 나는 이 책을 “대중을 위한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칭했다. SF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임을 칭찬하는 의미였다. 특히 대부분 스페이스 오페라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복잡한 과학에 질려버린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대신 이 책은 인간이라는 기계의 복잡성을 다루고 있다. 관계, 갈등, 꿈, 지지, 절망, 구원까지. 


바로 이렇게 접근성이 높고, 캐릭터성이 뛰어난 SF이기 때문에 익스팬스가 TV 시리즈에 최적화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이파이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익스팬스 시리즈는 책의 장점들을 훌륭히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스팬스는 스타워즈 이후 가장 거대한 SF 프렌차이즈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머지 않은 미래에 사이파이 채널 판 ‘왕좌의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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