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체파리의 비법 : 더 버지(The Verge) 리뷰
http://www.theverge.com/2012/9/29/3427770/the-classics-the-screwfly-solution
애디 로버트슨, 2012년
10대 시절, 나는 SF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에서 네뷸러상을 받은 모든 작품을 모아 작가의 이름을 적어가며 읽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정말 좋아했지만 대체로 저자 이름을 잊어버려서, 주요 줄거리와 스타일만 뒤죽박죽이 된 기억으로 남곤 했다. 심지어 내 기억에 남아 있던 단 하나의 이름은 진짜도 아니었다. 바로 라쿠나 셸던이었다. 라쿠나 셸던은 SF 작가인 엘리스 셸던의 필명으로, 1978년 “체체파리의 비법”으로 네뷸러상을 수상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체체파리의 비법”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체체파리의 비법”은 단숨에 읽히는 글이다. 그리고 결론을 안다고 해서 글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너무 많은 스포일러를 담지는 않도록 하겠다. 헌신적인 남편과 아내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그려지는 글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기묘한 사회적 광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세계 곳곳에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는 광기다. 이 현상은 범람하는 무차별 살인이라기보다는, 어떤 집단이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어낸 사회적 극단주의의 집단적 유행에 가까운 형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아담의 아들들’이라는 집단은 인간이 여성이라는 “짐승의 부분”을 박멸해야 한다고 결정한다. 유럽 카톨릭 교단은 성경에서 여성들은 “인간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런 이유들을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현상이 전 세계적 대유행인지, 아니면 천년왕국론 계통의 사교집단인지 헷갈리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이 배경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페미니스트 작가들이 사회 전반에서 분리주의를 추구하고, 남성들은 근본적으로 폭력적이며 여성들은 근본적으로 평화롭다는 전제가 깔려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25년여가 흐른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 이런 가정들은 젠더에 대해 내가 배운 내용 전반에 여전히 스며들어 있다. 남성들은 어린 시절 또래 집단이나 어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에게 주어진 일반적인 메시지는 명확했다. 남성과 교류하면서 따르는 위험은 네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남성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팁트리는 이런 말만 그럴싸한 정당화를 공포 소설로 바꾸어 놓는다. 여성의 섹슈얼리티 자체가 남성들을 통제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그 결과는 모두를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책에서는 살인이 본래 정상적인 인간 생리를 교묘하게 뒤틀어 놓은 현상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팁트리는 여기서 본능에 굴복한 채 참혹한 일을 저지르는 것의 공포를 최대한 이끌어 내고 있다. 하지만 “체체파리”가 이끌어 내는 주제는 공포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사랑과 전염병에 대한 기록, 그리고 사회론 까지 담고 있어 이 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더불어 여기서는 밝히지 않을 몇몇 주제들이 더 들어 있다.
약간 편집증적으로 들리지 않게 “체체파리의 비법”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편집증은 저자 본인에게 매겨진 낙인이기도 했다. 팁트리는 장르 문학에서 흔히 쓰이는 기법처럼 낯섦을 평범한 일상으로 천천히 끌어들이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설명하는 낯섦은 이미 우리 세계에 존재와 관계 내에 존재하지만 대체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이다. “체체파리의 비법”과 다른 글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식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들이 우리 사이에 가장 널리 퍼져있는 믿음의 추악한 내면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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