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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북리뷰의 ‘사소한 정의’ 리뷰 : 정의의 대가

아작 리뷰/08 사소한 정의

by arzak 2016. 5. 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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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북리뷰 ‘사소한 정의’ 리뷰 : 정의의 대가 


http://quick-book-review.blogspot.kr/2015/02/ancillary-justice-by-ann-leckie-imperial-radch-series.html?utm_content=bufferb8409&utm_medium=social&utm_source=twitter.com&utm_campaign=buffer

데이비드 벤 에프레임(2015, 02, 26) 





“쾌락은 늘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하지. 문명화의 여러 이점 중 하나는 보고 싶지 않을 때 대개는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양심에 거리낌 없이 그 이점들을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거지” - <사소한 정의> 79p 


<사소한 정의>에 대한 다른 모든 리뷰들과 마찬가지로, 일단 앤 레키의 데뷔작이 정말 환상적인, 경외감으로 바라 보아야 할, 언젠가는 SF 장르의 고전으로 받들어질 것이 분명한,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할 그런 작품임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광대한 배경을 다루는 장편 SF는 최근의 유행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능한 간략하게 줄거리를 설명해보자면(책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들을 라드츠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자신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목적은 우주 문명들을 모두 정복 하고자 하는 것인데, 정복 과정은 세계에 진정한 평화와 통합을 가져다 주고자 한다는 논리로 정당화 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라드츠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로, 여러 다른 존재들을 하나로 엮고 있는 AI의 일부다. 한때는 거대했던 AI는 이제 인간의 몸에 붙잡힌 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소설 속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나타난다. 인간 뿐 아니라 다른 존재들도 등장하는데, 이들의 등장으로 수많은 곁가지들과 윤리적 문제들이 덧붙여진다. 이 장대한 여정에서 마주하는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은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 단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존재하는 허수아비 같은 인물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각각의 인물들은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많은 해석의 여지를 던져주는 존재들이다.(만약 당신이 그런 캐릭터들을 좋아 한다면) 유일한 단점이라면 등장인물간의 관계가 점차 늘어나고 복잡해져 따라가기 어려워진다는 점인데, 이야기가 전개되며 점차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누가 누구인지 찾아보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야 할 때가 있다. 어쨌든, 내 경험상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저자가 만들어낸 단단한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익숙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낯설고 고도로 발달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치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태동한 듯 말이다.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길지도 않고, 길고 불필요한 해설을 늘어놓는 함정에 빠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독자 자신이 적당한 환경을 만들어 내고, 낯선 세계를 알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만 설명이 제공된다. 


겉핥기를 넘어 이야기 구조를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갈 때가 되면, 저자가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이야기는 옳은 결정을 내린다는 것의 의미란 무엇이며, 우리의 행동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뿐인 것인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인지, 한 명의 목숨은 변화를 위해 희생될 수 있는 것인지,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은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질문들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너무도 다양한 면모들을 다루고 있어 각각에 대해 설명이나 주석을 다는 일은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간단히 그냥 당신이 책을 사서 한번 보는 것이 어떨까. 


줄이자면, 아주 광대한 세계관을 야심차게 다루고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정의>는 반론의 여지없이 SF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저작임에 틀림없다. 장엄한 여정 속에서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며 우리를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함께 떠나게 만드는 바로 그런 저작 말이다. 나는 SF 장르의 모든 팬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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