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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지의 앤 레키 인터뷰(2014.12.05)

아작 리뷰/08 사소한 정의

by arzak 2016. 5. 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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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지의 앤 레키 인터뷰(2014.12.05) 

http://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4/dec/05/what-makes-me-happy-ann-leckie

앤 레키(2014. 12. 05) 


 



지난 2년은 즐거운 동시에 당황스러운 시기였다. ‘사소한 정의’를 펴내고, 사람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또 SF 분야의 가장 영예로운 상들도 수상했다. 비단 휴고상 뿐 아니라, 네뷸러와 클라크상까지 수상했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벽장을 상패로 가득 채우고 책을 수도 없이 팔아치우는 꿈을 꾸곤 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단지 말도 안되는 상상일 뿐이었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웅장하고, 복잡하며, 광대한 수 천년 후의 우주를 꿈꿀수 있었을까? 글쎄,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냥 재미삼아서였다. 나는 모두들 이런 공상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항상 이야기 만들어내기를 좋아했다. 특히 지루하거나 가만히 앉아있을 때면 항상 그랬다. 특히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아기들은 귀엽지만,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상대는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뇌가 귓구멍으로 흘러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계속 살을 붙여갔다. 그리고는 ‘이제 진지하게 다뤄보아야 하나?’, ‘지금이 바로 그 때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도서관을 찾아가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사서 부터 시작해서 아무 책들이나. 그리고 재미있거나 멋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재료들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때로는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아, 머리 속에서 재료들을 이리저리 굴려보며 적당한 자리를 찾아 넣었다. 


상을 타서 기쁘냐고? 수상식에 선 당신의 모습을 그릴 때면 유창하고 정중한 모습으로 이야기 하는 모습을 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은 차라리 어색함에 가깝다. 항상 수상식에서 할 일이라고는 수상대에 올라가 준비한 대본이나 읽으면 된다고 자신에게 되뇌였다. 하지만 휴고상을 수상할 때 나는 수상대에서 나동그라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수상대 계단을 걸어 올라간 기억 자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몇몇 사람들이 ‘사소한 정의’의 등장인물들로 “팬픽”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쓴 글을 기반으로 그렇게 열심히 상상력을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읽어보지는 않았다.(아마도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글을 쓰는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타자기에 24시간 머리를 두드려대는 쪽에 가까울 때도 있다. 글이 연결되지 않아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기나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탐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환상적인 직업이다. 주제는 낚시부터 고대 이집트, 혹은 박물관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당신이 오후에 쇼파에 누워 만화를 읽고 있다고 해도, 분명 이것도 일의 일부다. 


그렇다면 내 가족들은 행복해졌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이 이 상황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각각 14세와 18세인 아이들은 이제 내게 뭔가 이야기 해주기에는 너무 쿨한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때때로 무언가가 느껴지기도 한다. 작년에 아들은 굉장히 무심한척 하고 있었지만, 학부모-교사 모임에 갔을때 교사 한 분이 “아 네, 아드님이 책에 대해 전부 이야기 해주었어요” 라고 말했다. 


책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산책을 가거나 외출을 한다. 비즈 공예도 즐겨한다. 구슬을 이용해 장신구를 만드는 일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비즈 공예품점이 있는데, 정말 위험천만한 곳이다. 비즈 두어개를 사러 들렀다가는 $100어치씩 사게 되니 말이다. 돈 잡아 먹는 취미다. 비즈가 주는 즐거움은 빠른 시간 내에 여러 색과 모양을 이용해 예쁜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옷 취향도 달라졌다. 자신이 만든 비즈 장신구에 어울리는 옷을 사게 되는 순간부터 당신이 비즈 공예에 푹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비즈는 완벽한 취미이기도 한데, 글을 쓰는 것과 완전히 다른 육체 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뇌의 일부만을 쓰면서 할 수 있다. 


정신 없이 휘몰아쳤던 지난 두 해 동안 행복하고 차분하게 지내도록 노력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행도 잦았고, 세번째 책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두번째 책도 발간되었다. 이제 외부 행사는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제 한 발 물러서 집중해야 할 때다. 그리고 가정에서의 삶으로도 돌아가야 한다. 이런 일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어쩌면 글쓰기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기 보다는 만족스럽게 만들어준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너무 태평하게 들린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반을 닦아야 한다. 세상에는 “창의적인 사람”과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예술은 예술가만의 것이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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