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NPR <사소한 정의> 리뷰

아작 리뷰/08 사소한 정의

by arzak 2016. 5. 18. 11:32

본문

NPR 사소한 정의 리뷰 

http://www.npr.org/2013/10/08/228508903/a-skillfully-composed-space-opera-in-ancillary-justice

제네비에브 발렌타인 (2013.10.08) 




내 마음은 물고기 

물풀 속에 숨었네 



주인공은 눈 밭에서 누군가를 찾아냈다. 행성의 이방인. 1,000살이 넘은 나이. 시간이 빗겨간 유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기억했다. 


주인공은 그 둘 모두를 품고 있던 함선이었다. 


대담하면서 흡입력있고 날렵한 ‘사소한 정의’는 대담한 필체로 제국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동시에 인물 하나를 세세하게 탐구한다. 앤 레키는 데뷔작에서 이 두 가지 맥락 모두를 다루어 내는데 성공했다. 


저스티스 토렌은 AI를 넘어 살아있는 함선으로, 끝없이 펼쳐진 라드츠 제국의 행성들을 위해 수천년간 장교와 병사들을 수송해왔다. 이 병사들은 보조체(때로 시체 병사라고도 불리는)로, 하나의 정신을 공유하는 되살아난 신체들로 하나로서 행동한다. 주인공은 한 때 제1에스크의 보조체이자 저스티스 토렌 함선이었다. 하지만 이제, 충격의 순간에 분리되어 나와 주인공은 독립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너무도 희귀한 현상이라,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예측하지 못한다. 


동시에 이는 장점이기도 했다. 그녀는 라드츠의 지배자를 죽이러 떠난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유일한 희망은 누구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점 뿐이다. 


70년대 극장의 연속상영작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 누군가 함정에 빠지고, 이제 과거를 지우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 이야기의 얼개가 세심하게 드러나는 모습은,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을 떠올리게 한다.(총 한자루를 다루며 몇 장이 흘러가는 모습처럼)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줄거리에 질감을 더해가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정쟁에 휘말린 냉소적인 귀족 스카이아트, 독재자이자 라드츠의 지배자인 아난더 미아나이, 제1에스크의 마지막 지휘관인 오온, 그리고 그녀의 자살에 가까운 임무에 동참하는 도망자 세이바든까지. 


이야기는 여러개의 관점과 시간대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천년의 세월을 건너뛰며 전해지는 저스티스 토렌 함선과 혼자가된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 스페이스 오페라가 이야기하는 기나긴 역사를 아주 개인적인 관점으로 옮겨 주인공의 이중적인 동기에 주목하기도 한다. 트렌은 부패의 고리를 끊기를 원하며, 동시에 제1에스크는 친구의 복수를 원하기도 한다. 


쉬운 책은 아니다. ‘사소한 정의’가 다루는 세계관은 복잡하고 혼탁하며 갈피를 잡기 어렵다. 물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앤 레키의 솜씨 좋은 필력은 그 책에서 보여지는 세계 너머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언어적 단절이다. 주인공의 고향에서는 “그녀”라는 대명사만을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주인공은 끊임없이 타 언어에서 젠더를 추측하는 모습에서 타자로서의 주인공이 강조된다. 


또한 문화적 단절도 있다. 그녀가 제국의 심장으로 돌아와 복장이나 행동에 대한 기대와 맞서야 했을때가 그렇다. 그곳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불평등한 폭력과 권력이 자리하고 있어 손쉬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개인적인 단절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수천가지의 규정들이 있지만, 주인공 자신은 본인의 감정에 대해 완전히 깨닫지 못하기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준다. 주인공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길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절대 모호하게 굴지는 않는다. 노래에 대한 애착은 프로그래밍 오류로 여겨졌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어떤 동요를 계속 떠올리게 되는데는 깊은 이유가 숨어 있기도 하다. 


합창과 독창을 절묘하게 오고가는 스페이스 오페라 ‘사소한 정의’는 수천년의 역사를 아우르는 동시에 가슴을 찌르는 개인의 여정을 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 장르에 새로운 장을 열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