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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주의자 여러분, 파이썬을 배워요”

아작 리뷰/01 리틀 브라더

by arzak 2015. 10. 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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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에 나오는 마커스의 독백. “돈은 없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아이들의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 하지 마라”. 저 돈은 없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아이들이 세상에 ‘몸빵’을 하는 장면들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오래도록 보아왔다.

저자는 ‘통제’가 무엇인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소설 속의 세계는 개인을 완전하게 통제하려고 시도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 마커스가 자신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통제당하지 않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통제권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다. 맑스주의의 언어로 말하자면 ‘소외’에 대한 투쟁이다.

주인공 마커스는 다양한 방식의 게임을 좋아하고, 이 소설은 서사의 액션게임처럼 움직인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베고’, ‘탈출하고’,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만든다. 게임 진행 중에 롤러코스터 체험 코스가 들어 있는 것은 덤. 주인공은 전형적인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억울한 게 있으면 손에 칼을 들고, 허공에 손을 뻗어서 나랑 같이 손을 들 동료가 있을 거라고 믿는, 아직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서 용기있을 수 있는. 그러므로 이 서사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장르의 문법을 따라가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SF 소설이 흔히 발전한 과학기술을 토대로 미래의 형상을 통해 경이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하는 데에 비해, 현실의 기술들을 조합하여 서사를 엮어나가고 심지어 그 기술들 자체도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경이롭다기보다 신난다!

나도 물론 DNSfree라던가 프록시 우회도 많이 해봤고 마커스가 쓰는 토르도 써 봤는데, 이 책이 2008년에 나왔다니까 2015년엔 얼마나 더 쉽고 다양하게 우회가 가능할까. 그리고 나는 이 발전한 기술을 써서 기껏해야 외국 포르노 사이트 내지는 북한 사이트 구경이나 했다… 한심하다… 세상은 고3이 바꿀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는데. 일단 당장 모두들 그렇게 귀여운 언어라고 예찬을 하는 파이썬부터 배워서 훌륭한 21세기의 혁명분자가 되어야겠다.

다 쓰고 나니 왠지 한 줄 요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혁명주의자 여러분, 지금 당장 파이썬을 배웁시다. 우리 이렇게 살아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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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SF 소설가 이서영(@annwn_) 님의 트윗 몇 개를 엮어서 만들어졌습니다.





SF 장르 전문 출판사 <아작>의 첫번째 책은 코리 닥터로우의 대표작 <리틀 브라더>이다. 2008년에 나온 <리틀 브라더>는 미국 사회의 관점에서는 ‘근미래 SF’이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조지 오웰의《1984년》의 ‘빅브라더’를 본딴 책 제목부터가 그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국토안보부는 특정 소수에 대해 불법적 인신구속과 고문을 자행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해선 광범위한 인터넷 검열과 정보기기를 활용한 사생활 정보 수집 그리고 수집된 정보를 활용한 불심검문 등을 시행한다. 테러 직후 국토안보부에 억류됐다 풀려난 소년은 ‘특정 소수’로서 그들에 대해 분노하고 ‘불특정 다수’의 권익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일은 꼬여만 가는데... 마커스와 그 친구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통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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