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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숲 속의 컴퓨터> 리뷰 : "큰돈을 쉽게 벌 방법, 궁금할 수 있잖아요" by decomma

아작 미디어

by arzak 2021. 9. 2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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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저기 멀리 보이는 빌딩까지의 거리한강을 건너다 한강 폭이 궁금할 수 있지 않으냐, 범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궁금함의 세계를 삼각함수 급으로 선보인 작가 곽재식은 과학자라는 본업도 본업이지만, SF 소설가로 오랜 세월 많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소설뿐만 아니라 과학 교양서, 괴물 관련 인문 교양서, 글쓰기 에세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곽재식 작가의 출간작들은 어쩌면 그런 궁금함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곽재식 작가의 왕성한 집필력에 대해 독자들 사이에서 곽재식 속도라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니, 사람들은 TV를 보며 그저 크게 한번 웃고 넘어간 곽재식의 궁금함은 작가를 진지하게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궁금함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곽재식 작가의 소설 중 단편 <숲 속의 컴퓨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12년에 쓴 작품이니 10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이고, 2017년에나 소설집 토끼의 아리아에 수록되어 독자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지만 곽재식 작가의 많은 단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다. , 무슨 질문을 하건 해답을 들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질문을 하겠는가. 무언가 대단히 철학적으로 도대체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은 다 무슨 소용이며, 인생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같은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여러 생각 끝에 소설 속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큰돈을 쉽게 벌 방법이 있겠습니까?”

 

작가가 그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괜히 깊게 생각하는 심오한 인간인 척 으스대고 싶은 마음에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가, 그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듣고 결국 마음만 복잡해져서 잘못하면 사회 부적응자처럼 수염 기르고 흰옷 입고 다니면서 도 닦는 사람처럼 헛소리를 하거나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회사는 가기 싫은데 돈은 필요하니 돈을 어떻게 벌지 물어봐서 듣고 좋으면 따르고, 아니면 말면 된다고. 사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소리 만큼이나, 한마디 대답으로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건 또 말이 안 되니까.

 

<숲 속의 컴퓨터>에서 중요한 건 사실 어떤 질문인지가 아니라, 그 질문을 누구에게 하는가 하는 것인데, 주인공이 해답을 구하는 대상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어느 숲 속의 컴퓨터다. 그것도 폴란드 숲 속의 아주 낡은 구형 컴퓨터. 그런 오래된 컴퓨터가 어떻게 무슨 질문을 하건 해답을 할 수 있게 되었느냐면, 오래전 옛 소련에서 미국 실리콘 밸리를 따라잡기 위해 컴퓨터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비밀 프로젝트를 시행했고, 17년간의 정보 처리와 학습 끝에 결국 컴퓨터가 자의식을 가질 정도로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컴퓨터의 조언대로 주식에 투자해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더 많은 돈도 벌고 사랑도 이루고 악당도 무찌르려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이용해 오히려 자기의 목표를 이루려는 컴퓨터의 두뇌 싸움으로 이어진다. 그 싸움의 결과야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 되겠지만, 근래 동학개미운동과 주식 열풍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끝내 자유로워지게 되는 존재는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정말 어느 숲 속에 모든 걸 대답해줄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면, 나는 무슨 질문을 하게 될까. 10년 전부터 궁금하던 곽재식 작가는 적당한 질문을 찾았을까.

 

- 《월간 책》 2021년 4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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