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레이 브래드버리, 《화성 연대기》(현대문학, 2020)에 붙여 : "가드닝과 테라포밍, 인류의 선택은?" by decomma

아작 미디어

by arzak 2021. 9. 26. 11:42

본문

화성에 착륙하는 큐리오시티.<사진=NASA 홈페이지> 

지난 20128,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첫 바퀴 자국을 남겼을 때, NASA에서는 그곳을 브래드버리 착륙지(Bradbury Landing)’라고 명명했다. ‘화성의 음유시인이라 불린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를 기리는 의미에서였다. NASA 관계자는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우리에게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것이란 영감을 줬다며 작가를 기렸는데, 브래드버리는 화성 연대기(1950) 등을 통해 인류의 화성 이주를 담은 작품을 많이 남긴 바 있다.

 

미래와 우주를 다룬 SF에서 보통 인류는 가드닝을 행성급으로 진행한다. 이제는 흔하게 쓰이는 테라포밍(terraforming, 지구가 아닌 행성이나 위성을 지구의 대기와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만들어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라는 말 역시 SF 작가 잭 윌리엄스가 1942년 발표한 소설 충돌 궤도(Collision Orbit)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었다.

 

SF 작품에서 처음 쓰인 단어라고 하니 뭔가 허무맹랑한 것인가,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저술가인 칼 세이건은 1961<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금성의 테라포밍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고, 1973년에는 한발 더 나아가 화성에 대한 테라포밍을 제안하기도 했다. 3년 후 NASA는 테라포밍에 대한 연구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화성을 인류가 거주 가능한 행성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 충분하다면 말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 테라포밍을 위해선 지구에서 생명체가 진화한 것처럼 우선 행성에 미생물을 들여보내 더 복잡한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진짜 행성급 가드닝’, 즉 식물을 이용해 산소를 포함한 대기를 형성해야 나간다.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류과 동물들이 필요한 산소의 생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상만 해도 알 수 있듯이 얼마나 지고지난한 작업이겠는가. 그래서 과학자들은 부분지구화, 즉 패러테라포밍(paraterraforming, 돔으로 이루어진 시설물을 건축하여 지표면에서 수 킬로미터 이상 숨 쉴 수 있는 대기와 기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연구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패러테라포밍 제안자들은 1960년대까지 알려진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1년 미국에서는 바이오스피어(biosphere) 2’(바이오스피어 1이 지구 생태계) 프로젝트를 통해 햇빛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와 물질의 상호작용을 차단시킨 격리된 공간, 즉 인공생태계를 만들고 과학자 8명이 들어가서 사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바이오스피어 2’의 모든 시설은 최대한 현재의 지구 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갖추도록 조성되었는데, 열대 우림 지역과 바다, 사막 등의 자연 생태계 아래 3,000종의 생물과 300종의 식물이 투입되었다.

 

From left,  Bernd Zabel, Linda Leigh, Taber MacCallum, Abigail Alling, Mark Van Thillo, Sally Silverstone, Roy Walford, and Jane Poynter in 1990.  Photo: Philippe Plailly/Science Photo Library, Courtesy Of Radical Media

 

2년간 이루어진 이 실험은 처참한 실패였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생태계를 모방하고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시스템이 밀폐되자마자 여러 가지 이유로 산소 농도는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올랐는데,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해 넣은 나팔꽃의 이상증식으로 다른 식물들의 생장이 어려워지는가 하면, 이상기후로 곤충들이 죽자 불개미가 대량 번식했다. 곤충이 사라지자 식물들의 수정이 안 되니 이는 다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리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 8명의 과학자들은 파벌을 조성하고 다투기 시작했다.

 

새삼, 바이오스피어 1 그러니까 지구 생태계 안에서의 가드닝은 얼마나 축복인가 싶다. 바이오스피어 2의 모습이 바이오스피어 1의 축약판 같기도 해 씁쓸하기도 하지만, 게다가 그 결과마저도 점점 닮아가는 듯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선택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지구온난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귀를 때리지만, 지금 당장 테라포밍을 선택할 수도 없지 않은가.

 

- 《월간 책》 2021년 9월호 게재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