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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드문 개들만이> 리뷰 : "이나경은 참 이상하고, 참 재미난 작가다" by 홍지운

아작 책방

by arzak 2021. 10. 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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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의 글은 참 이상하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가까운 글이다. 앞에서 제시된 내용이 뒤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다. 갑작스레 우연이 겹치기도 하고 뜬금없는 설정이 더해지기도 한다.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돌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무슨 악평을 적은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글에 홀린 듯 따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 장르에 대해 분석할 때 세 가지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장르의 아이콘과 클리셰 그리고 포뮬러에 대해서 말이다. 서부극의 아이콘이라면 지친 표정의 카우보이와 황야의 회전초일 것이다. 무협의 클리셰를 따르면 주인공이 절벽에서 떨어질 경우 반드시 살아남아 기연을 얻는다. 로맨스의 포뮬러는 서로 티격태격하던 두 인물이 여러 고난을 거쳐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결말까지고 말이다. 그런데 이나경의 글에는 아이콘은 있으나 클리셰와 포뮬러에 대한 안배는 약하다.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의심되는 경우조차 있다. 그의 글은 정해진 틀에 맞춰 가지 않고서 분방하게 돌아다닐 뿐이다.

 

무협지적인 클리셰가 뇌에 새겨진 사람들은 이런 무형의 형식을 형식을 따른 글보다 우월하다고 착각하고는 한다. 하지만 클리셰와 포뮬러가 전제되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있고, 장르에서는 특히 더 이런 장치들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어떤 독자들은 오히려 이런 장치들을 기대하고 책을 펼치기도 하고, 이 장치들이 완성도를 일정 부분 담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나경의 글은 위태롭고 불안하다. 인물의 행동이나 세계가 구동되는 방식이 납득하기 어려울 때조차 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그의 글에서 매력과 개성이 나오는 지점은 바로 그 아슬아슬함에 있다.

 

이나경의 소설에서는 캐릭터의 행동이 돌출되고 사건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기에, 도대체 왜 이러는지, 어떻게 흘러가려는지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이 생겨난다. 모순되고 비약하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그 틈새를 메울 방법을 읽는 이들 스스로가 고민하게 된다. 이나경의 글은 장르의 공식이나 팬덤의 기대 혹은 주제의식에 복무하지 않는다. 순간순간의 의문에 최선을 다할 뿐이고, 그렇기에 강력한 흡입력을 가진다. 위태로움이 곧 긴장을 부르고 흥미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무형의 형식이 작동하는 이유에는 글 안에 다양한 장치들이 내재되어 있는 덕분이다. 이 단편집의 수록된 글은 <메리 크리스마스><포스트 잇!> 두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1인칭의 화자가 청자를 상정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라디오의 사연을 고스란히 낭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엽편인 <포스트 잇!>외의 모든 작품이 이 형식을 따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인칭의 화자는 불신의 대상이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전체상의 편린에 불과함을 독자들은 선험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위태로움은 곧 작품에 대한 불신이 아닌, 화자에 대한 불신과 연결되어 이야기의 긴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분위기가 무르익은 술자리나 긴 휴지기를 가졌다가 대화가 다시 시작된 카페의 한담처럼 작중 화자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자신이 겪은 일을 읊어주는 듯 착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불투명한 사실관계나 돌발적인 사건의 등장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감을 보다 생생하게 불어넣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또한 이나경의 글은 무척 정제되었기도 하다. 사실 그의 글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에는 그의 문장이 매끄럽고 깔끔한 덕분도 있다. 이야기는 분방하게 흐르지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간결하고 정돈되었기에 쉽게 몰입되는 것이다. 만약 글이 분방한만큼이나 문장도 분방하거나, 역으로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개인적 감흥에 심취했다면 지금만큼의 흡입력은 갖추지 못했을 터이다. 그의 글은 무분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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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코끼리 집어넣기>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에 대한 오래된 유머를 어떻게 넣느냐가 아닌 왜 넣느냐에 주목해서 구성한 작품으로 그 사이 인물 간의 긴장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극히 드문 개들만이>는 평행우주를 관측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작가지망생의 이야기다. 극히 SF적인 발명품을 다루면서도 그 발명품으로 인해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가 아닌, 한 인간과 강아지의 드라마에만 주목한 채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렇기에 본 단편집의 표제작에 어울리는 매력을 갖고 있다.

 

<다수파>는 무엇을 고르건 다수파에 해당된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한 사람이 그 능력에 대한 실험을 받으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SNS가 발달한 이 시대에 대한 짧은 스케치이기도 하다.

 

<누나 노릇>은 오랜만의 남동생의 연락을 받은 장녀의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문화에서 기인하는 남아선호사상에 따르는 갈등을 직유로 풀어낸다.

 

<사랑손님과 나>는 제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설정을 차용한 SF. 순간순간의 물음에 즉흥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듯한 진행과 앞을 짐작하기 어려운 전개가 이색적이다.

 

<포스트 잇 사용법>은 마법의 포스트 잇을 갖게 된 아이가 마법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며 보다 성숙해지는 성장담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무척 교과서적인 내용으로 보이겠으나, 그 전개나 내용은 과격한 폭주로 가득한 점이 매력적이다. 본 단편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에 택시 기사와 승객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을 들으며 크리스마스를 추억한다는 내용이다. 짧지만 이나경 작가의 개성이 가장 짙게 묻어난 작품이다.

 

<냄새>는 죽기 직전에 맡을 수 있는 향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곳곳에서 튀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 자체가 기괴한 매력으로 작동해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성공하였다.

 

<포스트 잇!>은 단편집을 닫는 짧은 글이다. 능숙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다정하게 독자들을 끌어들였다가 어느 순간 폭력적으로 전환되는 방식이 이 단편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깔끔하게 축약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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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나경의 글에서는 앞에서 제시된 내용이 뒤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 자체로 매력이자 무기라 할 수 있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자연스럽다는 개념만큼이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개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자연스럽다는 개념은 무척이나 이데올로기적이며, 장르라는 분류는 그 이데올로기적인 요소를 가시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투쟁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나경의 글은 그러한 투쟁에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눈앞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만 주목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정답과 오답을 구분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겠으나, 그의 글이 그만의 독자성을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꼭 밝히고 가야겠다. 참 이상하고, 참 재미난 작가다.

 

홍지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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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드문 개들만이

멀지 않은 미래, 평행우주를 관측하는 프로그램 ‘옴니션트’가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다.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긴 했지만 작가에 대한 꿈보다는 당장의 취업에 정신없는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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