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이지 않은 정자는 어떻게 되지?", 팁트리 중편 '덧없는 존재감' 리뷰
팁트리 걸작선 에 여러 좋은 작품이 실려 있지만, 나는 그중 '덧없는 존재감'이라는 중편이 손꼽힐 만큼 인상적이었는데, 도입부 주인공의 꿈에 "몇 파섹 길이의 남근은 견딜 수 없는 내부 압박에 진동하며 맹목적으로 주위를 찔러댄다"는 구절에 이어 “슬픔에 잠긴 남근”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 애런은 “위대한 판이 죽었도다”고 흐느끼며 한탄을 한다. 역자는 판(Pan)에 관한 이 구절에 “플루타르코스가 처음 적은 이후 많은 시와 노래에 쓰인 구절. 예수가 태어나자 세상의 비탄 속에서 이전 시대의 신인 판이 죽었다는 뜻이며, 이 판은 목동의 신이 아니라 고대 신 전체를 대표하며, 그 죽음은 한 시대의 끝을 선포한다”고 주석을 붙였다. 간략히 잘 정리한 주석이고, 주석이 너무 길어질 수는..
아작 리뷰/06 체체파리의 비법
2016. 5. 22.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