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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작가의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소개 -채널예스 '맨 처음 독자' 코너

아작 미디어

by arzak 2017. 12. 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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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의 '맨 처음 독자'는 그 작품의 첫 독자라 할 수 있을 번역가가 소설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케이트 윌헬름의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를 번역한 정소연 작가의 소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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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책을 만나 어떻게 첫 장을 펼쳤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감상은 지금도 선명하다. 가슴을 에는 슬픔과 그 슬픔을 감싸는 아름다움. 어떤 다정함. 울었던가? 아마 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슬픔이었고, 아름다움이었다. 좋은 소설은 독자를 변화시킨다. 독자에게 지금까지 몰랐던 세상과 감정과 통찰을 보여준다.『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는 그런 책이었고, 나는 이 책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꼈다. 다른 작가를 굳이 끌어와 말하자면 어슐러 K. 르 귄 보다 조금 더 낭만적인, 낸시 크레스보다 조금 더 다정한, 조안나 러스보다 조금 더 조용한, 옥타비아 버틀러보다 조금 더 온화한 슬픔과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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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76년에 발표한 이 작품,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는 더 말을 보탤 것 없는 케이트 윌헬름의 대표작이자 작가의 작품세계의 완성형이다. 케이트 윌헬름이 이 소설에서 인류 멸망이라는 흔한(게다가 당시 과학소설계의 유행이었던) 소재를 다룬 방식은 참으로 놀랍다. 긴 시간 선을 강물처럼 부드럽게 달리는 이야기, 강을 따라 흐르며 만나는 돌멩이며 수풀 앞에서 숨을 고르듯 각 세대를 들여다보는 시선. 이 소설은 우주를 향해 흐르는 긴 강처럼 느리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독자를 빈틈없이 감싼다. 강을 따라 생긴 숲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 같은 인간들, 그 숲에서 들리는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 같은 대화, 햇살을 받아 작게 반짝이는 물결 같은 문장, 긴 강 같은 이야기. 이런 아름다움을 과학소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으랴. 케이트 윌헬름이 글을 쓰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만든 덕분에 생겨난 이 아름다움 앞에서 ‘맨 처음 독자’로서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강바람 앞에서 옷을 여미듯 이 책 앞에 섰다. 독자들도 이 바람을 느낄 수 있기를, 강이 흐르는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물방울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1976년부터 지금까지, 내일을 향해 흐르고 있는 이 소설이라는 강을 들여다보고 오늘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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