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에서 연재 중인 '듀나의 장르소설 읽는 밤'에
별의 계승자 1, 2권이 소개되었습니다.
기막히게 재미있다는 평이 가슴에 사무치네요. 듀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다니...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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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와 얼마 전에 번역판이 나온 속편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시리즈가 5권까지 나왔다)도 사실은 ‘고대의 외계인’ 다큐에 나올 법한 고대 외계인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니비루 가설과 호건의 ‘거인’ 시리즈 중 더 그럴싸한 건 호건의 것이다. 대부분의 고대 외계인 음모론자들과는 달리 호건은 이 가상의 역사를 그럴싸하게 만들기 위해 그가 챙길 수 있는 모든 최첨단 과학 지식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가끔 니비루 가설로 어거지를 쓰느니 그냥 호건의 가설을 바탕으로 음모론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첫 소설 <별의 계승자>의 도입부는 유명하다.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그 시체는 5만 년 전의 것이다. 시간여행의 가설 없이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소설의 주인공들이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분주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소설 중반에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거대한 외계인 시체가 있는 고대의 우주선이 발견된다. 달에서 발견된 시체는 분명 호모 사피엔스지만 이 외계인은 완전히 다른 행성에서 진화한 독립된 종이다. 이를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반 소설 독자들에게 <별의 계승자>는 좀 괴상한 책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소설을 읽을 때 당연시하는 정상적인 캐릭터와 드라마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긴 하는데, 독자들은 그들에게 신경 써야 할 이유가 티끌만큼도 없다. 중요한 것은 고대 우주비행사의 미스터리 자체이고 이들은 그 미스터리를 전개시키는 도구이다. 물론 대부분의 추리소설 명탐정이 비슷한 도구이긴 한데, <별의 계승자>는 주인공들에게 그만한 존재감을 안 준다. 호건의 소설은 개성 강한 천재의 독창적인 추리 대신 수많은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쳐 진행된다. 누군가는 이 때문에 이 소설을 '학회 SF'라고 부르던데, 알게 뭔가. 중요한 건 이 토론 과정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는 것이다. 정통적인 의미로 '좋은 소설' 같지는 않는데, 그래도 내용이 풍부하고 잘 읽히며 생각할 거리도 많은 것이다.
속편인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에서는 1편에 시체로 등장한 가니메데의 거인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온다. 엄청난 우연의 일치가 두 개 겹친 결과라 솔직히 도입부는 그렇게 믿음이 안 가고 1편 만큼 멋있지는 않다. 그 외계인들의 사고방식이 너무 지구인과 똑같아서 좀 심심하기도 하고. 하지만 살아 숨쉬는 외계인이 항성간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를 찾아왔으니 이 책의 우주에서는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거인 외계인들은 친절하기 짝이 없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토론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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