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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책방/01 리틀 브라더

마커스 얄로우가 읽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 전문 중

초천재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직은 10대 소년인 마커스 얄로우. 


그가 수업 시간에 일어나 마커스에 대한 증오로 눈을 이글거리는 찰스와 반 아이들에게 어떤 글의 한 부분을 읽는 장면이 있습니다.


살짝 발췌해보면,



“당시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었잖아요. 그놈들은 적을 지원하면서 적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거예요. 누가 ‘우리’고 누가 ‘그 사람들’인지는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미국을 지원하면 ‘우리’고, 미국인을 총으로 쏘는 사람들을 지원하면 ‘그 사람들’인 거죠.”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있니?”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갈베스 선생님이 그 아이들을 지목했다. 몇 명은 미국인이 베트남으로 가서 총을 들고 정글을 누비기 시작했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미국인을 총으로 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아이들은 찰스의 말에 일리가 있다며 사람들은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선 안 된다고 했다. 찰스만 빼놓고 모두들 토론을 잘했다. 찰스 녀석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의견을 내려는 아이들의 말을 가로챘다. 갈베스 선생님이 여러 차례 녀석에게 순서를 기다리라고 타일렀지만 녀석은 한 번도 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않았다. 나는 스쿨북을 뒤져 예전에 읽었던 내용을 찾았다. 드디어 찾았다. 내가 일어서자 갈베스 선생님이 기다렸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아이들도 선생님의 눈길을 따라 나를 쳐다보더니 조용해졌다. 잠시 후에는 찰스도 나를 바라봤는데, 녀석의 눈이 나에 대한 증오로 이글거렸다.


“읽고 싶은 글이 있는데요, 짧게 읽을게요. ‘이런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가 정부를 조직했으므로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피통치자의 동의에서 비롯한다. 또 어떤 형태의 정부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할 때에는 인민은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고,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원리를 바탕으로 그런 형태의 권력을 조직해서 새로운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11장 한 소녀와 밤, 그리고 바다> 중



마커스가 읽은 부분은 토마스 제퍼슨의 미국 <독립 선언서 Declaration of Independence>의 전문 중 일부분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1796년 부통령이 되고, 


1801년에는 미국 제 3대 대통령이 되었으며,


'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미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1776년 미국의 '독립 선언서'의 중심적인 초안자였습니다.


그 '독립 선언서'의 전문을 살펴보면, 이렇게 시작합니다.




리틀브라더




All Men Are Created Equal.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That to secure these rights, Governments are instituted among Men, deriving their just powers from the consent of the governed; that whenever any Form of Government becomes destructive of these ends, it is the Rights of the People to alter or to abolish it, and to institute new Government, laying its foundation on such principles and organizing its powers in such forms, as to them shall seem most likely to effect their Safty and Happiness.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그들의 창조자에 의하여 어떤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 권리 가운데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러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정부를 수립하였고, 이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통치를 받는 사람들의 동의로부터 나온다. 또 어떤 형태의 정부든 이러한 목적을 파괴한다면, 언제든지 정부를 개혁하거나 폐지하고, 그러한 원리에 기초하여 그들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잘 이룰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다.



번역의 차이가 조금씩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독립 선언서에서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은 결국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권력은 바꾸거나 폐지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 없이 국민이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에게는 '국민'의 역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며, 


모든 인간은 기본권을 부여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권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애국심은 무엇이며, 


국민 이전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생각하고, 지켜나가며, 행동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리하여 마커스가 싸우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학교 교실이든, 회사 휴게실이든, 대학 강의실이든, 카페에서든, 술자리에서든. 


이러한 논의들이 언제나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봅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권리가 아닐까요. 




SF 장르 전문 출판사 <아작>의 첫번째 책은 코리 닥터로우의 대표작 <리틀 브라더>이다. 2008년에 나온 <리틀 브라더>는 미국 사회의 관점에서는 ‘근미래 SF’이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조지 오웰의《1984년》의 ‘빅브라더’를 본딴 책 제목부터가 그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국토안보부는 특정 소수에 대해 불법적 인신구속과 고문을 자행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해선 광범위한 인터넷 검열과 정보기기를 활용한 사생활 정보 수집 그리고 수집된 정보를 활용한 불심검문 등을 시행한다. 테러 직후 국토안보부에 억류됐다 풀려난 소년은 ‘특정 소수’로서 그들에 대해 분노하고 ‘불특정 다수’의 권익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일은 꼬여만 가는데... 마커스와 그 친구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통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