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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기둥 뒤에 한국의 SF 작가들이 있어요, 한국SF작가선을 소개합니다

아작 책방

by arzak 2021. 12.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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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바, 한국 최초의 SF 단편은 김동인의 <K박사의 연구>(1929, 신소설)이다. 해방 이후 한국 최초의 장편 SF로 기록된 문윤성의 <완전사회>(2018, 아작)가 1966년 발표되었지만, 1987년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1987, 문학과지성사)가 발표될 때까지 SF라는 이름은 한국 사회에서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지워져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기준으로, <비명을 찾아서> 이후 한국 SF로 분류되어 출간된 소설은 지난 34년간 500종이 되지 않는데, 그중에서도 60퍼센트가 넘는 300종이 2017년 이후, 그러니까 지난 4년간 발표되었다. 그간 한국의 소설 작가들은 SF를 쓰지도 않고, 출판사들은 SF를 출간하지 않은 것이었을까. 물론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SF를 써 왔지만, SF라는 분류를 원치 않았던, 그리고 굳이 SF라는 꼬리표가 책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 있었을 테다. 혹은 여전히 여러 영화 감독들이 멀쩡히 SF를 만들어놓고도 "내가 만든 건 SF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듯 자신이 창조하는 컨텐츠가 SF인 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SF 전문 출판사"라는 이름을 걸고 처음 출판을 시작하면서 보도자료를 전하기 위해 언론사에 갔을 때 기자들로부터 느꼈던 위화감을 아직 기억한다. 말로 하지 않았던 그 눈빛들은 대략 이랬다. "아니, 장르 출판사가 문학 전문 기자를 왜?" 사실 '한국 SF'라는 분류로 서점에 책을 건 게 당시만 해도 듀나, 김보영, 배명훈 정도였으니 한국 작가의 SF는 그 자체로 참 낯설고도 경이로운 존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근래 한국 SF의 기둥이 된 작가들이 하이텔 등 소위 인터넷 초창기부터 집필 활동을 시작해 아이디가 그대로 필명이 되었거나, 본명이나 필명에 대한 고민을 할 만한 지면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에, 누군가 보기에 SF는 '작가'가 쓰는 게 아니라 인터넷 어디에서인가, 정체 모를 '아이디'나 '만화 플픽'이 쓰는 '기담'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와우 거리 도서전을 앞두고, 김창규와 홍지운(구 dcdc)의 소설집 <삼사라>와 <구미베어 살인사건>을 준비하던 2018년 가을에 '한국SF작가선'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김창규는 SF 어워드 중단편 부문에서 3회나 대상을 받았고, 홍지운 역시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말 그대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들의 팬이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곤 누구도 제대로 그들을 '작가'로 호명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최소한 프로필 사진만이라도 제대로 찍어서 여기 당신들이 맹점이라는 기둥에 가려서 보지 않는 '작가'가 있다고, 한국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멋진 SF를 쓰고 있는 'SF 작가'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 보니 아니 이건 너무 멋진 게 아닌가. 그래 아예 소리를 질러보자, 표지 전면에 넣어서 전국 서점마다 한국 SF 작가 얼굴을 알려보자, 싶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한국SF작가선의 이름으로 탄생한 게 이 두 책이다.

 

ISBN 979-11-89015-29-9

 

ISBN 979-11-89015-31-2

 

첫 두 책인데 번호가 이런 건 그간 다른 표지도 이미 냈던 책들도 증쇄 기회가 오면 작가선으로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세상에 많은 일이 그렇듯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다음 해 초 정보라의 <저주토끼> 증쇄 때야 겨우 작가선을 한 권 보탤 수 있었으니까. 어쨌건 이 세 권의 책은 현재 동네서점뿐 아니라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에서도 주문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SF작가선 시리즈다. 조만간 증쇄 시 새 표지로 바꾸고 이 판본들도 동네서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ISBN 979-11-87206-42-2

어쨌건 세 권의 책을 작가 얼굴로 도배했지만 참여한 작가들은 물론 시장의 반응 역시 별로였다. 대체로 너무 부담스럽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책을 내는 것도, 작가선 시리즈도 포기할 수 없어서 두 가지 버전으로 나누어 출간하기로 했다. 일반판 표지의 책은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만, 작가선 표지는 동네책방에만 공급하기로 한 것. 2019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준비한 책들이어서, 동네책방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작가선 시리즈의 인기는 도서전에서 인기가 꽤 좋았다. 곽재식의 <지상 최대의 내기>는 복을 비는 용도로, 이산화의 <증명된 사실>은 작가가 남자임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되긴 했지만 말이다.

ISBN 979-11-89015-67-1
ISBN 979-11-90394-69-7

그리고 맞이하게 된 2020년 첫 책 정세랑의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뜻밖에 작가선 시리즈 공급에 예기치 못한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동네서점에 공급이 되지 않는 일반판 표지를 찾는 독자들이 많았던 까닭. 당시만 해도 한 책에는 하나의 ISBN만 들어가야지 그게 아니면 큰일이 나는 것으로 알았기에 도매상으로 일반판을 공급하지도 못하고, 일일이 동네서점의 주문과 원성을 받아야 했다.

ISBN 979-11-6530-000-5

그렇게 일일이 대응을 하는 와중에, 이번에는 "동네에 동네책방이 없는데 동네책방에서만 판매를 하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하는 독자들의 전화가 폭주했다. 그렇다고 개별적으로 판매를 하기에는 손이 많이 갈 듯해 알라딘에서만 한국SF작가선 표지를 팔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서점에 판매정보를 걸자마자 동네책방에서 항의 메일이 들어왔다. 이름만 '동네책방 에디션'이고 인터넷 서점에서도 판매를 하는 것은 '동네책방'을 마케팅 도구로만 쓰는 행위라는 지적이었다. 옳은 말이었다. 즉각 사과와 더불어 판매를 중지했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거쳐. 2020년 5월 이후 출간되는 한국SF작가선 책들은 이제 ISBN을 따로 받고 시차를 두고 공급해, 동네책방에서는 일반판과 작가선 표지를 모두 주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네책방에도 일반판을 먼저 공급하고 따로 주문이 있어야 도매상에서 작가선 판본을 공급하다 보니 예전보다 작가선 표지를 동네책방에서 흔하게 보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이제 시스템이 좀 잡힌 것 같다.

 

이하의 책들은 별도의 ISBN을 부여받은 작가선 시리즈로, 동네책방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상의 이야기는 사실 기회가 될 때마다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서 작가들께 설명하는 이야기다. 작가선 시리즈 표지를 할지 말지 의견을 나눈 뒤 작가가 동의를 하면 표지를 만든다. 이 기회를 빌어 작가선을 허락해준 작가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제 간신히 14번을 찍었는데 그 와중에 절판이 있어 13권의 작가선이 남았다. 그래도 모쪼록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 전 세계 SF 팬과 작가들이 모이는 행사에서 이 책들을 모아서 펼쳐 보이고 싶다. 그래서 꼭 이렇게 외칠 날이 언젠가 오길 바란다. 여기 기둥 뒤에 한국의 SF 작가들이 있다고. 

 

한국SF작가선 시리즈는 동네책방을 통해 ISBN으로 주문하시면 된다. 작가얼굴 표지라고도 알려주시면 더 좋다. 그러면 동네책방에서 거래하는 도매상을 통해 공급해드릴 것이다. 그리고, 혹 도매상과의 거래나 주문에 이상이 있다면 동네책방 관계자들께서는 아래 메일로 문의를 해주시길 바란다. 

 

한국SF작가선 및 아작 도서 구매 관련 문의:  djpahk@naver.com

ISBN 979-11-90394-72-7

 

ISBN 979-11-90394-73-4
ISBN 979-11-90394-77-2
ISBN 979-11-90394-78-9
ISBN 979-11-90394-79-6

 

ISBN 979-11-90394-80-2
ISBN 979-11-9039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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