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코니 윌리스 크리스마스 걸작선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와 <고양이발 살인사건>의 부록입니다.
우리 가족은 추수감사절(11월 19일) 바로 다음 날부터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 세월이 흐르며 목록이 불어나다 보니 이제는 크리스마스까지 다 볼 수가 없어서 해를 넘겨 주현절(1월 6일)까지 그냥 쭉 봐야 할 지경이다.
낡은 영화들을(이를테면, 예를 들어 케이블채널에 나오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영화라든가, 나쁜 산타할아버지나 앨빈과 다람쥐가 나오는 영화들) 넣지 않아도 그 정도의 목록이 되는 것이 기적 같기도 하다. 우리가 싫어하는 크리스마스 영화 목록도 좋아하는 목록만큼이나 길다. <솔드 아웃>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크리스마스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목록이다. 각자가 좋아하는 영화를 추가하면 더 좋으리라.
1.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 1947)> 지금까지 나온 크리스마스 영화 중 최고(‘서문’을 보라). 당연히 나탈리 우드와 에드먼드 그웬이 나오는 원작 이야기다. 흑백영화 말이다. 리메이크작 두 편은 다 비참하니 볼 생각도 마시길.
2.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 공동 1위.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의 모든 면과 그 밑에 흐르는 사랑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쩌면 지금껏 나온 크리스마스 영화 중에서 최고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차례로 재미있고, 슬프고, 역설적이고, 터무니없고(엄마: “제1 랍스터? 아기 예수가 태어날 때 랍스터가 하나 말고 더 있었어?” 딸: “아, 네네.”), 낭만적이고, 절로 얼굴을 찡그릴 정도로 고통스럽고, 감정을 고양시킨다. 히드로 공항이 나오는 오프닝 장면에 바로 지금 누구나 쓸 수 있는 크리스마스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3. <크리스마스 스토리(A Christmas Story, 1983)> 근소한 차로 2위에 선정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간절하게 비비탄 총을(“잘못하면 자기 눈을 쏘고 말걸!”) 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이야기로 장 쉐파드가 시나리오를 썼는데, 감상적인 측면이 전혀 없으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주 드문 작품이다. 혀가 국기게양대에 들러붙는 장면이라든가, 그 멍청한 개들과 칠면조 장면이라든가, 백화점 산타를 보러 가는 장면처럼 웃기는 장면이 많다. 각자 제일 좋아하는 장면을 찾아봐도 좋을 듯. 나는 ‘큰 상’ 장면을, 아니, 잠깐만, 코코아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주는 마법해독기 반지 장면을, 아니, 아니야… 하지만 그저 웃긴 장면이 개연성 없이 이어지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다른 여느 크리스마스 영화 이상이다. <크리스마스 스토리>는 어린아이였을 때는 얼마나 간절하게 뭔가를 원하는지, 아이의 1년에서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포착해낸다.
4. <사랑에 눈뜰 때(The Sure Thing, 1985)> 하마터면 이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을 뻔했다. 예고편(과 제목)만 보면 맥주 냄새 풀풀 나는 청소년 섹스 영화 같았다. 그러다 몇몇 장면들이 <어느 날 밤에 생긴 일>과 정말 비슷하다는 걸 알아채고는 한 번 보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기 위해 남자친구를 찾아가려는 앨리슨과 ‘뭔가 확실한 것’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길에 고전적인 로맨틱 코미디다운 우연으로 앨리슨과 같은 차를 얻어타게 된 깁에 대한 이 대단한 로드무비를 매년 보고 있다.
5. <모건 크리크의 기적(The Miracle of Morgan’s Creek, 1944)>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만들어진 대부분의 영화는 용감한 병사들과 가정 전선에서 일편단심으로 그들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영화감독인 프레스턴 스터지스는 대신에 군대 댄스파티에 갔다가 (아마도) 결혼하게 되고 (확실히) 아기를 갖게 되는 여자와 곤경에 빠진 그녀를 도와주려는 군 면제자인 남자친구 노벌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들이 뭔가를 시도하면 할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질 뿐이었고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나야만 그들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데, 효과가 있으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6. <모퉁이 가게(The Shop Around The Corner, 1940)> 오스트리아의 불경기 때 어느 작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이 영화는 모든 측면에서 고전적이다. 지미 스튜어트와 마거릿 설리반이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펜팔 친구로 열연을 펼칠 뿐만 아니라 괴팍한 상사로 분한 프랭크 모건에서부터 참을성 많은 피로비치와 구제불능인 페피까지 대단한 조연들이 탄탄하게 극을 받치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은 빈의 도시 풍경을 볼 수 있다.
(주의: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인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한 <유브 갓 메일>은 나도 좋아하는 영화로, 이쪽을 봐도 무방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오리지널이 낫다.)
7. <크리스마스 캐럴(The Muppet Christmas Carol, 1992)> 한 편이 아니다. 세상에는 알라스테어 심에서부터 피카드 선장과 빌 머레이까지, 온갖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온갖 버전의 이 영화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두 편은 머펫 캐릭터들이 나오는 버전과 만화 캐릭터인 미스터 마구 버전이다. 둘 다 원작 소설에 가장 충실할 뿐 아니라(알았어요, 알았어, 머펫 버전에는 스크루지의 동업자였던 말리의 유령이 둘 나오지만 찰스 디킨스와 쥐 캐릭터인 리쪼도 나온다), 제일 재미있기도 하다. 게다가 둘 다 평점도 좋다. 폴 윌리엄스가 머펫의 노래들을 작곡했다. 미스터 마구 버전은 쥴 스타인과 밥 머릴로 구성된 브로드웨이 팀이 맡았고, <세상에 혼자 있을 때>라는 멋진 곡이 포함되어 있다.
8. <산타클로스(The Santa Clause, 1994)> 나는 이혼한 어느 아버지가 사고로 산타클로스를 죽였다가 법적으로 산타클로스의 역할을 떠맡게 된다는 이 영화를 싫어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이 영화에는 내가 요즘 크리스마스 영화들에서 경멸하는 것들, 거액을 들여 제작한 영화의 가치들과 너무 공들인 특수효과, 허세 떠는 순록 우스개 같은 것들을 빠짐없이 갖췄다. 내가 싫어하는 팀 앨런도. 팀 앨런이 건방진 말투에다 자기중심적인 제이슨 네스미스 함장을 연기하여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갤릭시 퀘스트>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는 <산타클로스>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건방진 대화도 그랬지만, 북극의 2인자 이름이 버나드라는 데에서부터 프랑크 소시지로 만든 장난감 피리까지, 낡은 이야기를 영리한 비튼 점에서 영화 전체가 그랬다. 그리고 뭔가 보기 드문 무기로 무장한 요정 특공부대가 나오는데, 바로 장식물로만 쓰이지 않는 양철 조각 장식이다.
9. <홈커밍(The Homecoming, 1973)> 불경기 시대를 견디며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돌아온다면 말이지) 어느 웨스트버지니아 가족에 관한 이 텔레비전 영화는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인 <월튼네 가족>의 파일럿 작품이었다. 하지만 시리즈와 달리, 이 영화는 불경기가 얼마나 혹독한지, 도는 불경기가 무수한 가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묘사하는 데에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도 말이다.
10. <코네티컷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Connecticut, 1945)> 실제로 요리를 할 줄 아는 마사 스튜어트 같은 한 잡지 기자와 배가 어뢰 공격을 당해 18일 동안 난파하면서 갖가지 음식을 꿈꾸는 어느 선원에 대한 이 1945년 영화에는 바버라 스탠윅을 비롯해 시드니 그린스트리트, 데니스 모건이 출연하고, 여주인공의 삼촌 펠릭스 역은 사칼이 맡았는데, 그의 존재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특히 바버라가 어느 뷔페에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동의하고 남자가 그녀의 선택을 칭찬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펠릭스로 분한 사칼이 그녀의 접시를 채워주는 척하면서 그녀에게(그리고 우리에게) 자신이 그 상황을 어떻게 여기는지 정확하게 말해주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는 말한다. “볼로냐(거짓말이라는 뜻이 있음)… 호스래디쉬(말도 안 돼라는 뜻이 있음)… 견과류(멍청이라는 뜻이 있음).”
11. <아말과 밤의 방문자들(Amahl and the Night Visitors, 1951)> 지안 카를로 메노티가 쓴 이 단막 오페라는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에 어느 가난한 과부의 집에 잠시 머문 동방박사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원래는 텔레비전용으로 제작되었다. 비디오로 출시되었는데, 더 좋은 것은 교회와 대학, 지역 극장 모임들에서 크리스마스에 종종 공연한다는 것이고, 난 확실하게 라이브로 이 작품을 보기를 권한다. 이야기는 매력적이고 음악은 마음을 빼앗으며, 불구 양치기 소년과 세상에 적의를 품은 그의 어머니와 그들을 찾아온 저명한 방문자들에 관한 단순한 이야기에 공연마다 뭔가가 덧붙여진다.
12.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 1995)> 샌드라 블록과 빌 풀먼이 주역을 맡은 이 달콤하고 로맨틱한 코미디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홀로 보내야 하는 처지와 가족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초래할 수 있는 황당하고도 복잡한 소동을 그린다.
13. <3인의 대부(3 Godfathers, 1948)> 존 웨인이 주연을 맡은 존 포드의 서부극이라니, 전혀 기대치 않은 곳에서 발견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3인의 대부>는 황량한 곳에서 출산이 임박한 초기 정착민 여성을 발견한 세 은행강도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겨우살이와 산타할아버지와 눈을 과도하게 섭취했을 때 보면 완벽한 영화이며 존 포드 서부극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혀 <역마차>, <아파치 요새>, <수색자> 등의 영화로 이끌어줄 것이다.
14. <오프 시즌(Off Season, 2001)> 플로리다의 어느 쇠락한 모텔을 배경으로 한 <오프 시즌>은 전혀 크리스마스 영화처럼 보이지 않고,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영화처럼 느껴지지도 않지만, 그 쇠락한 플로리다 모텔에 사는 노인을 진짜 산타클로스라고 생각하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는 정말 멋지다. 산타는 사실 여러 주에서 수배를 받는 사기꾼이었다. 아니 그가 그랬나? 어느 쪽이든 노인 역을 맡은 흄 크로닌이 대단히 멋지다.
15. <나 홀로 집에(Home Alone, 1990)> 내가 욕하는 딱 그런 종류의 감상주의가 넘치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존 휴스에 대해서, 또는 얼간이 삼총사 식의 슬랩스틱 유머(이 경우에는 두 얼간이이고, 둘 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가족에 대한 우리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는 대단한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 ‘내 기억 속 어딘가’(나는 이 노래가 크리스마스 고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와 교회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16. <존 도우와의 만남(Meet John Doe, 1941)> 다들 아실 프랭크 카프라의 다른 크리스마스 영화는 이 영화보다 훨씬 유명하지만(12월 한 달 내내 매일 987회 정도가 상영된다), 게리 쿠퍼가 생계가 막막한 떠돌이로 분하고 바버라 스탠윅이 적극적인 기자로 분한 이 영화는 정말로 흥미진진하고, 특히 요즘 같은 종교적 광신집단과 권력에 목매는 정치가들과 미쳐 날뛰는 언론과 그보다도 더 미쳐 날뛰는 냉소주의의 시대에는 특히 그러하다.
17. <엘프(Elf, 2003)> 윌 퍼렐은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하니 누군가가 가서 이 영화를 보라고 권했는데, 지금 이 영화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의 반열에 올라 있고, 대체로는 암시나 역설이나 빤하게 ‘이거 웃기지 않아요?’ 하는 장면 하나 없이 더없이 고지식하게 엘프 버디를 연기한 윌 퍼렐 덕분이다. 주이 드샤넬의 연기도 훌륭하고, ‘노란 건 멈추지 않아’에서부터 ‘난 층층이 쌓인 일곱 지팡이사탕 숲을 통과하고, 빙글빙글 도는 젤리과자 바다를 건넌 다음 링컨 터널을 걸어서 지났어’까지 멋진 대사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마침내 짐벌스 백화점이 메이시스 백화점과 경쟁할 기회를 잡았다!
18. <미혼모(Bachelor Mother, 1939)> 진저 로저스 없이는 크리스마스가 완성됐다고 할 수 없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백화점 직원인데 고아원 계단에 아기가 버려지는 걸 발견하고는 구하려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어떤 선행도 고행을 피해갈 수 없으니, 어쩌다 보니 그녀는 아기의 어머니로 지목되고, 해명하면 할수록 상황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간다. 이 영화에는 찰스 코번도 출연하는데, 모든 영화를 통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를 한다.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든 상관없어. 나는 할아버지다!” 그리고 데이비드 니븐은 이 영화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목숨을 구했다. 벌지 전투 중에 그는 영국 정보국 소속으로 활약했는데 무장한 미국인 보초병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보초병이 독일군 첩자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랍시고 ‘월드시리즈 우승팀은?’이라고 물었다. “모르겠다.” 니븐이 대답했다. “하지만 난 진저 로저스와 같이 <미혼모>에 출연했어.” 이 대답이 효과를 발휘하여 그는 무사히 통과했다.
19.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2002)> 휴 그랜트가 어른이면서 계속 아이처럼 살다가(크리스마스 노래를 작곡한 아버지 덕분에 저작권료로 먹고산다) 자포자기한 어머니와 같이 사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되는 남자를 연기했다. 내가 흠모해 마지않는 닉 혼비가 시나리오를 썼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20. <세인트루이스에서 만나요(Meet Me in St. Louis, 1944)> 결말 부분만 빼면 이 영화는 진정한 크리스마스 영화다. 우리 가족은 이 영화의 굉장한 핼러윈 장면 때문에 가끔 10월에 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는 가장 뛰어난 크리스마스 노래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가 나오고, 헤어짐과 슬픔으로 남은 크리스마스라는 소재 덕분에 정말로 기억할 만한 영화가 되었다.
21. <레몬 드롭 키드(The Lemon Drop Kid, 1951)> 이 영화는 데이먼 러니언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춤추는 댄의 크리스마스>에 달린 러니언에 대한 언급을 보라) 밥 호프가 나온다. 그리고 ‘실버 벨’ 노래도.
22.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 가톨릭 교단의 대규모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팀에 관한 이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성탄 연휴이긴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크리스마스 영화라 할 수 없고 다루는 소재도 이 목록에 오른 다른 영화들보다 무겁다. 하지만 압도적인 비정상에 맞서 진실과 정의가 싸운다라는 이 영화의 주제는 이 시기에 전적으로 적절하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더.
23.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1994)> 이 영화도 크리스마스 영화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에 시작하고, 바닥 깔개에 누운 조가 투덜거리는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다’라는 원작 소설의 첫 줄은 역대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첫 줄 중에서 최고라 할 만하다. 게다가 나는 어릴 때 크리스마스 때마다 이 영화를 봤다. 세 가지 판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 봐왔던 것은 준 앨리슨이 나오는 (코 찔찔 흘리는 에미미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오는) 판본이었다. 보통은 캐서린 헵번이 나오는 판이 제일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판본은 위노나 라이더와 커스틴 던스트가 나오는 최근작이다. 아니면 셋 다 봐도 좋을 듯.
24. 그리고 마침내,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 1954)> 저도 압니다, 알아요, 이 영화가 완전히 클리셰 범벅이라는 거. 그리고 당연히 망작일 수밖에 없다는 거. 첫째로, 이 작품이 (역시 그다지 좋지 못한 <홀리데이 인>의) 속편이며 순전히 <화이트 크리스마스> 노래의 성공 덕을 보기 위해 쓰였다. 둘째로, 이 영화를 위해 작곡된 진짜 노래는 없이 여기저기서 되는 대로 긁어모은 어빙 벌린 노래들뿐이고, ‘어이, 꼬마들, 이제 쇼를 시작해볼까’라는 이야기는 책에서 가장 남용되는 주제이다. 게다가, 프레드 아스테어가 빠지고, 대신 들어온 도널드 오코너는 병이 났다. 하지만 어쨌든 이 모든 것을 끌고 가면서도 영화는 빙 크로스비와 대니 케이가 여장을 하고 ‘시스터즈’ 시늉을 하는 장면과 매년 후임자들을 골탕 먹이는 데 능숙해져 가는 장군 등의 판에 박힌 흥행 장면들이 가득한 대단한 영화가 되었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메리 윅스가 나오고 대니의 부상당한 팔에 관한 농담이 내내 계속된다. 그리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집에서 듣던 노래를 들으며 전투에 불려갈 때를 기다리는 어린 소년들의 얼굴도. 많은 영감을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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