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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미디어

<경향신문> [책과 삶] ‘디지털 실낙원’에서 세상을 구원하라

기사 링크


ㆍ리틀 브라더

ㆍ코리 닥터로우 지음·최세진 옮김 |아작 | 507쪽 | 1만4800원


열일곱 소년 마커스 얄로는 학생들을 옥죄는 학교의 각종 전자 감시시스템을 뚫는 게 주특기다. 여느 때처럼 마커스가 친구들과 학교를 땡땡이치고 게임을 즐기던 도중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에 휘말렸다가 미국 국토안보부에 용의자로 붙잡힌다. 불합리한 근거 때문에 억류당한 마커스와 친구들은 고초를 겪고 풀려나서도 감시받게 되지만, 그에 맞서 유쾌한 활극을 벌인다.


소설 <리틀 브라더>의 작가 코리 닥터로우는 자유 저작권 운동가이자 ‘비타협적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의 자유를 위해 힘쓰는 시민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에서 오래 활동했고,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 정보 투명성 등에 관한 칼럼을 써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SF소설을 발표했고, 한 해 발표된 SF 중 가장 논쟁적인 작품을 선정하는 프로메테우스상 최다 수상자다.



마커스의 ‘주적’은 미 국토안보부다. 이곳은 9·11테러 후 미 정부 각 부처의 대 테러기능을 통합해 2002년 출범한 단체로 인력만 17만명에, 한 해 예산 400억달러(43조8000억여원)를 쓰는 거대 국가기관이다. 마커스는 이에 맞서 ‘불특정 다수’의 권익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일은 꼬여만 간다. 체제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갈 방법을 온라인에서 전파하지만 그러면 더 강력한 통제 방식이 생겨난다.


그러나 탈출은 지난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소설은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주지만, 마커스와 친구들처럼 기술에 익숙한 세대는 쉽게 그 구멍을 찾는다. 


소설 속 해킹 기법은 대부분 실제 사용되는 기술과 프로그램이며 세밀하게 제시된다. “걸핏하면 다운되어 마흔 살 이하 젊은이들이라면 결코 자발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마이크로소프트의 똥덩어리”를 욕하는 세대, “돈은 없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아이들의 능력”을 통해 ‘게임하는 젊은이들이 세상을 구원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에서 국토안보부는 헌법을 유린하고 SNS를 조작해 선거에까지 개입하는데, 조지 오웰의 <1984년> 속 ‘빅브러더’를 연상시킨다. 2009년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 ‘근미래’를 가정하면서 9·11 이후 미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근미래가 아닌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다. 


닥터로우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올해 이탈리아 사이버무기 판매업체의 고객 명단에 한국이 포함됐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 책은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묻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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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 전문 출판사 <아작>의 첫번째 책은 코리 닥터로우의 대표작 <리틀 브라더>이다. 2008년에 나온 <리틀 브라더>는 미국 사회의 관점에서는 ‘근미래 SF’이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조지 오웰의《1984년》의 ‘빅브라더’를 본딴 책 제목부터가 그 사실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국토안보부는 특정 소수에 대해 불법적 인신구속과 고문을 자행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해선 광범위한 인터넷 검열과 정보기기를 활용한 사생활 정보 수집 그리고 수집된 정보를 활용한 불심검문 등을 시행한다. 테러 직후 국토안보부에 억류됐다 풀려난 소년은 ‘특정 소수’로서 그들에 대해 분노하고 ‘불특정 다수’의 권익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일은 꼬여만 가는데... 마커스와 그 친구들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통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