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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두 도시에 관한 탐닉적인 보고서

아작 미디어

by arzak 2015. 12. 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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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5122113090684606


“픽립 딕과 레이먼드 챈들러가 사랑으로 낳은 아이를 프란츠 카프카가 길렀다고 생각해보라.” 이 소설에 대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극찬에 가까운 평이다. 필립 딕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이자 20세기 SF 소설을 대표하는 거장이며, 레이먼드 챈들러는 고전 추리소설과 대비되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개척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거기에 프란츠 카프카의 넘볼 수 없는 천재성까지 발휘된 소설이라니.  

하나의 공간, 같은 위도와 경도에 두 개의 적대적인 도시국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일이 가능할까? 소설은 서로 ‘안보는 것’을 유지함으로써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데서 시작한다. 그렇게 탄생한 베셀와 울코마는 다시 이국 변경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쨌든 이 도시국가들은 현실의 부다페스트, 아테네와 스코페 사이 어딘가에 실존하는 듯하고, 거기서 ‘침범국’을 의식하며 눈앞의 타국인을 ‘안보는’ 사람들이 거닌다. 이들 융화 불가능한 두 도시가 상징적이면서 감각적이고 이질적이면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현실의 어느 도시들에서 이미지를 차용했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야기는 두 도시와 감시 권력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펼쳐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다. 해외 평단에서는 전작들에서 작가가 즐겨 썼다는 위어드 픽션(기이한 판타지 쯤 되겠다)의 요소를 거의 걷어내 구체성을 현저히 강화하고도 ‘지적인 기묘함’의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등장하면서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가상도시 ‘오르시니’에 이르면 이 기묘함이 극에 달하는 느낌이다. 

두 도시 사이에 또 하나의 도시가 존재한다면 대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을까? 소설은 살해당한 여인 마할리아의 기록을 중심으로 이어지는데, 그녀가 오르시니의 존재를 믿지 않아서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분수령에 이른다. 하드보일드 판타지라는 말에 걸맞게 대화와 서술은 매우 직선적이지만, 그럼에도 현실을 암시하는 서술은 존재한다. 티아도어 볼루 경위의 변화된 지정학적 위상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그렇다. 

“그들은 내가 그 도시에 없다는 것을, 완전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려 들지 않았다.”

도시와 도시 양쪽에 살면서 두 장소에 두 개의 법이 남아 있도록 그 껍질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은 자, 그에게서 매우 낯익은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순전히 독자의 탁월한 현실 감각 덕일 것이다.

충격적이며 대범하고 독창적인 이 소설의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하고 국제학 박사이기도 하며 과학기술과 마법이 절묘하게 결합된 이야기로 현 세대를 대표하는 과학 판타지 작가라 불리고 있다. 2008년 한국 광우병 관련 촛불 시위 당시 이를 지지하는 해외 인사들의 명단에 노엄 촘스키와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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