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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나무 도적 사전연재. 1] <늑대여자>, 수전 팰위크 지음, 신해경 옮김 시간이 문제였다. 시간과 산수가. 넌 처음부터 숫자가 문제를 일으키리라는 걸 알았지만, 그때 넌 훨씬 어렸다. 훨씬 어렸고 훨씬 덜 현명했다. 그리고 문화적 충격도 있었지. 네 고향에서는 여성의 얼굴에 주름이 져도 괜찮았다. 고향에서는 젊음만이 유용한 것이 아니었다. 넌 고향에서 조너선을 만났다. 알프스에서 가까운 어느 숲이었다고 해두자. 숲 가장자리에 있는 어느 마을이었다고. 오래된 숲이었다고. 그때 넌 나이가 많지 않았다. 두 발로 치면 열네 살이었고, 네 발로 치면 고작 두 살이었다. 이미 완전히 성장하기는 했지만. 너희 종족은 네 발인 경우로 계산하면 두 살 정도에 완전히 성장하지. 그리고 알 건 다 알았어. 오, 맞아. 넌 달을 보고 짖는 법을 알고 있었어. 누군가 그에 화답해 짖을 땐 어떻게 ..
[칼럼 SF 완전사회. 3] 변곡점에 서서, 심너울 변곡점에 서서 초등학교에서부터 SF 창작을 조기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년 과학의 날이 오면 학교에서 과학 상상 경진 대회를 치렀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그중 가장 괜찮은 것을 만든 아이들이 뽑혀서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나는 2년 동안 문화상품권을 받아서 메이플 스토리에 탕진했는데, 어쩌면 그 기억이 남아서 지금도 SF 스토리텔링으로 먹고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2005년 당시에 내가 미래를 예측하고 쓴 글은 대단히 희망적이었다. 20년쯤 지나면 달로 수학여행을 떠나고 화성에 정착지가 세워지고 하늘에 차가 날아다닐 거라고 확신했다. 안타깝게도 나의 희망찬 확신 중 실현된 건 단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미래는 반드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유지했다. 그..
[칼럼 SF 완전사회. 2] 바로 지금 멋지게 해야 할 일, 이산화 바로 지금 멋지게 해야 할 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본명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의 단편 은 언제 읽어도 매혹적이지만, 요즘처럼 전염병 재난을 피해 집구석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어야 할 때는 더더욱 꺼내 읽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우주여행이 보편화되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미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이 소설은 통제 불가능한 외계 기생생물 포자가 야기할 재난을 막아내기 위해 힘을 합치는 두 모험가의 고군분투와 우정을 그린다. 물론 소수의 영웅이 위협적인 전염병 문제를 한순간에 깔끔히 해결한다는 내용만으론 어쩐지 얄팍한 현실도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현실에선 그런 소수의 영웅들이 지쳐 쓰러진 뒤로도 최소한 몇 년 동안은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와 불편한 공존을 지속해야 할 모양이니 말이다. 하..
[칼럼 SF 완전사회. 1] 세상을 구하는 자는 누구인가, 박해울 삶이 거대한 농담처럼 느껴질 때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왜 사는가와 같이 거창한 질문을 두고 상념에 빠져 있다가, 별안간 사람이 막을 수 없는 사고나 재해를 만나면 그 순간 삶이 거대한 농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산다는 건 거창하지 않고 허무한 일이며, 사람은 미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나에게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세월호 참사가 그런 순간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2020년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맞고 있다. 다른 대륙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동생과 가족들의 건강이 괜찮은지 걱정하고, 매일 착용할 마스크의 수급에 대해 서로 물으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1월이나 2월에는 “코로나 잠잠해지면 보자”는 말을 몇 주 정도만 하게 될 줄 알았다. 곧 감염의 걱정..
[8월 알라딘 단독 아작 브랜드전] 마스크를 지켜줘! 알라딘 이벤트 페이지 바로 가기 도서별 판매 페이지 (마스크 목걸이를 누르면 해당 도서 판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2021 문윤성 SF 문학상을 공모합니다
문윤성 SF 문학상 다운로드 자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천선란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리뷰: 지울 수 없는 흑백 타투 같은, 2의 세계, 김창규 사변이 경계를 지워버리고 모든 장르가 서로 화기애애하게 구느라 바쁜 요즘, 글세계에서 작가의 색깔을 첫 모습과 주 종목으로 나누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천선란 작가는 2020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한국과학문학상은 과학소설, 그러니까 SF 소설에 주는 상이다. 알다시피 작가를 알기 위해 그런 사실에 너무 집중하면 틀이 생긴다. 좋은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사람에게 틀은 아마도 도움보다는 해를 더 많이 줄 것이다.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책을 열고 읽으면 된다. 하지만 조금 더 미적거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 목차에서 이 작품집에 실린 8개의 글 제목을 잠시 들여다보면 적어도 세 개의 작품에서 하나의 숫자를 떠올릴 수 있다. 는 말할 필요가 없을 테고, 는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