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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SF 완전사회. 7] 기술이 우리의 상처를 낫게 하지 못하더라도, 심너울 기술이 우리의 상처를 낫게 하지 못하더라도 기술이 우리의 모든 상처를 낫게 하리라고 굳게 믿던 적이 있었다. 진보한 기술이 모든 위험과 과로를 세상에서 일소하고 낙원을 구현하리라 생각했다. 과거의 SF 소설들은 내가 이런 가치관을 구축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마법과 다를 바 없는 기술로 이루어지는 유토피아들을 목격했으니까.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건 말건 사람들의 삶은 팍팍했다. 더 팍팍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얼마 전, 택배 노동자가 또 한 명 숨졌다. 올해 사망한 택배 노동자가 벌써 10명이라고 한다. 이번에 사망한 채로 발견된 김모 씨는 서른여섯 살이었다. 그가 숨지기 나흘 전 새벽 4시에 동료 택배 기사에게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 수백 개의 물량을 감당하느라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그의 고뇌가 메..
[칼럼 SF 완전사회. 6] 좀비 바이러스가 무서운 진짜 이유, 이산화 세계적 재난의 시대에는 사람들이 SF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될까? 적어도 현재의 코로나19 시국 이야기라면, 그리고 내가 보고 들은 바에 한정한다면 그렇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일단 한국 SF 작가 중 6명이 최근 앤솔러지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에 각양각색의 팬데믹 소재 단편을 싣기도 했고, 작가가 아닌 사람들조차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 시위를 벌였다거나 미국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는 뉴스가 들려올 땐 자신이 상상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전염병 아포칼립스 시나리오를 한 번씩 입에 올리게 마련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전염병 아포칼립스 SF 시나리오 중에는 좀비 아포칼립스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현실이 좀비 영화였..
김보영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 리뷰: 우주 예찬을 하고 싶어서 인간 세상에 방문한 중단편의 신 by 문목하 우주 예찬을 하고 싶어서 인간 세상에 방문한 중단편의 신 문학의 전당에는 아담한 통로가 하나 따로 나 있어야 한다. 느리지만 꾸준히 일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왔을 때 독자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마중 갈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아마 전 세계 대부분의 애독자가 이 통로를 자신의 것으로 삼겠지만, 나는 조용히 통로 끄트머리에서 하나의 이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김보영의 신간이 나왔으니, 환호하며 버선발로 뛰어나갈 순간이 왔다. 여러 선집의 형식으로 출간된 김보영 작가의 다양한 단편들을 챙겨 읽은 독자들은 , , , , 와 같은 기존작이 대부분의 페이지를 차지한 이 소설집이 최신작으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서점 산책을 통해 책을 만나는 독자라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 , , , 가 새롭..
홍지운 장편소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리뷰: 아, 이 책 정말, ㅋㅋㅋㅋ. by 김보영 2008년에 ‘환상문학웹진 거울’ 독자 투고란을 돌아다니다가 인상적인 글을 발견했다. 라는 단편이었다. 결혼식 1시간 전 화장실에 갇혀버린 한 신랑의 이야기였다. 좁고 지저분하고 지린내는 진동하고, 먹을 것은 변기 물과 휴지밖에 없고, 죽으려 해도 변기 물에 코 박고 죽을 도리밖에 없고, 삶과 죽음의 고뇌는 오가는데 뭘 해도 꼴사납기만 하다. ‘훌륭하네.’ 나는 생각했다. ‘돌다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글이 있다니까.’ 그다음 달에도 독자 투고란을 돌다가 또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다. 라는 단편이었다. 길에서 5백 원짜리 동전을 줍는 것으로 시작된 행운이 걷잡을 수 없이 몰아쳐서, 행운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된 주인공이 어떻게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려 안간힘을 써도 상황이 행운으로만 치닫는 이야기였다. ‘멋지..
문목하 장편소설 <유령해마> 리뷰: 천재는 이처럼 예고도 없이 나타난다 by 김보영 천재는 이처럼 예고도 전조도 없이 나타난다 《돌이킬 수 있는》의 문목하 작가가 돌아왔다. 전작에서 SF의 온갖 장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세기의 로맨스를 선보인 작가가, 전작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벌써 돌아왔다. 이미 ‘이처럼 큰 사랑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를 해 준 작가가 놀랍게도 한 번 더 ‘아니, 다시 볼 수 있었네’ 하고 감탄해 마지않을 이야기를 한다. 전작처럼 SF의 장치를 날아다니듯이 활보하는 것은 물론이다. *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인간사에 관여하는 ‘해마’. 표면상으로는 데이터의 현신이며 인간의 도구이지만, 그 행태는 인류를 지켜보고 관여하며 돕는 작은 토속신들이나 다름없다. 작가는 놀랍게도 AI의 시선에서 세상을 서술하는 것만으로, 미래의 유비쿼터스 세상을 작은 신들이 ..
[칼럼 SF 완전사회. 5] 탐욕의 끝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박해울 코로나19의 유행이 계속되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1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식당에서의 식사를 자제하고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용기가 쌓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러고 보면 배달 음식의 포장 용기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유행 시절 이전에 구매했던 가전제품이나 문구류, 옷들도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우리는 5분의 즐거움과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문제를 애써 외면한다. 각각의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도, 제품을 가공하면서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도, 바다와 대지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척한다.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어..
[칼럼 SF 완전사회. 4]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사악한 생각, 강현 "이거 사람 고기네요." Q 세상에서 가장 윤리적인 고기는? A. 배양육이지. Q. 배양육이 더 윤리적이려면? A. 세포기증자에게 허락받은 배양육이면 돼. Q. 그게 뭔데? A. 사람 배양육! 네? 심너울의 에 실린 단편 의 내용은 시작부터 경악스럽다. 잠깐 멈춰서 반박하려고 하다가 멍해진다. 그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무도 죽지 않았다. 살해도 아니고, 상해도 아니고, 고통도 없고,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모두가 만족한다. 기증자가 자발적이기까지 하다. 아니 근데 진짜 누가 그걸 먹어요. 근데 그걸 다들 먹는 세상을 뻔뻔스럽게 전개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황당함은 가시고 납득 되기 시작한다. 같은 책에 수록된 단편들도 유쾌하다. 그리고 경악스럽다.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선 눈알을 굴리며 우..
[칼럼 SF 완전사회. 3] 변곡점에 서서, 심너울 변곡점에 서서 초등학교에서부터 SF 창작을 조기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년 과학의 날이 오면 학교에서 과학 상상 경진 대회를 치렀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그중 가장 괜찮은 것을 만든 아이들이 뽑혀서 문화상품권을 받았다. 나는 2년 동안 문화상품권을 받아서 메이플 스토리에 탕진했는데, 어쩌면 그 기억이 남아서 지금도 SF 스토리텔링으로 먹고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2005년 당시에 내가 미래를 예측하고 쓴 글은 대단히 희망적이었다. 20년쯤 지나면 달로 수학여행을 떠나고 화성에 정착지가 세워지고 하늘에 차가 날아다닐 거라고 확신했다. 안타깝게도 나의 희망찬 확신 중 실현된 건 단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미래는 반드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유지했다. 그..